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43

묵밭 개과천선

문전옥답이라고... 먼데 밭들은 묘목을 심어 버리고 집 가까운 밭들만 가꾸려고 작심했었다. 요즘 집에서 산까지 이어지는 천여 평 묵밭을 야금야금 파들어가고 있다. 생전 엄니가 그 너른 밭을 손수 가꾸셨는데 훌쩍 가신 뒤 그대로 묵혀져있다. 감나무 두릅나무 매실등 수백그루 심겨져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죽는 놈들이 생겨나고 차차 밭은 비어져 가고 묵밭이 되어갔다. 닭집근처부터 시작했다! 저 풀들을 나무꾼이 해결해주고 관리기나 트렉터가 들어가면 제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애매한 난코스다! 그렇다고 삽과 괭이를 들고 하자니 이건 쓰잘데기없는 중노동이다... 말 그대로 삽질이다! 해서 수없는 고민과 잔머리를 굴린 끝에 야금야금 조금씩 파들어가기로... 풀은 낫으로 대충 쳐내고 그 위에 시꺼먼 부직포를 낑낑거리고 ..

산골통신 2023.06.16

봉덕이의 농사

식전 일오재 텃밭 오이골 줄 얼기설기 매주고 나물밭 풀 매주고 등등 급한 불만 끄고 내려왔다. 낫으로 한바탕 쳐줘야 할 풀들이 눈에 밟혔지만 또 미뤄진다. 장마 오기 전 한바탕 낫춤을 춰야한다... 요새 매일 소나기가 퍼붓는다! 소나기 오기 전 우릉우릉 쾅쾅 요란벅적 하늘이 시끄럽다가 순식간에 양동이로 들이붓듯 퍼붓고 사라진다... 이건 동남아의 스콜같은거다~ 오기 전과 온 뒤의 하늘이 파랗다... 덕분에 마당이고 밭이고 물 주는 일이 수월해졌다. 다만 저 비에 풀들이 어마무시하게 자라는 걸 잘 봐야한다! 저거 지금 안 뽑으면 호미로도 안되고 낫으로도 안된다!!! 한 사나흘 작심하고 밭마다 돌았다!!! 비가 와서 흙이 말랑할때 풀뿌리가 깊이 안 박혔을때 지금이 적기다!!! 아 물론 제초제 뿌리면 일없지!..

산골통신 2023.06.15

등짝이 쑤시도록~

한나절을 등짝이 쑤시도록 방콕하여 뒹굴거렸다. 햇살이 뜨거워 문 밖을 나서기가 무시무시하다! 암막커튼을 창마다 문마다 둘러치고 햇빛 한줌도 못 들어오게 차단하고 들앉았다. 그러고는 해가 진 다음에야 바깥구경을 하러 나간다. 지난주 닭장 지붕에 차광막을 한겹 더 쳐준 일은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닭장에 들어가면 서늘한 것이 바람도 잘 통하고 참 좋더라~ 이번 주말에 오기로 한 손님 두 팀이 취소가 되었다. 속으로 얼마나 좋던지 덩실 춤을 추고 싶었다! 한 팀은 내일 온다고는 했는데 내 손님이 아니라 도시장정이 알아서 할 거니 힘들 일은 없다. 상추 모종이 두어 판 생겨서 그놈들 심어야하는데 텃밭에 빈 자리가 없네. 반은 심고 반은 내일 자리를 더 마련해서 심어야하겠다. 유카~ 드뎌 꽃이 피었다! 몇년 전 ..

산골통신 2023.06.09

이제 여름

덥다. 그늘만 찾아댕기고 션한 아침저녁으로만 일을 하게된다. 식전에 수세미 두 판 심을 밭고랑 장만하고 물 흠뻑 주고 수세미 모종을 날나리 심었다. 내년엔 저짝 놀고 있는 저짝 밭에 비닐하우스 골조를 꽂아 수세미터널을 만들어야겠다. 수세미랑 조롱박이랑 그런 애들만 심을 수 있게~ 두 군데 만들어서 호박이랑 오이덩굴도 올리고 그러면 좋겠다. 어데가서 머슴 하나 보쌈을 해와야 내 하고싶은 일들을 하고 살 수 있겠구마는... 심히 안타깝네!!! 하루 일 끝내고 해거름에 평상에 앉아 맥주 패트병 하나 까고 있다. 고추밭 구석 풀 한고랑 잡고~ 오늘 일 땡쳤다. 들깨가 싹이 안 튼다... 이 뭔 일인지 모르겠다. 두번이나 씨를 뿌려도 안 터서 이웃집에 씨앗 얻으러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다. 내일모레까지 안 트면 실..

산골통신 2023.06.07

의문...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그것도 이렇게 열성적으로... 암탉들 알품는 둥우리 만드는 일을 연 나흘째 하고 있다. 연구에 궁리에 안 돌아가는 머리 쥐어짜가며~ 말 억수로 안 듣는 암탉들 성질머리 상대해가면서... 닭집 안 먼지투성이 속에서... 극성스런 닭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왜?! 모르겠다. 한참 일하다가 문득 닭집 가운데 서서 이마를 짚고 고민 중이다. 이게 돈 버는 일도 아니고 병아리 까봤자 남 좋은 일이고 나 좋은 일은 뭐... 알 낳는 암탉들 더 생기고 잡아묵을 수탉들 더 생기는 것 외엔 없는데! 그것도 수입하곤 상관없는 다 먹고나눠주는 거... 에라 몰것다! 산녀 인생이 첨부터 시방까지 그러했는걸 뭐... 앞으로 뭐 별달리 달라질 것도 없고... 이제 닭들 조용해졌다. 이 글 ..

