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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자르기

집 뒤안 언덕에 죽나무가 너무 울창하야~ 거기를 소먹이덤불이 감고 올라가 어전스럽고 복잡하다. 겨우내 하려다가 못하고 이제서야 전동톱의 힘을 믿고 덤빈다. 배나무와 복상나무도 두어 그루씩 베어버리고~ 약을 안 치니 다 병들어 골골하니 꽃이나 보자고 냅뒀다가 이젠 그마저도 구찮아 베어버린다. 죽나무는 봄 새순이 맛있어서 냅뒀더니만 자꾸 번져서 밭이 엉망이 되니 어쩔 수 없이 일부만 냅두고 정리를 해야했다. 여기든 저기든 사람 손이 가야 말끔하다. 한해만 손이 안 가도 정글처럼 변해버린다... 몇해 묵으면 사람 손 갖고는 정리 못하고 포크레인이 들어와야 한다구!!! 전동톱이 하도 기특하야 노상 들고 댕기면서 잡목을 쳐낸다. 죽나무 한 그루 남았는데 베터리가 여영 션찮아 일단 철수~ 밥묵고 합세!!! 눈개승마..

산골통신 2023.03.03

올해 첫 매화 피다! 매실나무 전지를 다 못해서 이번주에 마저 할건데 2인1조로 해야 편해서 주말 일손 생길때만 하고 있다. 오늘은 오후에 봉덕이 데려다 산에 놀게 풀어두고 그냥 대충 할 수 있는 것만 했다. 신난 봉덕이~ 원없이 뛰댕기다가 집에 가자~ 하니 얼른 머리를 들이미네! 어여 목걸이 연결하라 이거지! 닭들은 잘 놀고 잘 먹는다. 수탉들이 난리를 만나 격리된채 작은 닭집에 갇혀 마주보고 살지만~ 조만간 중닭이 된 수탉들 네 마리 마저 잡아 이사시켜야 한다. 이번 주말에 하지 뭐! 봄이 되니 알을 제법 낳는다. 청계는 키운 적 없는데 어디서 묻어와서 저리 청란을 낳는지 참... 저녁에 책 조금 들여다보고 맥주 한 잔 걸치는 낙으로 산다. 슬슬 낮에는 거의 밖에서 사니까 책 읽을 시간이 점점 줄어든..

산골통신 2023.03.02

꽃부자~

산골 이웃 하나가 산녀를 꽃집아지매라 불렀다. 당신 며느리가 꽃집을 하는데 구경하러 오라고 했다나~ 뭐 하여간 이 작은 골짝 마을에선 울집이 나름 꽃이 제일 많은 집이다! 실속없이 꽃이나 가꾸고 밭에는 풀투성이인 집구석이라는 말을 종종 듣지마는~ 타고난 꼬라지가 이런걸 뭐 우짜라고... 생긴대로 살기로 했다!!! 오늘 먼데서 온 꽃모종이 있어 마치 봄맞이하듯 꽃을 심었다. 이름이 막 입에 붙지 않는 그런 귀한 꽃들인데 조심조심 들어 살살 심었다. 아차~ 상토에 먼저 심고 나중에 옮겨심으라하셨지!!! 뒤늦게 생각이 나서 다시 상토 한 푸대 헐어갖고 와서 다시 심었네 ㅎㅎㅎ 하는 김에 화분밖으로 막 늘어진 송엽국도 가지치기 한 다음에 자잘한 화분에 삽목을 해두었다. 가뭄에도 강하고 추위에도 어느정도 강하고 ..

산골통신 2023.02.28

외로움...

