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하루종일 추적추적~

산골통신 2023. 5. 28. 20:33

우산은 딱히 없어도 되는 그런 비~
모자 덮어쓰고 나가면 맘대로 오갈 수 있는 그런 비~
그래도 식물들에겐 대박 단비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흠뻑 줘도 현상유지만 될뿐 금새 목이 타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렇게 비같지 않은 비라도 하루종일 오는게 훨 낫다!
초록이 살아난다!

봉덕이는 하루죙일 마당에 안 나온다.
물을 끔찍이도 싫어하는지라... 흔들그네를 차지하고 대짜로 누워 꼼짝도 않네...
마당냥이들도 비 맞지 않는 처마 밑에 눌러붙어있고...
아궁이가 있는 정짓간을 애용하라고 문을 살짝 열어놔도 거긴 답답한지 안 들어간다.

다다음주가 망종인가~
모든 곡식 씨앗을 심었다는 그런 절기라는데 이제 남은 작물은 콩하고 들깨 심기다.
그게 끝나면 단오겠지~ 꽹과리치고 북치고 장구치고 소나무 가지에 그네 메어 뛰고 노는~
이젠 그네가 있어도 뛸 아낙네들이 없네...
다들 할매들이라 그네 뛰다 낙상하면 큰일나!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그저 하릴없이 어정거리다가 들어온다.
그나마 아침저녁으로 물 주는 일이 중한 일과였는데~
하늘에서 그 일을 야무지게 대신 해주고 계신다.

이런 날에는 무얼 하며 보내야할까...

나무꾼 일터로 텃밭에서 뜯은 갖은 나물 다섯 바구니와 달걀 두 판을 실어보냈다.
반찬으로 만들어보낼까 하다가 그냥 보냈다.
다음주엔 대처 독거노인들 <밥집>으로  쌀 몇 가마 방아찧어 실어 보내기로 했다.
다들 밥은 먹고 살아야하니까~ 다행히 우린 나락이 좀 여유가 있으니까...
이번에 나락을 처분하고나면 올가을 추수하기 전까지 먹을 양식만 남을거다.

산골집에 오고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이젠 감당하기가 버겁다.
힘이 있을 때는 손님들이 오가도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이젠 손님 가고나면 그만 몸살이 나버린다.
기력이 예전같지 않다.

나무꾼의 건강도 현상유지만 그럭저럭 하는 중이고 해결되지 않은 집안일들이 산적하야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이젠 그간 인연 중한 이들만 오가게 하고 삽작문을 닫아걸기로 했다. 이젠 그래도 된다.
언제까지 무한정 들이닥치는 손님 뒷치닥거리를 해야하느냐고... 골병들겠어..
그들이 원하는 휠링을 이젠 더는 제공 못하겠다.
소통을 원했으나 늘 일방통행으로 끝나더라...
나도 좀 살아야지!  살려고 산골에 들어왔는데...

밤새 비가 내릴 모양이다.
이로써 당장 코앞의 가뭄은 해갈되겠다마는 이후 또다시 가물어버리면 말짱 도루묵일게고... 답은 없네~ 하늘 알아서 하시겄지!

개구리소리 요란타!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문...  (12) 2023.06.04
이러다가~  (16) 2023.05.30
뱀사진 조심!  (14) 2023.05.25
채송화  (8) 2023.05.25
느닷없는 채송화길~  (10) 202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