산골통신 2023.06.04

이러다가~

2023/05/30/해거름... 이러다가~ 병아리 까서 파는 장사로 나서도 되겠당! 오늘 드뎌 성호할매네 병아리 여섯마리 드렸다. 장장 한달하고도 스무한날 걸림! 근데 드리고 오는 중에 또 한 아지매 만났는데 어디 갔다오냐고 꼬치꼬치 물으셔... 그래 이실직고했지! 그랬더니 당신도 다섯마리 달라시네... 하이고 아지매요! 이제 병아리 없는디여~ 그럼 까서 키워 달란다! 그럼 스무한날하고 한달은 더 있어야 드릴 수 있어요! 그러느니 오일장 가서 사오시는게 더 빨라요. 그랬더니 오일장에 나오는 건 못 믿겠고 부화장에 가야 되는데 멀어서 못 간단다. 아들네들이 바빠서리... 그러니 무조건 까서 달라시네... 기다릴거란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좋았는데 몰랐다고 힌탄을 하시네... 흠흠흠... 졸지에 또 병아리 까..

산골통신 2023.05.30

하루종일 추적추적~

우산은 딱히 없어도 되는 그런 비~ 모자 덮어쓰고 나가면 맘대로 오갈 수 있는 그런 비~ 그래도 식물들에겐 대박 단비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흠뻑 줘도 현상유지만 될뿐 금새 목이 타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렇게 비같지 않은 비라도 하루종일 오는게 훨 낫다! 초록이 살아난다! 봉덕이는 하루죙일 마당에 안 나온다. 물을 끔찍이도 싫어하는지라... 흔들그네를 차지하고 대짜로 누워 꼼짝도 않네... 마당냥이들도 비 맞지 않는 처마 밑에 눌러붙어있고... 아궁이가 있는 정짓간을 애용하라고 문을 살짝 열어놔도 거긴 답답한지 안 들어간다. 다다음주가 망종인가~ 모든 곡식 씨앗을 심었다는 그런 절기라는데 이제 남은 작물은 콩하고 들깨 심기다. 그게 끝나면 단오겠지~ 꽹과리치고 북치고 장구치고 소나무 가지에 그네 메어 뛰고..

산골통신 2023.05.28

뱀사진 조심!

삼남매 냥이들이 수시로 뱀을 잡아온다. 뭐 잡는건 대환영인데... 제발 내 발 앞에 전시 좀 하덜덜 말라고오!!! 무심코 애들 밥그릇 근처에 뭐가 긴 것이 눈에 띄어~ 잉? 설마 뱀이 고양이사료 먹으려고 오진 않았을테고 이놈들이 또 잡아다놨구나!!!새끼뱀이고 유혈목이 주로 화사 너불띠기 꽃뱀이라고 불리는 애다. 독이 없는 풀뱀이라고 알려져있었지만 어금니 안쪽에 독이 있다고 조심하라네... 이건 뭐 지들이 먹으려고 밥그릇에 담아둔 건가?! 치울까 하다 냅뒀다. 나중에 간식으로 먹을 모양이지 뭐~ 이 산골짝에 뱀 억수로 많다. 늘 장화를 신고 다녀야하고 호신용으로 낫이든 지팡이든 괭이든 들고 다녀야 안심이 된다. 어제도 밭에 가다가 독사 한 마리 죽은거 봤다. 누가 사냥한 건지 모르지만 잡았으면 먹지 왜 저..

산골통신 2023.05.25

채송화

작년 화분에 씨앗이 떨어져 곁방살이하다가 이듬해 화분을 아예 차지해버린 채송화 식구들~그런 화분이 제법 많아서 따로 빼놨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 격인가?! 여기 원래 살던 애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식전 해가 올라오기 전부터 비닐하우스 안 청소를 했다. 빈 포트들 화분들 쓰고 던져둔 연장들 마구 쌓여져 있어서 모조리 꺼내 헛간에 쳐넣었다. 헛간도 보니 이거저거 어지러이 놓여있어서 본 김에 한바탕 정리정돈하고... 날이 제법 더워진다. 비소식이 간절하다. 이리 가물면 진딧물이 기승을 부릴텐데~ 씨앗은 뿌렸으나 싹이 안 튼 포트들을 다 엎었다. 이젠 장래가 없거든... 남은 모종은 들깨 수세미 금화규 범부채 타래붓꽃 아스파라거스 등이다. 올봄에 금화규를 대거 밭으로 내다 심었는데 고라니 녀석이 ..

산골통신 2023.05.25

느닷없는 채송화길~

식전에 삼동추씨앗을 거뒀다. 낫으로 대궁을 잘라 천막을 펴놓고 널어놨다. 하는김에 배추씨도 잘라다 널어두고~ 이러면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씨를 뿌리면 내년 이른 봄에 맛난 삼동추나물을 해먹을 수 있다. 배추씨앗도 수시로 뿌려서 나물해먹을 수 있고 김장배추용으로도 써도 되겠구나... 한번 해봐야지. 밭 헛고랑에 뭐가 소복소복 돋아나 있길래 호미로 쓱 긁어버리려고 손댔더니 하이고 이거 뭐냐?! 채송화 싹이 마치 들이부은듯 졸졸이 났어!!! 근처에 채송화가 있었나보다... 아이구 이거 어쩌니?! 여기 밭 갈아엎어야하는데~ 야들은 너무 어려서 캐옮기지도 못하겠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하나하나 캐서 주워담았다. 채송화는 생명력이 강해서 어려도 잘 살아붙더라. 해서 느닷없는 채송화싹 한 소쿠리씩이나 파들고 이리저리..

산골통신 202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