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도 머리속은 뒤죽박죽 멍하다.
날씨는 덥고 뜨겁고 난리도 그런 난리도 없고 바깥은 아침저녁밖에는 못 나가고 그저 에어컨 앞에서 죽치고 살았다.
추석 준비도 해둔 것이 없고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내일 장봐서 대충 차례상 차릴것만 장만할 생각이다.
위로 가까운 어르신들이 다 돌아가셨고 계시다해도 먼친척들이고 그마저도 운신이 힘든 분들이라 산녀가 그만 최고 어른이 되어 내맘대로 추석을 지낸지 오래고 추석인사는 두루두루 전화로 다 때우는 중이다.
아이들보고도 오고싶으면 오고 일정있으면 알아서들 하라 했다.
큰아이는 아빠가 됐다. 고로 산녀가 할머니가 됐다는 소리다.
아가가 조산이라 인큐베이터에서 지낸다. 왜그리 빨리 나와서 이고생이냐 싶지마는 그리된걸 우짜노…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뭔가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아기사진을 첨 보고 하도 기맥혀서 말이 안 나왔다. 매일 보고또 보고 짠하고 또 짠해서 이 작디작은 목숨이 견뎌야하는 고통이 참… 태어나자마자 엄마랑 떨어지고…
그저고저 건강하게 잘 퇴원하기를 빌고 있다.
하지만 엄마아빠 눈물빼고 혼빠지게 고생시킨 벌로 나중에 니 할미한테 엉덩이 한대 맞자!
며느리보고 산후조리가 중요하니 추석이고 뭐고 신경도 쓰지말고 몸조리만 충실하라고 엄명을 때렸다!
아들놈보고는 나중에 삼식이 됐을때 구박 안 받으려면 지금 잘하라고 잔소리를 누차 했다.
집안일이고 요리고 청소고 육아고 뭐시든간에 니들둘이 같이 하는거다! 어느 누구가 누구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거다! 라고…
부모에게 효도할 생각하지 말고 니들식구 잘 사는 게 최고 효도다 라고 생각해라~
자식도리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다. 니들끼리 잘 살아라!!!
그동안 아기 이름 짓느라고 나무꾼하고 아들이 몇번 뒤집어졌고 아직도 결론이 안 났다.
세대간의 의견차와 갈등이 역대급인지라 산녀는 옆에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9월은 시작부터 정신없이 몰아치고 몰아간다.
겉으론 평온한데 뭔 일이 마구마구 터지고 수습되고 정리가 되고 또다시 들썩이고 막 그런다.
가만가만 돌아본다.
참 큰일이 터졌고 그럭저럭 수습이 되고 잘 견뎌나가고 있구나… 라고…
지나고보면 우리 잘 헤쳐나왔구나 그런 생각이 들려나…
뭐 그건 그거고
배추는 3분의 2만 잘 크고 있고 나머지는 겨우 살아붙었다.
무는 엉망친창이다 아직도…
오늘 해거름에 또 씨앗을 넣었다. 싹이 틀지 말지 그건 모르겠고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기 싫어서리…
올해 무 얻어먹겠나 이거…
밭고랑 비닐을 죄 걷어냈다. 내년부턴 무는 비닐을 안 씌우고 심을거다.
뜨거운데 비닐을 덮어 더 뜨거워 타죽는 것 같아 모조리 걷어냈다.
고추밭 사정도 참…
나무꾼이 좋다고 추천받아 사온 고추모종들이 고춧가루용이 아니었던거야. 길죽길죽하니 이건 뭐 풋고추도 아니고 뭐지?!
도무지 마르지가 않아!!!
건조기를 두번 세번 돌려도 안 말라!!!
겨우 말라도 삐쩍꼴레로 비틀어진 뭐같이 말라버려…
그래서 모조리 뽑아내버렸다.
그 자리에 적갓이랑 알타리랑 시금치랑 얼갈이배추랑 루꼴라랑 등등 씨앗을 뿌려뒀다.
상추는 씨가 문제인지 기후가 문제인지 여엉 싹이 안 튼다!
올해같이 농사짓기 힘든 해는 없었다.
솥뚜껑 삼겹살을 궈먹고 난 뚜껑에 아기냥이가 붙어서 안 떨어진다. 솥뚜껑 기름 설거지를 다 하고나서 갈 모양이여…
이놈은 접시 설거지담당…
밥먹고나서 물 마시기~
물 마시기 편하라고 부레옥잠 띄워줬다. 그냥 물 담아두면 지저분해지고 썩더라고~ 부레옥잠을 띄워두면 물도 정화가 되고 좋더라고.
얘들도 그냥 물그릇 물보다 이 물을 더 좋아하더만.
아주 마당을 제집모양 차지하고 산다. 산녀가 뭐라안하니 이젠 눈치도 안 본다.
노을은 언제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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