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
일오재 텃밭 오이골 줄 얼기설기 매주고 나물밭 풀 매주고 등등 급한 불만 끄고 내려왔다.
낫으로 한바탕 쳐줘야 할 풀들이 눈에 밟혔지만 또 미뤄진다.
장마 오기 전 한바탕 낫춤을 춰야한다...
요새 매일 소나기가 퍼붓는다!
소나기 오기 전 우릉우릉 쾅쾅 요란벅적 하늘이 시끄럽다가 순식간에 양동이로 들이붓듯 퍼붓고 사라진다...
이건 동남아의 스콜같은거다~
오기 전과 온 뒤의 하늘이 파랗다...
덕분에 마당이고 밭이고 물 주는 일이 수월해졌다.
다만 저 비에 풀들이 어마무시하게 자라는 걸 잘 봐야한다!
저거 지금 안 뽑으면 호미로도 안되고 낫으로도 안된다!!!
한 사나흘 작심하고 밭마다 돌았다!!!
비가 와서 흙이 말랑할때 풀뿌리가 깊이 안 박혔을때 지금이 적기다!!!
아 물론 제초제 뿌리면 일없지!!!
이웃들 밭은 마치 빗자루로 쓸은듯 깨끗하다~
우리 밭만 푸르딩딩하지...
대파밭 골골이 풀뽑기는 인격수양하기 아주 좋은 예다!!!
그래도 연장이 좋아서 그런대로 수월하게 끝났다.
긴칼호미로 고춧골 헛고랑 쓱쓱 긁어내고 이 밭 저 밭 고랑마다 긁어내니 잘 끝냈다...
식후 일은 마당 꽃밭 풀뽑기~
여기도 인격수양 맘 다스리기 최적의 장소다!
손으로 하나하나 일일이 세밀하게 뽑아야한다.
바랭이 강아지풀 질경이 쇠비름 닭의장풀 등등 장마철 앞두고 세력을 넓히는 저 풀들...
초장에 뿌리뽑아야한다!!!
장마 지나고 나면 그 뿌리가 질겨서 당해내지 못한다.
아무 생각없이 풀만 족쳤다!
하늘은 그새 우릉우릉 시끄럽다. 한바탕 쏟아질 모양이다.
그 전에 다 해치우자!
풀 한참 뽑다가 발견한 고구마싹... 한나 두이 서이~
누가 여그다 심었냐?!
올봄 고구마 몇 개가 사라진 일이 있었는데 그거냐?!
봉덕이가 먹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잊어버렸는데...
이놈이 언제 먹으려고 마당 여기저기 갖다 묻었구나...
이놈아~ 니가 시방 고구마 농사 지으려고 그런겨?!
하이고야~ ㅎㅎ
잘 심었네~
봉덕이의 고구마농사!!!
산딸기 따러 가야하는데 비가 와서 못 가겠구나~
산딸기도 해가 쨍쨍나야 달콤하다. 비오면 싱거워진다.
저 한 귀퉁이 뜯어먹은 건 필시 고라니 소행이다.
좀만 먹어라~ 내도 좀 먹어야한다...
매실 200여 키로 땄다.
몽땅 항아리에 설탕 들이붓고 처박았다~
더 딸지 말지 계획이 없다... 일손도 없거니와 수익도 없다.
자귀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나무꾼은 선녀가 하강했다고 하고
작은아이는 극락같다고 하더라.
마치 부채춤추는 선녀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