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집 올라가서 밥주고 물 챙겨주고 알 꺼내오는 일 외엔 딱히 할 일이 없다.
닭대가리 한 마리가 브로크 틈새에 대가리가 끼어 도리질을 하는걸 꺼내주고~ 그놈 그 담담날인가 또 문틈에 끼어 대롱거리는 걸 빼내주고~
그 뒤로는 얌전하더라.
어제도 비 오늘도 비~ 내일도 비라는데 사흘연속!!!
매일 무 배추밭에 물 주는 일을 안 해도 된다.
저 산 아래 냇가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보뚝을 진작 넘겼다.
여기서 더 오면 거친 물살에 바윗덩이 휩쓸려가는 소리가 우릉구릉~ 우두두두~ 들리기도 했는데 그정도의 비는 아닌듯하다.
옛날 어린시절 징검다리와 돌다리를 마을 장정들이 애써 만들어두면 꼭 장마나 태풍에 떠내려가곤 했었다.
비 오기 전엔 안 보이던 모래사장과 돌무더기들 바윗덩이가 군데군데 생겨나있기도 했고…
갓씨 알타리무씨 시금치씨 루꼴라씨 얼갈이배추씨 등등 뿌린대로 싹이 일제히 텄다.
쪽파는 추석무렵 먹으려고 일찍 파종한 애들만 좀 자랐고 보름뒤 심은 애들이 감감무소식이더니 이제사 싹이 터올라온다.
그동안 가물어서 이번 비에 이때다 하고…
김장배추는 이 산골동네에서 제일 잘된듯하고 김장무는 완전 망했다.
무가 몇개나 제대로 자라려는지 기대를 접기로 했다.
네번에 걸쳐 씨앗을 뿌렸는데 매번 거의 30~40% 발아율?!
그래서 자라는 꼬라지가 천차만별 제멋대로다.
비닐을 벗겨주기 전 사진이다.
물 좀 흠뻑 주고 뜨거운 열기 피하라고 비닐을 죄다 벗겨냈다.
이제사 싹이 튼 놈들이 겨우 살아붙었고
아예 싹이 안 튼 곳들 수두룩하고
해서 모종판에 무씨 뿌려서 키운 애들을 갖다 심어줬다.
마당이 들냥이들로 가득찼다.
새끼 네마리를 낳은 들냥이가 달랑 두 마리만 데리고 마당으로 이사를 왔다.
봉덕이가 안 들어가서 비어있던 개집을 차지했다.
큰 냥이들 틈에서 용케 밥 한그릇 차지하고 먹더라. 꼬리 뒤에 가려져서 잘 안 보인다.
밥 다 먹고 난 뒤…
부레옥잠 띄운 물도 마시고~
꼬리가 하늘로 치솟은 걸 봐서는 기분 최고인듯~
아기냥이와 엄마~
이제 완전 마당 접수!
그래… 마당에 뱀만 출몰 안 하게 해주라~
어젯밤 더운 열기가 싹 가신 덕분에 잠은 잘 잤다.
이게 정상이지… 그동안엔 열풍기 틀어놓은 듯한 날씨였어.
그제…
지네한테 세 방 물렸다.
자다가 발목 물려서 깨어나 언넘이여? 하고 샅샅이 찾았으나 못 찾아 다시 잠들었는데 새벽에 무릎을 또 물어 ㅠㅠㅠ
후딱 일어나 불을 켜니 요놈!!! 너구나!
지네 한 마리 잡아족치다…
왜 무냐구!!! 왜 가만 있는 사람 무냐구우!!!
그리고 그날 오후 평상에 앉아있다 들어갔는데 목덜미가 따끔!!! 휙 후려치니 지네 한 마리 툭 떨어져 ㅠㅠㅠ
들고있던 바가지로 때려잡다…
하루에 세 번 물린 적은 처음이여…
발목은 퉁퉁 부었다가 이제 좀 괜찮고 무릎은 옷 위에서 물어그런지 좀 가렵기만 하고 목덜미는 약하게 물었는지 괜찮더라.
지네퇴치제를 뿌려도 그 효과가 오래 못 간다.
집이 오래되니 호시탐탐 물것들이 노린다.
장수말벌이 주방 환풍기 안에 집을 짓질않나…
집 둘레에 토양살충제를 둘러치면 괜찮다는데 모르겠다…
이젠 지네에 물리는건 일상이라 덤덤하다.
벌침이 효능이 있어 일부러 봉침 맞는다는데 지네침은 무슨 효능이 있나 하고 검색씩이나 하고 앉았다!
산골 사는 일이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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