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날 찾지않는 외로운 이 산장에~
흥얼흥얼 중얼거리며 일을 한다.
사람 하나 옆에 있고 없고 차이가 이리도 클 줄이야...
한 반년간 독거노인 신세가 되었었고 그 틈을 아이들이 간간이 메꿔주긴 했지만 바람처럼 오고가는 걸로는 그 틈새를 다 막긴 어려웠다.
괜찮아... 다 그렇게 사는 거지 뭐~ 빈둥지증후군이야!
부정을 해도 인정을 해도 딱히 현실은 바뀌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겨울이 닥쳤다.
긴긴 겨울을 어찌 보냈나 모르겠다.
그간 시간 날때 읽자고 모아두었던 책들을 쌓아두고 시간 죽이기를 시작했다.
그래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밑바닥에 차곡차곡 영역을 넓혀가더라.
가슴이 시리다는 것...
저미고 아프다는 것이 뭔지를 알았다.
그냥 그건 문학적인 표현인 줄 알았는데... 그냥 아무나라도 곁에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굳이 가족이 아니라도 괜찮아.
산골마을에 홀로 사는 노인네들이 하나둘 북망산 가시고 자식네로 합치시고 요양병원에 가시고... 점점 빈집이 늘어나고...
그 분들은 그 세월을 어찌 사셨을까. 무심히 건너다보고 넘어갔던 그 세월이 이제 내게도 닥치는구나.
예전에 읽었던 책에 그런게 있더라.
나이가 들면 또래나 젊은네를 말벗으로 삼아 같이 산다는... 가난한 친구나 친척이나 혹은 맘에 드는 사람을 말벗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사는 것!
그게 왜 필요한지 책을 읽을 때는 몰랐었다.
이젠 안다! 그래야만 세월을 이겨낼 수 있으니까.
참 현명한 현실적인 선택이지 싶다.
산골엔 사람의 인기척이 참 귀하다.
하루에 사람 그림자라도 보는 날이 드물다.
그래서 코로나로 닫혔던 마을회관이 열리자마자 북적이더라... 북적거린다고 표현이 그렇지~ 다섯 손가락~ 많아야 열 손가락 꼽을 수 있는 인원이 모인다.
10원짜리 화투판이 주로 벌어지고 점심 저녁 해먹은게 다다.
산녀는 그곳에 안 간다. 가장 어린 축에 속하기도 하지만 공적인 일에만 가고 그 외엔 잘 안 간다. 워낙 산녀가 사회성이 없기도 하고 대화의 일방통행이 힘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화는 오고가야하고 이어져야 하는데 그게 여엉 안되더라...
그리고 대부분 귀가 어두우셔서 대화 자체가 동문서답 우이독경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친구 하나라도 근처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을 품어보기도 했는데 나같은 친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라~
극히 드문 종족인가벼 산녀는!!!
집 줄게 땅 줄게~ 같이 일해줄게~ 해봐도 다들 말만 큰소리 땅땅치고 소식이 없다!
산녀가 가장 싫어하는 게 언행일치가 안되는 사람이다! 그간 큰소리쳤던 사람들 산녀 만나면 슬그머니 웃기만 한다. 니 죄를 니가 아는거지!!!
외로움은 약이 없다! 스스로 선택한 삶이므로...
겨울을 난 냉이 뿌리가 참 길기도 하다! 땅이 이제 완전히 녹아서 호미가 맘대로 들어간다.
썬룸에 들어앉아 다듬어냈다. 썬룸 안과 밖은 봄과 겨울 차이 정도?!
월동시금치도 간간이 뜯어먹어도 된다. 달달하니 먹을만하더라.
나물반찬 몇가지 해서 나무꾼 일터에 싸보내고 큰아이도 좀 싸줬다. 이놈이 말하길~ 전에는 나물먹기가 참 싫었는데 이젠 없어서 못 먹는다고!
도토리묵이랑 냉이랑 김치랑 등등 싸짊어지고 갔다.
썬룸 안에 진달래 몽우리가 커졌다. 내일이나 피려나~
작년봄 오일장 묘목상에서 공짜로 준 빨강 명자나무다. 우리가 묘목을 몇가지 사니 이건 돈 안 받겠다며 얹어준거다.
이렇게 이쁘게 꽃이 많이 필 줄은 몰랐네~
산녀는 타고나길 선머스마여서 뭘 이쁘게 하고 살지를 못한다.
그냥 되는대로 두고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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