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이웃 하나가 산녀를 꽃집아지매라 불렀다.
당신 며느리가 꽃집을 하는데 구경하러 오라고 했다나~
뭐 하여간 이 작은 골짝 마을에선 울집이 나름 꽃이 제일 많은 집이다!
실속없이 꽃이나 가꾸고 밭에는 풀투성이인 집구석이라는 말을 종종 듣지마는~
타고난 꼬라지가 이런걸 뭐 우짜라고...
생긴대로 살기로 했다!!!
오늘 먼데서 온 꽃모종이 있어 마치 봄맞이하듯 꽃을 심었다.
이름이 막 입에 붙지 않는 그런 귀한 꽃들인데 조심조심 들어 살살 심었다.
아차~ 상토에 먼저 심고 나중에 옮겨심으라하셨지!!!
뒤늦게 생각이 나서 다시 상토 한 푸대 헐어갖고 와서 다시 심었네 ㅎㅎㅎ
하는 김에 화분밖으로 막 늘어진 송엽국도 가지치기 한 다음에 자잘한 화분에 삽목을 해두었다. 가뭄에도 강하고 추위에도 어느정도 강하고 번식률이 어마무시해서 참 괜찮은 애다.
썬룸안은 햇살이 강하니 탁자 밑 그늘에 졸졸이 놔두었다.
이래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맙고 고마운 인연이다. 산녀가 꽃 좋아하는 건 타고난 거다.
울 아부지 꽃밭이 참 대단했었는데 꽃 가꾸고 새 키우면 돈이 나오나 먹을게 나오나~라고 하시는 울 어무이 성화에 원없이 못 가꾸고 못 즐기고 가셨지...
천상 선비처럼 글이나 읽고 사랑방 그득 문객들 떠들석하니 술한잔 나누는 걸 낙으로 아셨더랬지~
그러고보면 울 나무꾼이 울아부지하고 성향이 같구만~
울아부지 늙그막에 책심부름은 나무꾼이 다 했었지!
다른건 나무꾼은 꽃가꾸고 새 키우는데엔 별취미가 없다는 거... 만약 울 엄니가 산녀 살고 있는 꼬라지 보면 대번에 큰 소리 치시겠구만~ 도망가야지!!! ㅋ
오늘 하루는 꽃 심고 물 주고 끝이다.
썬룸 안에 있는 화분들에 호스 연결해서 물 주고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식구들에게도 긴 호스 연결해서 물을 줬다.
식구들이 많으니 물 주는 일도 오래걸리네~
겨우내 걷어놓았던 호스를 마당을 가로질러 비닐하우스까지 연결했다.
닭집으로 가는 물호스도 연결하고~
마당에 주는 물호스도 꺼내놓고~
이제 새벽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낮에는 영상으로 회복하니까 호스가 얼어터질 일은 없거든!
낑낑거리고 물주전자 들고 오르내리는 일은 안 해도 되겠구나!
새벽으로 살얼음이 얼기는 하는데 툭치면 깨지더라~ 그정도야 뭐~
비닐하우스 안 화분들에도 여기저기 싹이 트기 시작한다.
빈 화분인듯 그리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종종하니 새싹이 돋고 있더라.
오늘도 몇개 발견했다.
캄파눌라인지?! 못보던 싹이 올라왔던데 이 자리는 걔가 있던 곳이니 맞을거야! 다년생이라더니 올라오는구나!
봄이 늘 기다려지는 건 이런 새싹 보는 재미가 있어서다.
새싹이 돋을 무렵이 되면 산녀는 항상 구부린 자세로 땅만 내려다보고 댕긴다.
도시처자들이 이 달 중순 경에 온단다.
냉이 캐러 온다고 하는데 벌써 냉이는 꽃이 피고 있구마는~
그네들 오걸랑 마지막 시레기랑 우거지 삶고 청국장 한솥 앉혀 찧고 나물 좀 뜯고 캐고 산으로 들로 내로 봄맞이 산책 좀 해야지!
닭 좀 잡을까?
작년 서리배 병아리 7마리 중 4마리가 아 글씨~ 수탉이더라구!!! 그놈들도 마저 격리시켜놓고 차례차례 잡아묵어야지!
누가 달라는 사람 있으면 얼른 주겠구마는~
다들 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