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엔 밀린 일을 해야한다.
또 태풍인지 뭔지 온다고 들쌀을 대니 미리미리 해놓을 일들도 많고...
산골살이는 이렇게 늘 일이 있고 일이 생긴다.
가끔 심심하고 지겨울 때도 있지만 그건 주로 일을 할 수 없는 밤에...
읽을 책이나 영화같은 것이 있으면 시간 죽이긴 꽤 괜찮은데
여즘 그닥 땡기는 것들이 없다.
알타리무 씨앗 봉지를 주머니에 넣고 댕긴지가 며칠이다.
뿌릴라 치면 비가 오고 소낙비 퍼붓고 해서 하루이틀 미뤘더니만...
오늘 한 사날 하늘이 빠끔하다니 때는 이때다 싶어
아침 눈 뜨자마자 씨앗봉지 챙겨갖고 나왔다.
닭집에 들러 모이랑 물이랑 살펴주고 문 열어주고...
건조기에 말리고 있는 정구지 더 바싹하게 시간 연장 더 해주고
내처 어제 모종한 배추밭에 들러 밤새 안녕한가 살피고
텃밭 비닐하우스 안에 모종한 배추고랑에 물을 좀더 뿌려주고
헛고랑에는 산에서 내려온 물이 들이쳐서 질퍽하다.
하우스 안에 살고있는 애들 물 좀 주고...
풀을 언제 한번 긁어줘야겠네... 한동안 무심했더니만...
배추모종들은 어젯 저녁 퍼붓는 소낙비를 그대로 맞은지라 조금은 정신을 못 차리는 듯...
오늘 날이 흐리고 비는 안 온다하니 금새 깨어날겨...
무싹은 계속 돋아나고 있는 중인가본데 예년만치는 못하다.
솎아낼 무싹이 별로 없으...
헛고랑 풀은 다시금 올라오고... 나무꾼한테 좀더 기다렸다가 전체적으로 쳐달라고 부탁했다.
이게 밭인지 풀밭인지 구분이 안 가지만 그래도 우짜겠노...
이리라도 가꿔먹어야지.
이리 질퍽한 밭을 갈아엎을 수가 없다고라...
닭집앞 텃밭에 알타리무 씨앗을 한고랑 파종했다.
갈아엎어서 골을 기려서 뿌리면 좋은데 또 비 소식이 있다하니 흙이 쓸려내려갈까봐 대충 괭이로 골을 그려 씨앗을 묻었다.
북 주고 고랑 다듬는 건 비 좀 어지간히 안 온다할 때 그때나 해야겠다.
이 밭은 헛고랑과 본고랑 구분이 안 가~ ㅎㅎ 평평해져버렸으...
오이가 막바지로 달리고 상추는 달랑 몇 포기만 살아남아있고 대파는 한 곳에 몰아심어놔서 아직까진 봐줄만하고
삼동추 씨앗을 빈자리에 뿌려뒀더니 그새 싹이 돋았다. 참 빨라 쟤는...
고들빼기는 영 소식이 없고 쑥갓이 다문다문 돋기 시작했다.
정구지는 살판이 났고~
그리 베어냈는데도 저리 또 돋아나는 것 좀 보소!
토란도 그만하면 씨앗은 나오겠고 아스파라거스가 살아남았고
더덕은 흔적없이 녹아버렸다. 뿌리가 살아있으려나...
다른 밭에는 가볼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뒷골밭에 풀은 쳐냈으니 한동안 안 가봐도 되겠고
산밭이 문제인데 이제 시간 좀 나니 들러볼까 싶고...
동미밭은 휴경하기로 했으니 냅두고...
언덕밭이랑 산나물밭은 풀 쳐줬으니 또 냅두고...
나머지 자잘한 밭들도 대충 둘러보고 내년 봄에 봅세~ 하고 그냥 지나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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