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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산골 아침 안개...

이맘때 즈음이면 꼭 안개가 낀다. 저어 아래 냇가를 따라 상류로 주욱 띠를 이뤄 안개가 줄 서 있다가 산으로 산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금새 우리 마을은 안개에 휩싸인 구름 속 선계?! 가 되지. 아랫녘에선 냇가 맞은편 우리 마을이 안 보이고 웃녁인 우리 마을에선 바깥 세상이 안 뵌다. 그러면 산녀는 뭐가 좋은진 몰라도 신나서 여기저기 쏘댕긴다. 그래봤자 동산에 해 올라오면 거짓말처럼 싹 사라지는 그 안갯속을... 마당 한켠 모과나무에서 모과 하나가 뚝 떨어져 산녀를 깜짝 놀래켰다. 모과나무는 집 가까이 심으면 안 된다. 모과가 떨어지면서 처마고 기와고 간에 다 깻박을 내거든!!! 할매집 뒤안 처마는 뒷집 모과나무가 다 깨버려 보기가 참 거시기하다... 뒷집에서도 미안했던지 모과나무를 베어버렸다나 어쨌다나..

산골통신 2021.09.18

뭐든 하긴 한 날~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웃~ 몰러... 라고 할 그런 날... 하지만 쉬는 시간은 밥묵고 잠깐 눈 붙인 것 밖엔 없는디... 한 일을 찾자니 없으요... 식전에 닭집 문 열고 모이 주고 비닐하우스 안 물 주는 일이야 늘 정해진 일이고... 배추에 벌레 있나 없나 보고 잡는 것도 늘 하는 일이고 얼만치 자랐나 보고 뽑아먹거나 뜯어먹어도 되나 싶은 것들 거둬오는 것도 끼니 챙기느라 하는 일이고... 음... 머릿속을 헤집어 헤쳐 모여 줄 세워서 정리를 해보자! 부추낫을 들고 꽃이 지고 씨를 맺기 시작한 부추고랑을 싹 베어넘겼다. 좀 먹을만한 연한 애들은 한 양푼 베어와서 다듬어 겉절이 해놓고 얼가리 배추랑 무잎 솎아서 얘도 겉절이 해놓고 또 뭐시기냐... 벌초하러 온 도시장정 가는 차에 얼가리배..

산골통신 2021.09.16

금~화규 꽃.차

1차 꽃차 말리기 시도 실패~ 우거지꽃이 되어버렸다. 다시금 샅샅이 검색해 알아본 결과 건조 온도가 문제였다. 고온 건조가 아니라 저온 건조...40도에서 50도 사이! 그걸 모르고 보통 메리골드나 맨드라미 등등 꽃차 말리는 온도인 60도로 했으니 꽃이 우거지상이 되지... 쯔쯔... 금화규 꽃은 실온에 두면 무궁화처럼 또르르 말리면서 갈변하는 특성이 있는지라 꽃잎을 뒤로 착착 접어 넘겨서 꽃술을 드러내어 말리는 게 좋단다. 사실 꽃받침 있는 곳이 가장 더디 말려지니까 펼쳐 말리는 것이 좋긴 하다. 그리고 꽃술 하나 있는거 잘라낸다는데 그 이유가 독성이 있어서가 아니고 꽃알러지를 일으킬 수도 있단다. 없애고 안 없애고는 뭐 취향으로... 꽃받침도 떼어낸다는데 아이구 그거 일일이 못햐!!! 걍 둘래... ..

산골통신 2021.09.15

바쁘기도 하고 안 바쁘기도 하고...

매일 하루가 다르다. 바쁠땐 정신 가출할 정도로 바쁘고 안 바쁠땐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한가하고... 어제그제는 손님이 있어서 하루종일 쉴 새 없이 분주했다. 금화규 씨앗을 한줌 주고 간 어느 도시장정이 수확하러 온겨... 씨앗만 덜렁 주고 간 것을 산녀가 포트에 일일이 씨앗 넣어 물 주고 모종 키워서 본밭에 내다 심고 풀메주고 그랬지비... 완전 호구여 호구 ㅎㅎㅎ 지난번 1차 말린 것을 방앗간에 가서 빻아왔다. 고운 분말로 된 것을 환으로 만들어주는 곳에 가져다 주면 된다는데 환으로 만들어주는 곳이 이 근처는 없나벼... 해서 더 알아보기로 하고! 한번 물에 타서 먹으니 아무 맛도 없는 것이 왜그리 미끌거리고 끈적거리고 마치 물이끼같은 것이... 못 먹겠더만... 뭐 하여튼 좋다하니 더 말려보기로 ..

산골통신 2021.09.13

이게 뭘까?!

일을 안 하면 안 되는 강박증? 일을 안 하면 큰 일 날 것 같고 손해인 것 같고 게으른 사람인 것 같고 시간이 아깝고 저 귀한 햇살과 또 여름철엔 구름 그늘이 아깝고 또 아까워... 동동거리면서... 오늘 일 안 하면 내일 더 힘들어질 것 같고 올해 농사 망칠 것만 같고 동네 사람들한테 우사당할 것 같고 뭐 그런 생각들이 마구마구 든다. 그래서 한 며칠 맘 잡고 들일 안 하고 버텨봤다. 멍때리기 폰 부여잡고 놀기 친구들이랑 수다떨기 책 뒤적거리다 잠들기 인터넷 쇼핑몰이랑 책방 돌아댕기다 지름신 강림하사 지랄떨기 마당냥이들하고 봉덕이랑 놀기 다큐같은 볼만한 프로그램 찾아서 보기 드라마 영화는 몰입하거나 그러면 감정노동이 힘들어져서 잘 안 본다. 그래도 심심하면 맛난 것 만들어 먹고 놀기 집구석 정리정돈하..

