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마당이 있어 참 좋다.
원래는 울도 담도 없는 집이었는데 황매화로 울타리를 둘러치고 작은 중문을 달으니 제법 아늑해졌다.
궁벽한 산골이라 평지가 별로 없다. 밭일하노라면 비탈길을 오르락내리락 숨이 가쁘다.
특히 산밭에라도 가는 날이면 지팡이 짚고 등산을 해야하지.
논은 냇가 주변으로 보뜰논이라해서 평지가 좀 있고 나머진 다락논 정도는 아니고 그럭저럭 비탈논쯤 되겠다.
여기 말로 삐알밭 삐알논이라 하더라.
그래서 드높고 가파른 밭둑 논둑 풀 깎는 일이 큰일거리다.
산자락에 의지해서 사는 인간들…
별 수 없지 뭐…
요즘같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이면 마당에 나와 앉아있기 참 좋다.
어제오늘 낮부터 해거름까지 밖에서 놀았다.
아침엔 겨울옷을 껴입어도 추워서 안 되고 해가 지고나면 어느새 써늘해져서 집구석으로 겨들어가야한다.
화분에 딸기 모종을 심어서 행잉화분처럼 높은 곳에 두었더니 새끼딸기묘들이 줄줄이 뻗어나와 봄부터 지금까지 참 이뻤더랬다.
이제 가을색이 들고 시들어갈 즈음이라 새끼묘들을 가위로 잘라내어 텃밭에 한고랑 심었다.
너무 늦지 않았으려나… 물 주고 심고 그 위로 충분히 물을 뿌려줬다.
살놈은 살것지!
부모딸기묘 화분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겨울을 나게할 계획이다. 내년봄에도 딸기맛 좀 볼 수 있으려나…
이제 슬슬 화분들이며 삽목둥이들을 비닐하우스 안으로 옮겨놔야한다.
일꾼들 생길 적에 해치워야지!
갑자기 김치전이 생각나 후다닥 구워 먹었네…
그런 날이 있더라고…
쪽파도 잘 자랐고 정구지도 좋고 애호박은 천지빼까리고 밭에 전꺼리는 널렸다.
내일은 쪽파전이나 해묵을꺼나…
산밭 농막 앞 꽃무릇은 지는 참이다.
꽃이 지고나서 싹이 올라오면 좀더 갖다 심어야겠다. 삼년째가 되어서야 이렇게 무성하게 피네…
마당에 심은 애들은 꽃도 없이 잎이 돋더라고… 뭐가 문제지?!
여전히 봉덕이 산책갈때 따라댕기는 아이들~
왜 따라댕기는지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정구지콩가루찜을 하려고 잔뜩 베어갖고 왔다.
요즘 아침이슬이 대단해서 바짓가랑이가 다 젖는다. 배추밭 문안인사 여쭙다가 바지 위쪽까지 온통 젖어버렸네…
씨앗이 남아 흩뿌려둔 무가 의외로 잘 자라서 솎아갖고 왔다.
국수에 넣어먹어도 좋고 겉절이해도 좋고 막 비벼먹어도 좋더라.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하니 몰려온다.
저 아래 냇가 건너마을이 안 보이는 걸로 보아 저 편에서도 이 산골 마을이 안 보일게다.
마치 구름 속에 사는 것처럼 온통 하얗다.
요즘 매일 아침 이렇다.
이런 날이면 낮에 햇살이 참 따시더라고…
내일 낮에는 책 한 권 갖고 나와서 읽어야겠다.
동동구월이라 하는데 밭농사를 팍 줄였더니 딱히 할 일이 없다.
논농사는 이제 콤바인이 들어갈 일만 남았으니 더더욱 할 일이 없다.
콤바인과 트럭만 있으면 다 되는 그런 세상이다. 우리 먹을 식량만 남기고 초장에 큰방앗간으로 톤백으로 나락을 싹 넘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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