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가을비 추적추적~

산골통신 2021. 9. 29. 11:12








이 가을에 이런 비는 반갑잖은데...
딱 일 못하기 좋을만치 뿌린다.

고추는 이제 끝물 다 따서 건조기에 넣었고 다음주 쯤 고춧대 뽑을 일만 남겨두었다. 그러다 햇살 좋은 겨울 어느날 바짝 마른 고추들 거두면 되겠지. 재작년엔 그런 고추들로만 20근을 땄었다.
찜고추 지고추 튀김고추용으로는 텃밭하우스 안에 있는 고추로 충당하면 되니까 거기 고추는 뽑지 말고 늦게까지 놔둬봐야겠다.
날씨가 이래서 뭐든 말리기가 여엉 난감하다.
하루 햇살 좋으면 바짝 말릴 것들이 며칠이 지나도 그저그렇다...
어쩌다 파란 하늘 보이면 신기한듯 처다보게 된다구...

늦게나마 무순을 솎아내서 데쳐놨다.
십여 년 전인가 외지에서 이사온 이웃 아지매가 지나가다 보고서 한아름 얻어갔다. 너무너무 연하고 맛있다고 재료가 좋으니 맛도 좋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연거푸...
농사를 짓지않고 농사도 모르는 분들이라 산녀가 지나가면 뭐든 거들고 싶어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데...
워낙 혼자 일하고 혼자 지내는 세월이 길었던 산녀 습성상...
그냥 웃으며 나물만 한아름 안겨주고 일 다 했다고 괜찮다고 해버렸다나 ㅎㅎ

한데 아궁이를 하나 더 만들었다.
먼저 만든 아궁이는 솥뚜껑 삽겹살에 홀딱 빠진 도시장정들용으로 상납하고~
우리 가족들만의 아궁이를 하나 ㅎㅎ
빨간 벽돌로 만들면 이쁜데 몇개 없어서 브로크로 밑단을 쌓고 그 위에 얼기설기 빨간 벽돌을 얹어놨다.
여엉 뽀다구가 안 나서 궁시렁 대는 산녀를 보고서 나무꾼이 시내 나가면 좀 사올까 묻는 것을 냅두라 했다.
이래 만드나 저래 만드나 고기만 잘 궈먹으면 됐지 뭐~

아랫채 정짓간에 있는 가마솥을 떼어와 얹어가며 크기를 조절해 만들었다.
솥뚜껑삼겹살을 궈먹을 솥뚜껑이 가마솥보다 좀 작아서 한참 쌓았다 허물었다를 반복하다가
솥뚜껑을 쓸 때는 적벽돌을 엎어놓고 가마솥을 올려놓을땐 벽돌을 세우는~ ㅎㅎㅎ 꾀를 냈다나... 어쩔겨~ 그래라도 해야지!

어차피 아랫채 정짓간은 군불 때는 용도로만 필요하니까 가마솥은 굳이 필요가 없지 뭐...
한데에서 시레기 삶고 콩삶고 하면 되잖아...
그게 헛불 때는 거라고 불이 아까운 건 좀 있는데~
그거 몇 번이나 한다고...

고구마줄기도 삶아내고 무청도 삶아내고~ 아주 쓸만하다.
아이들이 호시탐탐 고기 궈먹을 궁리를 하고 있더라.
도시 친구들 놀러오라해서 해먹으라 했다. 재료 다 있으니까 니들은 고기랑 술만 사오면 되잖냐~
니들이 준비하고 해먹고 치우면 니네 엄마 힘들 것도 없다~ ㅎㅎ
스텐으로 된 식당용 긴 조리대가 하나 생겨서 그것도 갖다놨다.
거기다 차려먹으면 딱이여!

아이들은 별난 산녀 엄마를 만나 어려서부터 마당에 불 피워 마당밥을 해묵은지 오래라 ㅎㅎㅎ
도시 친구들 캠핑가고 야외에서 그릴에 숯불 피워 고기 궈먹는 것을 환장하고 로망으로 여기진 않는다.

가을 비에 무 배추가 잘 자란다.
쪽파와 대파가 좀 시들거리는데 비 그치면 좀 나을라나...
가을 풀이 싹이 터서 헛고랑들이 그득이다.
밭 흙 좀 마르걸랑 호미질을 해야겠네~ 올해 마지막 풀메기 호미질이 되려나...

보뜰에 나락들이 서서히 누렇게 익어간다.
가을비 탓으로 작황이 어떨란지 그게 좀 걱정이다마는...
작년엔 10월 20일 무렵 나락을 베었더라고~
올해는 언제가 될런지 모르지만 늦어도 11월 초에는 햅쌀밥을 먹을 수 있겠지?!
그렇게 가늠하고 남은 나락들을 처분하기로 했다.
방아를 찧으면 약 200여 키로 쌀이 나올듯한데 팔기는 오래된 정미기가 션찮아 상품성이 좀 낮아 힘들고 까만 풀씨를 다 뭇 걸러내더라고...

저기 도시 달동네에서 독거노인들이나 불우이웃 밥봉사를 하는 친구에게 보내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오셔서 밥을 드시진 못하고 도시락으로 대신한다고...
요새 쌀 후원이 줄어 어렵다고...
오랜만의 전화통화에 반가워하며 쌀 100여 키로 기부한다고 하니 더 반가워하더라...
우리야 뭐 먹고 남는거 나누는 거라 뭐 큰일도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구만...
일년에 한 번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다.
어쨌든 내가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니 고마운 일이지 뭐~
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해서 어제 오전에 방아를 찧는데 덜컥 시작부터 기계가 말썽을 부린다.
그간 기계 내부 청소를 게을리 한 결과 속에 나락이나 뭐니 채여서 그걸 다 끄집어내고서야 기계를 돌릴 수 있었다나~
해서 한참 나무꾼이랑 실갱이하고 궁시렁대가며 ㅎㅎㅎ
그리고 뉘랑 풀씨들을 일일이 골라내야 하는 일거리가 또 있어서 나무꾼이랑 산녀랑 머리 맞대고 궁시렁거리며 죄 주워냈다나~ ㅎㅎㅎ
뭐 어쨌든 우리 먹을 거랑 여유분 나락 좀 남기고 총 150여 키로 쌀을 찧었다.
어제 나무꾼 차에 실어보냈다!
햅쌀만치는 아니지만 금방 찧은 쌀이니 밥맛은 좋을거유~
좋은데 쓰슈!

가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도시 달동네 한 켠에 밥봉사 하는 공간 하나 마련해서
여기 산골에서 나는 이런저런 농작물들 철따라 올려보내면 어떨까...
뭐 그런 생각...
백퍼센트 감당은 못하지만 어느정도 외부 후원 받고 하면 유지는 되지 않으려나...
뭐 기존 하는 이 친구에게 보내도 되긴 한다마는...
뭐 그렇다고...

또 비가 퍼붓는다.
아랫채 툇마루에 앉아 비멍을 때리고 있다...
가을이 가을답지 않네...

어제 반가운 꽃 선물이 도착해서 화분 두 개에 나눠 심어놨다.
꽃송이가 하나씩 달린채로 와서 꽃도 보고..
이 가을 비를 맞으면 안될거 같아 텃밭 비닐하우스 안에 두고 물을 주었다.
어제 저녁에 가보니 누워있던 줄기가 일어서 있더라.
월동 잘 시켜봐야지~
꽃을 키우고 나누는 맘이 참 고맙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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