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오랜만의 시내 나드리…
돈 팡팡 쓰고 왔다.
시방 산골로 들어가는 버스터미널에 앉아 버스 떠나기를 기다리며 글 톡톡 두들기고 있다.
몇달간 아낀 돈~
하루에 싹 날라간 그런 느낌?!
그래도 그래 아껴놨으니 더 나가진 않은거 아녀~ 뭐 이카면서 합리화를 억수로 하고 앉았다. 정신건강을 위해…
지난주에 안경테를 뿌사묵어 한 며칠을 책도 못 보고 폰도 못 딜다보고 아주 일상이 엉망이 됐다.
큰 돋보기를 들고 아쉬운대로 급한 불은 껐으나 이기 뭐꼬?! 기맥혀 돋보기를 냅다 던져버렸다.
백내장 수술을 한뒤로 가까운 건 까막눈이 되어버리니 이거야 원 소경도 아니고 여엉 불편하기 짝이 없노라…
큰 돈 들어가더라도 노안수술을 해서 안경을 벗었어야 했어!!!
후회막심이로다!!!
그노무 보험이 안된다는 말에… ㅠㅠ
에라이 평생 써왔던 안경 까이꺼 죽을때까지 쓰지 뭐 이러고 그냥 백내장 수술만 했는데…
오호! 통재로다~
그노무 돈이 뭐시던고~
그 돈 아껴 아이들 독립자금에 보태줘서 그리 속상하진 않지만
이리 간간이 안경 뿌사지고 깨지고 잃어버리고 하는 통에 실생활이 불편하니 아쉽고 아쉽도다!
그치만 산녀가 누구냐?! 고새 훌훌 털고 룰루랄라 안경 새로 맞추러 나갔지비…
이번엔 비상용 안경까지 두 개를 장만!
작심했다!!!
산골이라 시내 나가기가 쪼까 불편하다. 그치만 나가고자하면 그까짓 불편은 그리 크진 않다. 산길 우두두두~ 처내려가서 골짝마다 다니는 버스 시간맞춰 타면 시내까정 실어다주니께~
근데 어찌하던 뭐가됐던 도무지 아무데도 안 나가고자 하는 이 은둔자의 마음이 문제지…
나가는 김에 병원에 들러 당뇨고지혈증혈압 삼종세트 약도 한달치 타오고~ 의사샘이 마구마구 산녀를 칭찬!!! 이리 모범적으로 기록하고 질문하고 답변하는 환자는 없었다나!!! 몇번을 산녀를 뒤돌아서게 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더라…
아마도 내 질문과 가지고 간 기록이 임상기록에 중요한 거였나벼…
또 간만의 시내 나드리한 김에 치과도 들러서 이빨 몇개 때우고~
평생 없던 충치가 왜 생기느냐고?!?!
사랑니는 왜 다늦게서야 와르르 튀어나오느냐고?!?! 나왔으면 고이 있지 왜 충치가 되냐고?!?!
내친김에 안과랑 정형외과도 들를까 하다가 점심시간에 걸려서 다음으로 미루고
이거야 원~ 종합병원 환자일세…
사람 버글버글한 정형외과 대신 한의원엘 갈까 싶기도 하다.
이노무 뼈다구~
허리 골반 다리 손구락 발구락 다 조금씩 탈이 났다.
60여 년 썼으니 고장도 날만하다…
앞으로 몇년을 더 써야할지 모르나 잘 모시고 살아야지!
언제 죽더라도 죽는건 겁 안 나고 아쉬울 것 없으나 아픈건 싫더라…
한달 쓸만한 돈을 하루 한나절만에 후딱 써버리고나니 기맥히긴 하더라.
그래도 실비보험이 들어있어 천만다행~
병원비 약값 모조리 몰아서 싹다 청구해야지!!!
근데 치과는 많이 안 해주더라~
새 안경을 받아들고 흐리멍텅한 세상을 맑디맑은 안경알 너머로 내다보니
돈이 아깝진 않더라…
한 일주일 안되게 눈뜬 봉사로 지냈더니 앞으로 안경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게됐다.
나무꾼이 산녀 읽으라고 사준 책을 쌓아두고 까막눈이 된 것 모냥 못 읽었거등…
폰도 뭐가 뵈야지?!
팔을 있는대로 뻗어들고 봐봤자 흐리멍텅…
하얀건 바탕화면이요 거무스레한건 그림이고 글씨라…
손주 얼굴도 맘껏 못 보았네그랴…
이 할매 몸이 성해야 이놈을 봐줄텐데…
산녀를 할매로 만들어버린 놈이다.
이모할머니 고모할머니 소린 많이 들었어도 그냥 할머니는 첨이라…
이놈 애비에미가 한다는 말이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말이 할머니 할아버지란다…
아서라 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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