산골통신 2021.09.09

그렇군...

오직 인간만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 인위적인 균을 만들어 퍼뜨리나보다. 그로인해 인류는 그 벌을 받겠지... 모더나 2차를 맞았다. 4주간격이 아니라 6주간격이 된건 뭐 물량 공급 차질 때문이라는데 우짜것노... 그래도 무사히 맞았으니 됐다 마... 아스 어쩌고 그 백신을 맞은 지인이 아파 죽다 살아난 걸 들은뒤라 모더나로 낙점 된 것이 참 다행이다 싶었네. 1차 때는 팔만 욱신거리고 말았다. 아니 새벽에 좀 부대꼈나?! 잠깐 그러다가 잠이 들었으니 약하게 지나간 모양... 한 사흘 팔만 아프다 말았다. 2차... 어제 맞고 왔는데 그날 저녁부터 팔이 묵지근하니 아파온다. 드뎌 시작하는군 싶어서 일찌감치 쉬고 있었다. 아 물론 아침하고 낮에 밭일을 좀 하긴 했지만... 어제 밤새 추위에 떨었다... 겨울..

산골통신 2021.09.07

뭔 날이냐?!

식전에 텃밭 비닐하우스 주변 풀 작살내고 수양벚나무 세 그루 심었지. 첨에는 간단하게 큰 풀만 치려고 했는데 하다보니 전체를 다 해치운겨... 뭐 하다보면 일 이렇게 되는 건 일상이여!!! 수양벚나무 다섯 그루가 있는데 어따 심느냐로 궁리 꽤나 하고 있었지비... 그러다 밭 둘레 울타리 삼아 심은 황매화덤불이랑 모감주나무가 뭔일인지 죽었더라고... 그래서 그 자리를 정리하고 수양벚나무 세 그루를 심었다. 잘 자라는 애들이니까 몇년 지나면 보기 좋게 클겨... 오늘은 모더나 2차 맞는 날... 시내 병원가서 나무꾼이랑 맞고 왔다. 오늘 하루 내일 한 사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란다... 음... 쉬긴 쉬어야 하는데... 고추밭 물 줘야 하는디... 그걸 까묵었는디... 우짜까 저짜까 궁리를 하다가 에라이..

산골통신 2021.09.06

하다하다...

이제 집안에 벌이... 장수말벌이라네... 도데체 어디에 집이 있고 어디서 들어오는지 당췌 몰라... 주로 주방 쪽에서 발견되어 샅샅이 뒤져봤는데... 그제 저녁에 마루 앞 출입구 위 처마에 벌집이 있어 그놈 에프킬라로 작살내고 장미덤불에 모과나무 가지 끝에 쌍살벌 집이 세 개 있어 그놈들 작살내고... 벽에 달린 환풍기가 의심스러워 거기도 막고... 그러고 나서 이제 안 들어오겠거니 했는데 가소롭다는듯 어제 아침에 한 마리 오늘 아침에 두 마리... 우짜자는겨어!!! 한 손에 파리채 한 손에 에프킬라~ 겁도 없이 잡아제낀다! 산골 사는 세금이 과하다... 오늘 식전 6시에 이 작은 산골마을 풀깍이 부역이 있었다. 마을 진입로 양쪽 풀들이 무성해서 남정네들은 예초기 울러매고 나오고 아낙네들은 낫들고 집합..

산골통신 2021.09.05

풀베고 또 베고...

오늘은 새벽부터 비소식이 있어 야무지게 쉬려고 했었지... 근데 밤새 비 안 와.. 식전에도 아침에도... 에라이~ 오늘도 일할 팔자구만!!! 나무꾼은 원판제초관리기를 몰고 산밭으로 가고 산녀는 풀베낫과 장대낫을 들고 풀베러 갔다. 닭집 둘레가 아주 험해서 길을 뚫어야 했고 텃밭 둘레 비탈도 난리가 나버렸고 언덕밭 비탈도 기가 맥혔다... 풀베낫과 장대낫 두 개를 들고 낫을 가는 휴대용 숫돌을 주머니에 넣고 나섰다! 자아... 저 정글을 어찌 뚫을꺼나!!! 평지는 나무꾼이 예초기로 한차례 지나가서 그나마 봐줄만 하고 비탈이 문제네... 풀베낫이 길어서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서 팍팍 척척 쳐가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간다. 큰키의 풀들은 대궁만 치면 넘어가는데 바랭이나 강아지풀 소꼴삐풀 쇠별꽃 등등 옆으로..

산골통신 2021.08.31

고추따기

세물째 고추를 못 따고 넘겨버렸다. 시기상으로 네물째 고추를 따야한다. 고추 달린채로 마르나 따서 말리나 그게 그거지 싶어 비 그치걸랑 따려고 기다렸지... 오늘 일손이 좀 있어서 따려고 했는데 새벽부터 비가 퍼붓네 그랴... 우짜라고오오오!!! 오후에 햇살이 쨍하고 나길래 해거름에 가서 딸거나 싶었지. 비닐하우스 일은 대낮엔 절대 못 하니께! 일사병 열사병 골고루 걸리고 싶으면 안 말림! 하우스병이라고 병명도 있더라!!! 해거름에 슬슬 나가서 따기 시작했다. 한사람이 두고랑씩 맡아서 따는데 고추가 첫물 두물때와 달리 좀 잘고 많아서 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 병이 중간쯤부터 왔는데 그리 심한건 아니어서 냅두기로 했다. 탄저병만 안 오면 되니께~ 따다가 바로 앞에서 유혈목이 비얌 한 마리 기어나와 후..

산골통신 2021.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