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57

길을 걷다가 만난...

저 아이를 보고 그 자리에 멈춰 가만 있었다. 워낙 재빠른 아이니까... 쟤도 산녀를 발견하고 경계를 하며 우물쭈물 가던 길 갈까 말까를 고민하는듯... 저리 한참을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먼저 움직이는 쪽이 지는겨?! ㅎㅎ 결국 갈길 급한 산녀가 먼저 발을 떼었고 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가다가 또 한 마리를 만났는데 풀섶으로 들어가서 찍지는 못했다. 이짝에 도토리랑 밤이 없는데 소나무숲밖엔 없는데 어쩐 일일까... 너무나도 작아서 줌을 했는데도 사진으로 보면 금방 찾기가 쉽지 않다. 마당 흔들그네 앞에 나비수국이 피었다. 키하고 잎은 멀대같이 큰데 꽃은 참말이지... 식전에 무싹을 밭에 심고 왔다. 72구짜리 한 판 다 들어갔다. 한판은 놔뒀다가 나물로 먹던지... 이 실험이 성공하려나... 배추도 ..

산골통신 2020.09.06

꽃밭인지 나물밭인지...

여엉 당췌 모르겠는 밭이 산녀네 밭이다. 텃밭으로 쓰고 있는 닭집앞 밭이다. 소마구를 짓고 거름칸을 짓는 바람에 밭이 작아졌지만 이 밭 흙이 오복토라 그러더라. 돌 하나 없이 마치 포실포실 떡가루같은 그런 흙이다. 이 밭이 바람골이고 마을에선 지대가 높아 여기 서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어느 누가 다녀가면서 이 터가 명당이라 그러기도 했었다. 하긴 산녀가 봐도 여기다 집을 지으면 눈도 시원하고 토질도 좋고 배수도 잘 되고 등등 참 좋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 궁벽한 산골에 먹고살게 뭐가 있어 뉘 들어오나... 있는 땅도 묵혀지는 판에~ 언젠가 상추모종을 옮겨 심으면서 과꽃이랑 족두리꽃이 따라왔나 보더라. 모종판에 물을 줄 때 씨앗이 튀었나벼... 그러니 상추골에 저리 자라지. 이뻐서 냅두고 있다..

산골통신 2020.09.05

종이책과 전자책

차츰 종이책과 멀어진다. 노상 컴 아니면 폰을 들고 모든 일상을 해결하니 책을 들고 있을 새가 없고 눈이 침침해져서 작은 글씨를 들여다보기가 좀 버겁다. 오래전 70년대 읽었던 책이 눈에 띄어 꺼내봤다. 어찌 이 작은 글씨 세로로 된 글을 읽었을까... 그때는 다 이렇게 인쇄가 되어 나왔었지. 책값이 비싸 삼중당인가 삼성당인가 거기서 나온 손바닥만한 책을 주로 구해 읽었었고 한국문학전집 12권~ 책 한 권을 한손으로 들기 벅찬 두께였다. 그 책들을 다락방에서 밤새워 읽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다시 읽어보려해도 이젠 안되겠다. 그땐 엄청 시력이 좋았었나벼 ㅎㅎ 박경리의 저서 중 토지 보다는 김약국의딸들을 더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토지보다 김약국의딸들을 먼저 읽었던 이유도 있겠고 토지의 주인공이 맘에 안..

산골통신 2020.09.01

게글뱅이 낮잠자기 좋은 날...

