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즈음이면 꼭 안개가 낀다.
저어 아래 냇가를 따라 상류로 주욱 띠를 이뤄 안개가 줄 서 있다가
산으로 산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금새 우리 마을은 안개에 휩싸인 구름 속 선계?! 가 되지.
아랫녘에선 냇가 맞은편 우리 마을이 안 보이고
웃녁인 우리 마을에선 바깥 세상이 안 뵌다.
그러면 산녀는 뭐가 좋은진 몰라도 신나서 여기저기 쏘댕긴다.
그래봤자 동산에 해 올라오면 거짓말처럼 싹 사라지는 그 안갯속을...
마당 한켠 모과나무에서 모과 하나가 뚝 떨어져 산녀를 깜짝 놀래켰다.
모과나무는 집 가까이 심으면 안 된다.
모과가 떨어지면서 처마고 기와고 간에 다 깻박을 내거든!!!
할매집 뒤안 처마는 뒷집 모과나무가 다 깨버려 보기가 참 거시기하다...
뒷집에서도 미안했던지 모과나무를 베어버렸다나 어쨌다나...
아쉬람터 무 배추들은 잘 자라고 있다. 구석탱이 들깨도 그럭저럭 기름은 짜겠고...
헛고랑에 훌훌 뿌려둔 알타리무도 조금은 살아남았고...
나무꾼은 일찍부터 예초기 들고 여기저기 구석구석 풀을 치고 있다.
남들 제초제 치고 편히 쉬고 있을 그런 철에... 우린 아직도 예초기 울러메고 풀을 친다...
텃밭 한바퀴 돌아보면서 얼가리배추 몇 솎아오고 쪽파가 좀 자랐길래 솎아오고해서 반찬 후딱 만들었다.
요즘 반찬들이 온통 풀떼기인지라 오늘은 특별히 조기 한 마리 구웠네!
장수말벌 한 마리가 또 들어와 때려잡았다.
어디서 들어오는지 당췌 모르겠는데 하여간 징한 놈들이다!
오늘 저녁엔 에프킬라 들고 의심되는 곳 한 군데를 공략해야겠다.
설마 그곳은 아니겠지 싶은... 나무꾼도 허허 웃으며 고개를 흔든 곳인데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한동안 날이 맑을 예정이니 추석 앞두고 밀린 들일을 해야한다.
그래봤자 풀치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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