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꽃밭인지 나물밭인지...

산골통신 2020. 9. 5. 07:58

















여엉 당췌 모르겠는 밭이 산녀네 밭이다.
텃밭으로 쓰고 있는 닭집앞 밭이다. 소마구를 짓고 거름칸을 짓는 바람에 밭이 작아졌지만 이 밭 흙이 오복토라 그러더라.
돌 하나 없이 마치 포실포실 떡가루같은 그런 흙이다.

이 밭이 바람골이고 마을에선 지대가 높아 여기 서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어느 누가 다녀가면서 이 터가 명당이라 그러기도 했었다.
하긴 산녀가 봐도 여기다 집을 지으면 눈도 시원하고 토질도 좋고 배수도 잘 되고 등등 참 좋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 궁벽한 산골에 먹고살게 뭐가 있어 뉘 들어오나... 있는 땅도 묵혀지는 판에~

언젠가 상추모종을 옮겨 심으면서 과꽃이랑 족두리꽃이 따라왔나 보더라.
모종판에 물을 줄 때 씨앗이 튀었나벼...
그러니 상추골에 저리 자라지.

이뻐서 냅두고 있다. 분홍 과꽃이 이쁜데 분홍 족두리꽃이 이쁜데 보라색과 흰색이 피더라. 뭐 괜찮아 쟈들도 이뻐!

쪽파가 일제히 싹이 텄고 삼동추도 바글바글 올라오고
알타리무싹도 오글오글~ 골따라 올라오고
정구지는 베어낸지 얼마나 됐다고 또 저리 자랐고
대파는 이번 태풍에 죄 자빠져서 북을 좀 두둑히 줘야 하는데
또 태풍이 온다하니 지나간 다음에 북돋아주려고 냅두고 있다.
아스파라거스가 저리 자라는 줄 몰랐다. 내년 봄이 기대가 되는구만...
토란은 감나무밑 구석탱이에 묻어뒀더니 그럭저럭 자라고 있고
오이는 씨할 놈 하나만 남기고 다 치워야겠고
상추는 꼴이 우습다... 상추는 세번째 파종을 했는데 달랑 세 포기만 싹터 자라고 영 종무소식이다.

언덕배기 산나물밭은 다 캐서 산밭으로 옮기고
여기는 마늘양파밭으로 만들어야겠다. 풀 때문에 진절머리가 나서...

무 배추밭은 갈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여기저기 모종이 시들어 죽어나간다.
약을 치고 싶어도 무슨 약을 쳐야할지 감도 안 잡히고...
하도 비가 잦아서 수분과다인듯 한데...
그건 날씨가 그러니 어찌해줄 도리가 ...
무씨를 모종판에 부어 두 판 키우고 있는데 날이 좀 개이면 그놈들이나 군데군데 모들궈줘야지. 밭이 형편없다.

식전 일과를 일찌감치 끝내고 마당 흔들그네에 나와 앉아있다.
날이 잔뜩 흐리다.

노각오이 세 개 따오고 가을 달래 좀 캐오고 깻잎이랑 당귀잎이랑 바질이랑 정구지 한줌 풋고추 조금
갈치 한 마리 구워 아침밥 해묵어야지.

새벽에 화장실에서 이따만한 지네 한놈 잡아족쳤다. 또 슬금슬금 나오는구만... 한동안 뜸하더니...

태풍이 온다는데 지나간 다음에 공사를 했으면 좋겠구마는...
내일 포크레인이 온다니 좀 걱정이다.
우리 입맛대로 일정을 조율할 수가 없으니 되는대로 상황에 맡긴다.

조만간 나무꾼 손님들이 대거 들이닥쳐서 보름가까이 묵어간단다...
큰일거리다...
머리속 맘속을 탈탈 비워야겠다. 씨잘데기없는 잡념들이 끼기 전에...

옛 조사 한 분이 왈~
애쓸 것 없다!

라고
그 말이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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