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죙일 오락가락 퍼붓다 그치다 하던 비가
밤새 그쳤다.
파란 하늘이 낯설어 한참 치다보다가 마당을 나섰다.
빗물에 아침이슬에 밭이며 작물들이 온통 젖어있어 밭일은 못 하고 흙 마르길 기다린다.
고구마줄기 두 판 말리는 거 햇살 좋은 곳으로 내다 놓고
그동안 청각이 하도 안 말라 그만 고추 말리는 건조기 안 한켠에 꾸겨 처넣었더니 하룻밤새 다 말랐더라~
산밭 고추비닐하우스 고추들에게 마지막 물을 흠뻑 주고 내려왔다.
가는 길에 봉덕이를 데리고 갔는데 이놈이 안하던 짓을 자꾸 하는 바람에...
자꾸 마을로 내려가서 돌아댕기고 싶어하더라구....
그래서 일하는 간간이 봉덕이를 불러들여야 했다나...
어제는 하도 봉덕이가 추적거리는 비때문에 시무룩해 있길래...
산녀도 하루죙일 심심해서리 비가 잠깐 우선한 틈에 봉덕이 데리고 산책을 나섰지비...
땜빵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한 마리 따라오네?!
쟈는 참 희한해...
쟈 말고 흰코 고양이도 잘 따라오고 노랭이도 잘 따라온다.
개 산책가는데 따라댕기는 고양이들 ㅎㅎㅎ
가다가 날씨가 또 하수상해져서 비 퍼부을새라 가다가 중간쯤에서 되돌아왔다.
집에 와서 평상에 앉자마자 퍼붓는 빗줄기...
타이밍 죽이네!!!
하마터면 저 비를 다 맞을 뻔 했자노!!!
마당에 국화가 피어오른다.
산국이 씨가 날라와 모과나무 아래 수년째 자라고 있는데 올해도 꽃이 장관일거라~
감국이랑 자잘한 국화들이 꽃몽우리를 맺고 있고 백설기같은 부지깽이꽃이 볼만하다.
구절초가 하얗게 피어오르고...
코스모스가 여기저기 지들맘대로 피어난다. 내는 심은 적이 없으요...
풍접초가 아직까지 피고 나팔꽃이랑 보랏빛 개미취도 봐줄만하다.
봉숭아가 늦게까지 나 여기있어~ 하고 피고 있고
참취꽃이 이제 막바지 피어난다.
가을 꽃이 그닥 없는데 찾아보면 제법인기라...
간만의 파란 하늘이 아까워 이런저런 나물들을 내다 말리고 있다.
도시에서 엄마 잃고 먼지투성이가 되어 차밑에서 구출된 아기고양이 한 마리...
이젠 봉덕이 전용인 흔들그네를 떡하니 차지하고 산다.
아무도 이놈을 말릴 수 없다. 나는요 철부지 개구쟁이래요... 얼굴에 써있다!
오래전 도시에서 귀양온 도도한 도시냥이 지지와 봉이자매는 이놈에게 치여서 이 구석 저 구석 처박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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