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일?
어리둥절~
새벽에 문득 잠깨어 창을 닫고 이불을 끌어다 뒤집어쓰고 잤다.
긴팔옷을 꺼내입고 목토시를 하고서야 안심을 했다.
하루아침에?! 바로전까지 에어컨 바람 쐬면서 더운 날씨가 언제까지 이러냐 푸념을 하던차였는데… 그날 밤 감기 기운이 돌 정도로 추웠단 말씨…
하긴 이게 요즈음 정상 날씨이긴 하다. 그동안이 미친 날씨였던게지!
그나저나 비소식이 없다. 아침저녁 무배추밭에 물 주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산골이웃들 모두 물 주느라 분주하다.
모종을 두번째 심는 이웃들도 많고 미루고 미루다 이번주에 심겠다는 이웃들도 많다.
산녀네도 한 서른포기 작살내고 이어 새로 모종했으나 반 겨우 살리고 나머지는 에라 몰것다 하고 무씨를 파종해버렸다.
그리고 무씨는 첫번째 파종에서 97%가 안 났다!!! 난 놈들도 햇볕에 타죽더라…
두번째 파종에서 조금 성과가 보이긴 하는데 그 마저도 내일까지 기다려보고 안나오면 모종판에서 키우는 무싹으로 대체해야한다.
지금껏 이런 적이 있었던가…
대체로 배추모종도 잘 살고 무싹도 잘 나고 그리 속은 안썩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올해 역대급 말썽이다…
식전부터 밭마다 돌아댕기며 물 주는 일이 아주 시급한 일이 되어버렸네…
그새 벌레들이 나도 먹겠다 하고 덤벼들어 배추 고갱이에 들앉아 파먹고 있더라.
그놈들 일일이 핀셋으로 집어내고 심한 곳은 약을 좀 치고… 겨우 살려놨다.
진딧물이나 달팽이 배추흰나비애벌레들은 잎만 갉아먹고 빨아먹고 마는데 이노무 벌레는 배추고갱이에 거미줄같은 실을 치고 들앉아 싹 파먹으니 배추가 그만 자라지 못하고 죽는다.
내 다른 벌레들은 다 봐줘도 요놈은 괘씸해서 절대 못 봐준다!!!
이제 아침저녁 문안인사를 공들여 여쭈어야하는 시기다. 김장무배추 잘 키워 김장해먹으려면 알뜰히 살펴야한다.
이웃들 배추밭을 기웃거리지 말아야 산녀 정신건강에 좋은데 그게 참 안된다.
그네들은 평생 농사지은 배테랑이란 말이지…
산녀는 쫓아가다 가랭이찢어진단 말이지…
그네들은 그리 힘들이지 않고 타이밍 잘 맞춰 심고 물도 기막히게 정확하게 조준해서 주더라. 딱 배추가 살만치만!!!
무도 차양막을 한 사나흘 덮어놓았다가 싹이 트면 아침저녁으로 걷어주고 덮고 그러더라.
요놈들을 어쩌면 좋을꺼나…
저 애미가 똘망이 손녀다. 똘망이가 데리고온 여친이 낳은 딸이 낳은~
저리 지붕 서까래 안에서 새끼를 낳은 모양~ 네 마리였는데 한 마리 죽고 세 마리를 데리고 다니더라. 처마 서까래가 세 군데 무너진 것 같은데 한 군데는 막았고 한 군데는 참새들이 새끼치고 사는 것 같고…
나머지 한 군데는 사람 손이 미치지 못해서 냅뒀더니 저놈이 차지했네!!!
올 겨울에 수리해야지…
아쉬람터 연못은 그야말로 야생으로 돌아갔다.
부레옥잠을 띄워놨는데 고라니께서 한번 먹어보고 맛이 없었는지 다시 안 오는듯…
붕어랑 잉어들이 또 새끼를 쳐서 바글바글하더라. 부레옥잠이 은신처 역할을 잘 해주나벼~
처음 넣은 큰 잉어들만 희생이 되고 그네들이 막판에 깐 새끼들이 살아남았나.
종족번식을 위한 기막힌 타이밍으로…
수달과 왜가리가 그뒤로 안 보이는 걸 봐서는 다른 맛집으로 찾아간듯…
매일 저런 노을을 본다.
해질녘 하루 일을 끝내고 봉당 앞 평상에 앉아 노을 보며 멍때린다. 금새 스러질 그 순간 순간이 참 이쁘더라…
요즘 별똥별도 자주 눈에 띈다.
해가 지고 저녁밥 해먹고 마당에 나와 선선해진 바람을 쐬면서 하늘바라기를 하고 있노라면 문득 별이 떨어진다…
어젯밤에는 무쟈게 큰 별똥별이 휙 지나갔다…
아이들도 목이 아프도록 고개 젖혀가며 별똥별 기다리느라 애쓴다 ㅎㅎ
넓직한 평상 하나 만들어서 마당에 누워 별멍해야겠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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