정구지 즉 부추는 키우기가 너무나도 쉽다.
얘는 그냥 풀이다.
만약 인간이 안 먹는다면 징글징글 잡초로 전락했을 수도 있었다. 베어내도 즉시 쑥쑥 자라는 그리고 번식은 얼마나 잘돠는지 원…
풀 속에서도 새끼치며 살아남는 강한 아이다.
이십여 년 전 뒷산밑에 밭 한뙈기가 있었는데 그간 부치던 분이 당신네 집에서 너무 멀다고 안 부친다했던가…
우리도 밭이 남아돌아가는데 우짜나…
그래서 이것저것 심는 와중에 텃밭에서 퇴출된 정구지 뿌리들도 거기다가 귀양보낸 적이 있었다.
엄니가 정구지 뿌리는 이년마다 캐서 교통정리해줘야 잘 자란다고 그러시면서 반을 캐서 버리는걸 아깝다고 주섬주섬 주워다가 산밑에 갖다 심었었다.
그땐 몰랐지!!! 정구지란 놈이 잡초보다 더 징한 놈이라는 걸…
산에서 살면서 자란 그 정구지는 비록 키가 작고 가느다란 모양새였지만 그 맛과 향이 기맥혔었다.
지금 그 밭은 거의 야산 비슷하게 되어있는데 아직도 정구지만은 꿋꿋하게 살아있더라.
아~ 그리고 달래도!!!
그즈음 달래 씻고 남은 찌꺼기들을 모아다 훌훌 뿌려준 적이 있었는데 그 주변이 온통 달래밭이 되어버렸네?!
다만 풀 속에서 자라는 지라 좀 억세고 가느다랗다.
삽 가지고 가서 푹푹 떠갖고 오면 좋다.
다듬기가 엄두가 안 나서 절대 안 파갖고 오지마는~
정구지를 한 바구니 베어서 다듬어 씻어놨다.
이걸로 뭘 하나~
정구지콩가루찜을 찜솥으로 두 솥 쪄내 양념해놨다.
요즘 내 밥이자 반찬이다.
정구지 쫑쫑 썰어서 고추도 같이 썰어서 부치개 하려고 밀가루로 한통 반죽해놨다.
밀가루는 적게~ 정구지는 많이!
그러면 바삭하게 구워진다.
한 바구니 그득 있던 정구지를 이렇게 뚝딱 해결했다.
베어낸 자리엔 금새 또 자라올라올거다.
서리 내리기 전까지 부지런히 해먹어야지!
애호박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빨라 금새 커지더라.
부지런히 따먹기엔 사람 입이 부족하고~
해서 닭들이 잘 먹어주고 있다.
김장배추는 무름병이 와서 걱정이다.
약을 지금이라도 쳐야할런지…
뿌리에서 생기니 겉으로 아무리 봐도 모른다.
어느날 아침 보면 주저앉아있다.
이또한 닭들이 포식하고 있다.
대봉시랑 단감도 뭔 이유인지 자꾸 떨어지고…
성한 건 산녀가 먹고 좀 션찮은 애들은 닭집에 던져준다.
암탉 한 마리가 알 품겠다고 둥지에서 안 나오는데 알을 안 주고 다 뺏고 있다.
이제 병아리는 못 까!
니들 다 잡아묵을끼야~
토종닭들은 자꾸 알 품겠다고 알을 안 낳고 또 더우면 안 낳고 춥다고 또 안 낳고~ 아주 본능에 충실하다.
해서 산란계라고 알만 낳고 알은 안 품는 애들을 키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닭고기는 아쉽지 않은데 달걀은 아쉽거든…
이기적인 인간이 요런 궁리나 하고 앉았다.
조만간 장닭 다섯마리를 잡아야겠는데 혼자 하기가 싫어서 요리조리 미루기만 하고 있다.
오늘밤 거사를 치를까?! 언제 해도 내 손으로 해야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