날이 잔뜩 흐리다. 아침에 잠깐 비가 뿌리긴 했는데 그냥 흙만 적실 정도... 그건 비 축에도 안 속하지! 기온이 많이 떨어져 그리 덥지는 않더라. 그래 일 좀 했으면 싶은데 딱히 손에 잡히는 일이 없네. 배추밭 두 군데 휘휘 둘러보고 물 좀 주고 알타리무씨 파종하고나니 딱히 할 일이 없어... 이런 날 부지런한 사람 일쳐내기 좋고 게글뱅이 낮잠자기 좋다고 노상 할매 말씀하시곤 했었지. 낮에 좀 쉬다가 흐린 날이 아까와 서너시 경에 들에 나왔다. 이웃들은 콩밭에서 살더라~ 요즘 콩밭에 뭔 일이 있을까 싶지만 그네들은 일이 있는가벼... 드문드문난 무싹을 더 보충할까 더 두고볼까 궁리를 하다가 모종판 두 개에 상토 들이붓고 무씨를 부었다. 이게 낫지 싶네. 일주일 정도 기다려봤다가 정 안 나면 그 곳만 보..

산골통신 2020.08.31

비가 잠시 그친 날...

이런 날엔 밀린 일을 해야한다. 또 태풍인지 뭔지 온다고 들쌀을 대니 미리미리 해놓을 일들도 많고... 산골살이는 이렇게 늘 일이 있고 일이 생긴다. 가끔 심심하고 지겨울 때도 있지만 그건 주로 일을 할 수 없는 밤에... 읽을 책이나 영화같은 것이 있으면 시간 죽이긴 꽤 괜찮은데 여즘 그닥 땡기는 것들이 없다. 알타리무 씨앗 봉지를 주머니에 넣고 댕긴지가 며칠이다. 뿌릴라 치면 비가 오고 소낙비 퍼붓고 해서 하루이틀 미뤘더니만... 오늘 한 사날 하늘이 빠끔하다니 때는 이때다 싶어 아침 눈 뜨자마자 씨앗봉지 챙겨갖고 나왔다. 닭집에 들러 모이랑 물이랑 살펴주고 문 열어주고... 건조기에 말리고 있는 정구지 더 바싹하게 시간 연장 더 해주고 내처 어제 모종한 배추밭에 들러 밤새 안녕한가 살피고 텃밭 비닐..

산골통신 2020.08.31

배추 모종하기~

72구 짜리 트레이 모종판 7개 총 504포기 배추 씨앗을 넣어 키우다. 밭에 직파를 하면 새들이 쪼아먹기도 하지만 씨앗 발아가 되면서 살아남기가 좀 힘들더라구... 그래서 씨앗 심고 그 위에 신문지나 풀이나 짚 등을 덮어서 보호를 해가며 심었었는데 모종판이 생기면서부터 다들 모종으로 키워 심게 되었다. 배추 모종을 키울 새가 없어 그냥 장에 가서 모종을 사다 했었는데 올해 한번 해보기로 하고 트레이에 파종을 해봤다. 잘 크더라... 아침저녁 물 주며 들여다 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녀... 본잎이 여섯장 정도 되면 내다 심으라고 했는데 씨앗 파종이 늦어 다섯장 째 나왔길래 에라 모르겠다~ 너 너른 밭에 가서 살아라~ 하고 오늘 식전에 갖다 심었다. 하루에 한번 스콜같은 소낙비가 쏟아지는데 잘 견디려나 모르..

산골통신 2020.08.30

저 정구지를 어찌할꺼나~

정구지밭을 늘리는 것이 아니었으... 그냥 있는 정구지들 뿌리를 갈라 심는 것이 훨 현명했는데... 꽃대가 올라와 꽃이 이쁘길래 냅뒀다가 씨가 맺히길래 아까워서 냅뒀다가 씨를 받았지. 그걸 다 뿌렸네?! 죄다 조르르 싹이 텄네?! 그걸 또 밭 구석탱이에 줄줄이 심었네?! 이야... 참 잘 자라더만... 올해같이 비가 잦은 날씨에 엄청나게 잘 자라더만... 하릴없이 그냥 베어넘기기도 여러 번... 꽃대가 올라와 베어내기도 여러 번... 이번엔 하도 아까워서 한 바구니는 베어서 무침 두 통 해놓고 두 바구니는 저리 씻어 건져서 건조기에 드립다 쳐넣었다!!! 어느날 무심코 부추를 어찌하면 잘 묵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검색을 하던 차! 부추 가루를 만들어 묵는댜!!! 허걱!!! 이렇게 좋은 생각이?! 문득 파..