아무도 날 찾지않는 외로운 이 산장에~ 흥얼흥얼 중얼거리며 일을 한다. 사람 하나 옆에 있고 없고 차이가 이리도 클 줄이야... 한 반년간 독거노인 신세가 되었었고 그 틈을 아이들이 간간이 메꿔주긴 했지만 바람처럼 오고가는 걸로는 그 틈새를 다 막긴 어려웠다. 괜찮아... 다 그렇게 사는 거지 뭐~ 빈둥지증후군이야! 부정을 해도 인정을 해도 딱히 현실은 바뀌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겨울이 닥쳤다. 긴긴 겨울을 어찌 보냈나 모르겠다. 그간 시간 날때 읽자고 모아두었던 책들을 쌓아두고 시간 죽이기를 시작했다. 그래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밑바닥에 차곡차곡 영역을 넓혀가더라. 가슴이 시리다는 것... 저미고 아프다는 것이 뭔지를 알았다. 그냥 그건 문학적인 표현인 줄 알았는데... 그냥 아무나라도 곁..

산골통신 2023.02.28

비닐집?!

매실 전지하다가 발견한 헌 새집... 잉? 새집? 새둥우리?! 비닐끈과 폐비닐을 물어다가 새집을 지었다. 여기서 새끼치고 나갔니?! 세상에... 어쩌다 집 자재를 이걸로 선택했니?! 전지를 하다보면 새둥우리를 많이 발견한다. 주로 작은 새들 집인데 참 아기자기하게 촘촘하게 잘 지었더라. 그러다 본 이 기상천외의 새집~ 폐비닐과 비닐끈으로 얼기설기 지은... 하도 신기하고 기맥히고 놀라워서 한참 보고 찍고 나무꾼 불러다 구경시키고 했다. 어떤 새가 이렇게 지었을까~ 참 궁금타... 오늘 매실나무 전지를 했다. 조금씩 조금씩 산녀가 하다가 집어치운 것을 나무꾼하고 오늘부터 시작했다. 나무꾼은 전동전지가위 산녀는 전동톱을 가지고 했는데 나무꾼이 전동가위를 갖고 하다가 산녀보고 그러더라... 어떻게 이 전동가위..

산골통신 2023.02.25

작은 산골마을에선...

마을 한 가운데 오래된 구옥이 폐가로 남아있다. 오랫동안 비어있다가 작년에 누가 터를 사서 다 부수고 창고를 짓는다한다. 마을 한바퀴 돌다가 그집 툇마루 밑에 있는 흰코 녀석을 만났다. 산녀를 보고 아웅 아웅 먼저 고개를 내밀고 아는척을 하더라. 이제 이 집 허물어지고 나면 너 어디로 갈래? 마을에 빈집이 자꾸 늘어난다. 그래도 울 동네가 젊은네가 가장 많다고 그런다는데 그 젊은네가 60 중반들이고 그네들이 나이들고나면 이제 후세가 없다. 오늘 마을회관에서 이장님이 오셔서 이런저런 마을 업무들을 보고 가셨다. 밥때가 되니 같이 비빔밥이라도 해먹자고 마을 아지매들이 나섰고 산녀도 공적인 일에는 참여를 하는지라 가서 거들고했지. 몇년 전만 해도 상을 차리면 10개 정도 폈어야 했는데 이젠 달랑 2개!!!!!..

산골통신 2023.02.24

나만 잘하면 된다!

주중에는 혼자 있고 주말엔 벅적벅적 바글바글하고 이제 그런 시스템으로 굴러간다. 산녀도 이젠 꾀가 생겨서 주중엔 푸지게 놀고 주말에 일손 있을때 몰아서 하기로 맘 묵었다. 아이들은 주로 도시생활하다가 휴식을 취하러 오지만 가끔 빡시게 일 시켜묵을 때가 있다. 주로 무거운 것들 옮기는 일~ 거름이라던가 무거운 화분이라던가~ 나무 자르고 옮기는 일이라던가~ 그때그때 당첨되는 일들을 하고 간다. 나무꾼은 밀린 산골 일들을 몰아서 던져주므로 밀린 숙제 하듯 해치우고 가곤 한다. 그러면 산녀는 주중에 할 일이 없다네... 신나는 거지 뭐! 이럴 때도 있어야 하는거 아녀?! 봄농사철 닥치기 전 원없이 놀아야지!!! 농번기 닥치면 땅강아지 신세가 되어야 하니께~ 지금 아니면 언제 노냐구!!! 아랫채 툇마루방을 만든 ..

