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작은 산골마을에선...

산골통신 2023. 2. 24. 18:12

마을 한 가운데 오래된 구옥이 폐가로 남아있다.
오랫동안 비어있다가 작년에 누가 터를 사서 다 부수고 창고를 짓는다한다.
마을 한바퀴 돌다가 그집 툇마루 밑에 있는 흰코 녀석을 만났다.
산녀를 보고 아웅 아웅 먼저 고개를 내밀고 아는척을 하더라.

이제 이 집 허물어지고 나면 너 어디로 갈래?

마을에 빈집이 자꾸 늘어난다.
그래도 울 동네가 젊은네가 가장 많다고 그런다는데 그 젊은네가 60 중반들이고 그네들이 나이들고나면 이제 후세가 없다.

오늘 마을회관에서 이장님이 오셔서 이런저런 마을 업무들을 보고 가셨다.
밥때가 되니 같이 비빔밥이라도 해먹자고 마을 아지매들이 나섰고
산녀도 공적인 일에는 참여를 하는지라 가서 거들고했지.
몇년 전만 해도 상을 차리면 10개 정도 폈어야 했는데 이젠 달랑 2개!!!!!!!!
다시 봐도 2개뿐인기라... 은근 속으로 놀래서 몇개 더 내와야하지 않아요? 라고 했더니 됐단다!!!
집집마다 한명씩만 나왔으니 더 안 펴도 된단다.

전엔 상 차리고 앉고 하면 부엌에서 일한 아지매들은 앉을 데가 없어 부엌바닥에 둥그렇게 퍼질러앉아 밥을 먹었었다.
감히 어르신들 다 앉아계신 거실로 나가 먹을 순 없었으...
그러던게 불과 몇년 전...

이젠 상 10개가 아니라 달랑 2개도 남아 다같이 앉아 먹다니...
이런 격세지감이 있나그래...
그래도 우리 마을이 제일 사람이 많단다~ 오메...

두런두런 농사일 이야기 하고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재미난 이야기도 하고 등등 서너시간 놀다가 왔다.

다 할매 할배가 되어 휴대폰으로 손주 동영상 재롱 피우는거 보느라 자랑하느라 바쁘다!
손주는 커녕 아직도 결혼한 자식 하나 없는 산녀는 멀뚱멀뚱~

이젠 그런 세월이구나...
60이하의 젊은네는 없다!
우리 세대 마저 가고나면 이 마을은 어떤 모습이려나...
한때 한 학급정도 되는 아이들이 살았다고 하던데...
수십여 명의 아이들이 저 멀리 국민학교 댕긴다고 저 앞 개울을 바지 둥둥 걷어부치고 건너 댕겼는데...

이젠 잊어야 하겠구나...

루피너스가 다년생인줄은 몰랐다.
지금 3년째 싹을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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