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즈음이면 꼭 안개가 낀다. 저어 아래 냇가를 따라 상류로 주욱 띠를 이뤄 안개가 줄 서 있다가 산으로 산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금새 우리 마을은 안개에 휩싸인 구름 속 선계?! 가 되지. 아랫녘에선 냇가 맞은편 우리 마을이 안 보이고 웃녁인 우리 마을에선 바깥 세상이 안 뵌다. 그러면 산녀는 뭐가 좋은진 몰라도 신나서 여기저기 쏘댕긴다. 그래봤자 동산에 해 올라오면 거짓말처럼 싹 사라지는 그 안갯속을... 마당 한켠 모과나무에서 모과 하나가 뚝 떨어져 산녀를 깜짝 놀래켰다. 모과나무는 집 가까이 심으면 안 된다. 모과가 떨어지면서 처마고 기와고 간에 다 깻박을 내거든!!! 할매집 뒤안 처마는 뒷집 모과나무가 다 깨버려 보기가 참 거시기하다... 뒷집에서도 미안했던지 모과나무를 베어버렸다나 어쨌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