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죽으란 벱은 없다고…

산골통신 2024. 8. 27. 16:24

이번 김장 배추 모종은 참으로 징했다.

해마다 늦어 허둥댔으니 올해는 이웃들 할 때 맞춰 하자 맘 먹고 이웃밭 컨닝을 억수로 해가며 남들 할 때 밭장만도 하고 모종 준비도 하고 열심을 냈지…

날이면 날마다 뜨겁다 못해 사람도 타죽을 지경이라 모종 내다 심을 때를 잡지를 못했다.
처서무렵 오일장에서 구해놓은 배추모종은 막 웃자라고 있고… 더 뒀다간 모종 다 버릴 지경이라…

소낙비가 그런대로 오락가락하는 날 내다 심었다.
물도 흠뻑 주고 비도 맞고 그러면 제 아무리 햇볕이 뜨거워도 살것지 싶었어.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 착실하게 여쭈면서 살핀 이 일주일~
참말이지 내 맴과 몸도 같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아침이면 푸릇푸릇하던 모종이 대낮 햇살에 나 죽것소~ 하고 드러누운 꼴은… 그거까지는 봐줄 수 있어. 야들은 원래 그러니까…
해거름 해가 진 뒤에도 깨어나지 못하고 널브러져 죽은듯 한 모종들을 보고…
나흘째… 맘 속으로 포기를 했다. 다시 갖다 심어야겠구나…

아침저녁으로 헛고랑에 물 호스를 들이대놓고 흥건히 주고 뿌려주면 뭐하나… 되려 역효과만 난듯하다… 잎이 다 타서 흔적이 없는 애들이 많았다.
멀리서 밭을 보면 푸른끼가 하나도 안 보이고 빈밭처럼 보이더라구…

반포기를 하고 다음 장날에 새로 모종 사오기로 맘 굳힌 어제… 밤늦게 퍼부은 소낙비!!!
세상 시끄럽게 지붕을 두들기며 한동안 들이붓더라!
후다닥 문열고 나가 비 구경을 했다.
참 사람 고문 여러가지로 한다. 죽으란 법은 없나보다.
죽기 바로 전에 동앗줄처럼 내려준 이 비 한 번으로 배추 모종들은 기운을 차렸고 새 잎들이 나와서 다시금 푸릇푸릇하더라.
기어이 죽은 열댓 포기들은 남아있던 모종들로 다시 심어주고 살까 죽을까 애매한 애들도 좀 보이는데 두고봤다가 갸들 자리엔 무씨를 뿌리기로 했다.
200포기 심어서 앞으로도 지켜봐야하겠지만 서른포기 정도 잃은 셈 쳐야겠다.
그렇다고 이제 됐다고 맘을 놓으면 안된다. 벌레들과의 싸움이 남아있다. 수시로 살펴서 때맞춰 벌레 잡고 약을 쳐줘야한다.
배추만치 벌레가 좋아하는 작물은 본 적이 없다. 참으로 역대급으로 징한 배추 모종
체험기였다.
내년엔 배추 사묵고 싶어…

고라니가 또 뜯어잡수신 근대… 아주 싹뚝!!!

조롱박이 어인일인지 달렸다. 해마다 포기했는데 한 포기가 자라서 저리 달렸다. 올해는 바가지 한번 만들어볼 수 있겠다!

노각오이도 잘 익어가고 있고~

벌레들이 잔치를 벌리고 있는 얼갈이배추랑 열무랑 수시로 뽑아다 김치 담궈놓는다.
며칠 간격으로 담아놓으면 차례차례 익은 놈들을 먹을 수 있어 좋다.

토마토는 막바지다.

애기소나무 화분에 곁방살이 중인 채송화~

나무꾼이 바쁜 일정 마치고 와서 마당 풀을 쳐줬다. 이제 사람 사는데 같더만…
집주변 닭집 주변 밭둑 온통 돌아가며 풀을 쳤다.
더위먹을까 노심초사 일욕심 내지 말라 말렸지만 어디 말을 듣나…

다시 일터로 가는 차 짐칸에 열무 두 바구니 얼갈이배추 한 바구니 노각오이 호박잎 애호박 가지 토마토 등등 한 바구니
천연수세미가 좋다고 두 봉다리
다듬어 반찬 만들어주진 못하고 그냥 어제 그 소낙비 다 맞아 흙투성이인데다 벌레까지 먹은 나물들을 그냥 막 뽑아 담아줬다.
거긴 일할 군사들이 많으니 알아서들 하쇼~
이런거 줬다고 흉이나 보지 마셔~

어제 그 비 왔다고 기온이 급강하~
에어컨을 껐다!!!
세상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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