산골통신 2020.08.29

눈탱이 밤탱이~

꼭 요맘때 벌이나 물것들에게 많이 물린다. 벌은 있는 곳이 대충 정해져 있고 나름 조심해서 댕기기 때문에 덜 물리긴 하는데 정체모를 이 무는 놈은 도무지 모르겠다. 한번 물리면 엄청 아프고 붓고 가렵고 ㅠㅠ 물렸을때 피 한 방울이 주르르... 흐르는 걸 봐서는 흡혈 곤충인데... 쇠파리? 먹파리?! 실물을 못 봐서 당췌 알 수가 없다. 아까 텃밭 고랑고랑 기댕기면서 풀을 작살내고 있던 중 우르릉~ 소나기가 퍼부어 처마밑으로 피신했다가 소나기 지나간 다음 다시 겨나가 풀을 메고 또 소나기 퍼부어서 피신~ 그러길 서너번 했다나... 그래도 이렇게 덜 더울때 일을 해야만 좋기 때문에 기를 쓰고 일을 마무리했다. 한참 하다가 뭔가가 부옇게 날아오르는데 손으로 휘휘~ 따끔 욱신 얼굴이 난리가 났다. 언뜻 보기엔 ..

산골통신 2020.08.27

태풍이 온다기에~

서둘러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산녀는 김장 무배추밭에 거름 더 깔고 흙뒤집기~ 식전에 다 하고 나무꾼은 휴경지로 남기기로 한 윗밭 풀을 예봉을 꺾는 의미로 예초기로 다 쳐버리고... 닭집 주위 언덕밭 주위 풀들을 돌아가며 쳐냈다. 지금도 나무꾼은 원판제초기로 막둥이군인아저씨는 예초기로 뒷골밭 풀 치고 있다. 이 군인아저씨가 휴가라고 나왔는데 그만 코로나 시국에 복귀를 못하고 있다. 전역까지 남은 휴가를 다 까묵고 있어서 표정이 좋지가 못하다 ㅎㅎ 대신 이 일 저 일 닥치는대로 하려고 해서 거름푸대랑 예초기를 들려줬다. 나무꾼하고 군인아저씨가 텃밭 비닐하우스 안에 거름깔고 로타리쳐줘서~ 산녀가 괭이 하나 들고 들어가 고랑 세 개 만들어 놓고 배추모종 심다가 남으면 여기 심으려고... 닭집앞 밭 귀퉁이..

산골통신 2020.08.26

김장 무 배추 갈자~

모든게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지... 고추밭이 작살난 뒤 저 밭을 어찌할 것인가 궁리 끝에 무 배추를 갈기로 한 밭을 휴경을 시키고 고추밭 기존 거름끼가 아까우니 그 고랑에 무 배추를 갈면 좋다고 이웃 아지매들이 이구동성으로 권유... 고추가 워낙 거름을 많이 하는 작물이니까... 중간에 뽑아냈으니 거름끼가 엄청 좋을거라고... 웃거름 조금 하면 된다고 다들 그러셔서리... 나무꾼이랑 같이 고춧대를 뽑고 말목 뽑고 줄 정리하고 나니 밭이 휑댕그레... 예초기로 헛고랑 풀을 싹 정리해줬다. 역시 기계힘이 좋아!!! 안쪽 8고랑을 정리해서 무씨앗을 묻고 바깥쪽 6고랑을 정리해서 배추모종을 심기로 했다. 배추모종은 이제 본잎이 3잎째 나왔다. 이웃들 모종은 옮겨심어도 될 정도로 컸더라. 배추모종을 장에서 사다..

산골통신 2020.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