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의문...

산골통신 2023. 6. 4. 19:30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그것도 이렇게 열성적으로...

암탉들 알품는 둥우리 만드는 일을 연 나흘째 하고 있다.
연구에 궁리에 안 돌아가는 머리 쥐어짜가며~
말 억수로 안 듣는 암탉들 성질머리 상대해가면서...
닭집 안 먼지투성이 속에서...
극성스런 닭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왜?!

모르겠다.

한참 일하다가 문득 닭집 가운데 서서 이마를 짚고 고민 중이다.
이게 돈 버는 일도 아니고
병아리 까봤자 남 좋은 일이고 나 좋은 일은 뭐...
알 낳는 암탉들 더 생기고 잡아묵을 수탉들 더 생기는 것 외엔 없는데!
그것도 수입하곤 상관없는 다 먹고나눠주는 거...

에라 몰것다!
산녀 인생이 첨부터 시방까지 그러했는걸 뭐...
앞으로 뭐 별달리 달라질 것도 없고...

이제 닭들 조용해졌다.
이 글 치는 동안에 엄청 시끄러웠는데!


알품는 둥지 세 군데 만들어 모이랑 물이랑 둥지랑 만들어 넣고
사방 철망으로 마무리하고
대충 입구 통나무 끌고와서 막아두고
대충대강엉망으로 딱 산녀수준으로 급조했다!!!

이제 남은 일은 들어왔다가 도망간 암탉 한 마리 마저 잡아넣는 일...
이눔시키 세번이나 도망갔어!!! 너 두고보자!

이 와중에  작은놈 외국친구가 왔다가 이제 간다고 인사하러 온다네!!!
흐이그~ 이 엄마 일하느라고 먼지투성이여!!!
그냥 가면 안되겠니?! 인사 안해도 되는디...

탈탈탈~

외국인 친구가 잘놀고 먹고간다고 감사하다고 하직인사를 하러 닭집까지 올라왔다.
마침 산녀 손에는 방금 꺾은 아스파라거스 한줌이 들려있었고... 오늘 낳은 달걀 다섯개가 있었다네...
불쑥! 이거 줄까? 물으니 어메이징!!! 그러더라...
봉다리에 주섬주섬 싸줬다.
무쟈게 좋아하면서 또 오고 싶다더라...
산녀집은 이제 대를 이어 아이들 손님이 많아지게 생겼다.

문 닫아건다고 말 하기 무섭게 이번 주말에 도시장정이 일꾼 둘 대동하고 와서 무너진 담장 잔해 다 치워주고 갔다.
나 문 닫아건거 지켜질 수 있을까...
이또한 의문이다!

손님뒤치닥거리에 그만 널브러진 산녀를 대신해서 나무꾼이 밤늦게까지 뒷설거지를 싹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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