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지콩가루찜무침~
참 이름도 길다~
날콩가루 즉 생콩가루가 있어야한다.
도시같으면 마트에 가서 후딱 사오면 되지만 여그는 산골이다.
농사지은 콩이 있고 방앗간에서 빻아주니 굳이 멀리 나가서 살 필요는 없지…
그리고 날콩가루가 쓰자면 은근 헤프다~ 많이 해놓아야햐!!!
어느날 막둥이가 회사 생활에 지쳐서 집밥 엄마밥이 고프다고 하소연~ 추석에도 근무가 잡히고 추석 근무 보상으로 잡힌 휴무도 난데없이 윗선의 갑질로 홀라당 날라가 이놈 머리꼭데기까지 분노가 치밀어 방방 뜨더라…
“ 내 집밥~ 어쩔겨~ 내 콩찌개 누가 보상해줄겨?!?!?!”
막 이러면서…
여기서 콩찌개는 울엄니가 전수해주신 건데 아주 맛있다!
울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먹어온지라 그게 그렇게 먹고 싶더라나…
일단 갖은재료 넉넉히 넣어 돼지고기김치찌개를 해놓고
날콩가루를 맹물에 풀어 끓여 잘 익힌다.
그 다음 불을 약불이나 꺼둔채로 김치찌개를 한국자씩 콩물에 살짝살짝 넣는다. 그러면 콩물이 염분있는 찌개건더기를 중심으로 모여들어 마치 순두부?! 두부처럼 뭉쳐서 굳는다.
간이 부족하면 액젖이나 간장 또는 소금을 넣고 다시 끓여내면 끝이다. 비지찌개랑은 차원이 다르다. 이건 콩을 완전하게 다 먹을 수 있다.
이걸 한 냄비 그득 끓여서 주면 세 아이들이 매번 바닥을 내더라구~ 나무꾼 먹을건 따로 빼놓지 않으면 국물도 없으요!!!
정구지콩가루찜무침은 요즘 산녀 최애반찬이다. 밥대신 이것만 먹어도 좋다.
정구지를 씻어 썰어둔 다음 물기대충 있는 그 자체에 날콩가루를 끼얹어 살살 버무려준다.
여기서도 콩가루를 넉넉히 묻히면 좋다.
찜솥에 살짝 쪄낸다음 한김 식혀 양념장으로 무치면 끝이다.
언젠가 숙모님이 오셨을때 다른 온갖 반찬 마다하고 정구지찜만 다 드시고 가신 적이 있었더랬다. 이거 어찌 만드느냐고 첨 봤다고…
콩찌개는 그냥 우리가 붙인 이름인데 달리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이번에 막둥이가 집에 오면 원없이 먹게 해줘야지.
아이가 말하길 딱히 뭐가 먹고싶은 것이 있는게 아니고 집!!! 엄마!!! 가족!!! 과 같이 먹는게 그립다고… 그 자체가 집밥이라는 단어에 다 들어있다고 그러더라.
그래도 자꾸 물으니 콩찌개가 때로 생각나더라나… 식당에서는 절대 볼 수가 없다고…
나무꾼이 잘못 사온 고추종자~ 고춧가루용 거추가 아니더라고~ 풋고추로 원없이 쓰고 있다.
호박잎킬러 작은아이를 위한 호박잎 한줌~
마당 울타리를 빙둘러 꽃무릇 구근을 심었는데 꼴랑 조만치만 꽃이 피었다.
작년에는 달랑 두 송이? 올해는 좀 더 많은가?
내년에도 이러면 내쫓는 수가 있다구!!!
유카 사이로 피어올라 마치 유카꽃인줄 ㅎㅎ
꼴랑 저기만 피었다.
상당 모과나무 아래 피어있을 꽃무릇은 아직 못 봤다.
뭐하느라 상당엔 올라갈 새가 없네…
오늘 아침 금동할매 북망산 가셨다.
그제 돌아가셔서 오늘 아침 닭집 올라가는 길에 운구차가 집에 들러 노제 지내는 걸 봤다.
멀리서 고개 숙여 마지막 인사 드렸다.
올해 98세…
고개넘어 산길에서 바라보이는 산밑에 묻히신단다.
이제 한분 두분 가시는구나…
아흔 넘으신 분이 이제 세분 남고 여든넘으신분들이 여섯분이신가… 순서없이 가는게 저승이라…
상여를 매는 풍습이 이제 사라졌다. 마을에 상여 맬 수 있는 장정이 없다.
그러고보니 울엄니아버지를 끝으로 사라진듯하다.
마을 공용 상여는 이제 유물이 되었네. 어릴적 그 무섭던 상여집도 사라지고…
그저 마음속 어느 구석에 가라앉아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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