산골통신 2023.02.22

장닭들 등쌀에~

장닭들 등쌀에 암탉 한 마리가 기어이 죽었다. 아무래도 션찮아보여서 은근 걱정이 되었는데 다음날 닭집에 가보니 죽어있더라. 장닭하고 암탉하고 성비균형이 안 맞아서 생긴 일이다. 장닭을 한 마리만 두고 싹 잡아먹거나 격리시키거나 했어야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래됐다. 혼자 하기 엄두가 안 나서 그랬더니만... 오늘 맘먹고 장닭들을 작은 마구로 격리시켰다. 총 여섯마리였는데 한 마리가 서열싸움에 죽고 이번에 암탉 한 마리가 시달리다가 죽고... 이건 산녀의 부주의함이로다... 아까 저녁에 나무꾼한테 후레쉬랑 푸대자루 들려서 보초세우고 산녀가 장닭들을 골라 잡아냈다. 죽겠다고 난리치는 놈들을 하나하나 잡아 푸대에 넣다가 아차 그만 한 마리 놓쳤다. 내일밤 다시 시도해야지! 작은 마구를 손봐서 옮겨뒀는데 내..

산골통신 2023.02.18

봄나물들~

첫 꽃이다. 어느새 모르게 피어있더라. 묵은 잎들을 정리해주니 빼꼼 내민 저 꽃들~ 큰 잎들에 비해 꽃들이 앙증맞다. 월동한 시금치다. 겨우내 자라는둥 만둥 땅바닥에 착 들러붙어 살다가 날이 따셔지면서 조금씩 키를 키우더라. 겨울에 얼어버린 바깥 잎들은 허옇게 시들었다. 냉이도 밭고랑에 착 들러붙어 호미질 두어 번에 저만치 캤다. 오늘 아침 반찬은 이걸로 당첨! 딱 두 접시 나오더라. 이제 땅도 녹아서 호미질이 가능하니까 냉이나 캐러댕겨야지! 이웃 갑장총각은 약초 캐는 괭이를 갖고 댕기던데~ 뭐 그리 무지하게 할 건 없고... 쪼글치고 앉아 놀면서 캐면 되는데 뭐~ 살짝 데쳐서 간장하고 들기름하고 조물조물 무쳐서 먹었다. 이제 슬슬 부지깽이나물도 뜯어먹어도 되고 냉이는 지천이고 월동시금치 부지런히 자라올..

산골통신 2023.02.18

벌써~

작년 가을에 캐서 보관해뒀던 글라디올라스 구근에 싹이 돋았다. 그냥 돋은 것도 아니고 쑥 자라있더라~ 한 10센치 정도!!! 어마~ 놀래서 다 꺼내보니 나머지 애들도 싹이 제법 나있으... 보관했던 방안 온도가 높았나?! 상자에 든 고구마들은 괜찮은데~ 고구마 꺼내려고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래서 꺼내왔다. 수선화 구근 두 봉지 프리지아 구근 네 봉지 뭐 이름이 낯선 구근 한 봉지 화분들을 꺼내서 하나하나 묻어줬다. 밖엔 아직 새벽으로 날이 차니 비닐하우스 안에 두었다. 다 찌그려져 사는 것 같던 송엽국이 오동통해지고 목단이 자줏빛 잎을 뾰족하니 내밀었더라... 진달래와 황철쭉이 꽃몽우리를 키워가고 있더라~ 글라디올러스 싹이다. 깊이 묻어주라헤서 길게 돋은 싹이 조만치만 땅 위로 나왔다. 매발톱인가? 씨뿌려..

산골통신 2023.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