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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 7월에...

그야말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정어정거리며 돌아댕긴다. 절기는 못 속여서 식전 마당에 나서면 풀잎들이고 뭐고 이슬 그득... 샘가에 둔 작업방석~ 덥석 앉았다간 엉디 다 젖어... 햇살이 나날이 쨍쨍이라 아침저녁 비닐하우스 모종들하고 마당 화분들에 물 주는 일이 큰일이 되어버렸다. 습도가 없이 쨍쨍이니 금새 흙 수분이 말라버려 하루에 한번 주는 걸로 지탱이 안 되는가보더라. 밭으로 닭집으로 한바퀴 돌다가 만난 이웃 오라비~ 쪽파 묻으러 간다고... 김장철 무렵에 쪽파 먹으려면 지금 심으면 좋지. 산녀도 후딱 들어와 갈무리해둔 쪽파씨앗을 담아들고 밭으로 갔다. 고랑 하나 파제껴서 달구똥거름 듬뿍 뿌려 긁적인다음 골을 기려 쪽파씨알을 하나하나 줄줄이 놓은 다음 살짝 흙을 덮는다. 너무 깊이 안 묻어도 되는데 ..

산골통신 2020.08.21

여름 농사는 풀하고...

여름 농사일을 착실히 해야 가을에 얻어묵을 것이 있다라는 말을 올 여름 절절히 느끼고 또 느낀다. 덥다고 일 안 하고 비온다고 안 하고 갖은 핑게 대며 탱탱 놀면... 논밭에 벼와 작물대신 풀농사 푸지게 짓는 거지. 병충해 잔치를 벌리고... 산골이웃들은 비가오나 바람부나 늘 밭에 나가 뭔 일이던지 하더라... 올봄 감자심고 캔 밭에는 바랭이풀밭이 되었고 고추밭은 탄저병 등등으로 초토화~ 장래가 없어 다 뽑아내야 하고 여기저기 자잘한 텃밭만이 밭구실을 하고 있다. 산밭에는 안 가본지 꽤 된다. 농사일에 기계가 할 일이 있고 사람 손으로 해야할 일이 있는데 제초제를 치지 않는 이상 예초기가 활약을 해야하는데 일손이 허구헌날 바깥일로 어데가고 없으니 풀들이 제세상을 만났다. 꽃밭을 만들어 놓은 곳도 풀들로 ..

산골통신 2020.08.18

오지 아닌 산골살이...

산골살이는 적막하다. 치열한 고독과 늘 마주해야한다. 가슴이 욱신거리고 울컥하는 일이 잦다. 무념무상으로 농사일이던 뭐든 일을 찾아하며 시간을 죽여야 한다. 식전 해뜨기 전에 나가서 해가 중천으로 올라오면 들어온다. 다시금 해가 서산으로 떨어질 무렵 나가서 땅거미가 검게 드리워지면 들어온다. 매일매일 일과가 대개 그러하다. 이건 여름 일과다... 여름에 대낮엔 일 못한다... 봄가을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게 되지. 겨울엔 햇살이 올라오면 일나가고... 뉘 일 안 한다고 뭐라 할 사람 없고 일 하라고 재촉하는 이 없다. 일 하지 말라고 하는 이 또한 없다. 다만 안 하면 안 되니 할 뿐이다. 집이라고 오래되었지만 하나 있고 전답이 있으니 일거리는 늘 넘쳐난다. 때로 사람 구경하기 힘드니 닭이라도 키워..

산골통신 2020.08.17

가을 농사 뭐부터?!

삼동추 파종 고수 파종 월동시금치 파종 고들빼기 파종 쪽파 심기 시레기무씨 파종 배추모종 들깨씨앗 파종 상추씨앗 파종 !!!!!! 씨앗봉지 상자 다 꺼내놓고 줄세운다. 가장 급한 것이 무 배추 상추... 나머지는 천처이 가을바람 불면 해도 된다. 문제는 들깨인데 씨를 거둘 것이 아니고 잎만 먹을 거니까 모종을 구해서 심으면 되는데 그 모종을 파는 업체가 두번이나 잘못 배송을 하는 바람에 한달여 허비를 했다. 그래도 어째... 환불보다는 보내달라해야지. 헌데 연휴가 끼었네?! 낭패다. 천상 다음주에 환불이거나 배송을 받거나 해야한다. 오늘 들깨씨앗 한줌을 모종판에 부었다. 되나안되나 해보는거지 뭐... 괜히 파종시기를 놓치고 꾀부리다가 이리 된거지 뭐... 혹시 몰라 모종판 트레이를 덮어주었다. 상추모종판..

산골통신 2020.08.16

마당 아이들~

허구헌날 비가 퍼부으니 얘들도 참 심심한가보더라... 맨날 낮잠이다. 잠깐 비 그치면 나와 돌아댕기다가 또 보면 잔다... 봉덕이에게 들어온 방석 선물은 냥이들이 점령했다. 먼저 쓰던 방석도 냥이들이 차지했다. 어제 비는 퍼붓는 와중에 고추밭에서 일하고 집엘 들어오는데... 우비를 떨쳐입고 모자 눌러쓰고 고추자루를 울러매고 집엘 들어오니 이놈 봉덕이 난리가 났다!!! 컹컹컹~ 사납게 짖어댄다. 야 이놈아 나야 나!!! 나도 몰라보냐?! 목소리도 분간못햐?! 봉덕이 이 녀석 내 꼬라지가 무서웠던지 마루에 오줌까지 지리며 짖었더라... 이놈 진돗개 맞어?! 나무꾼에게 일러바쳤다. 저놈 조상이 진돗개 맞냐고?! 낯선 이가 오면 쫓아와 짖는데 이건 뭐 되려 마루 위로 겨올라가서 오줌까지 싸며 짖기만 하니 원....

산골통신 2020.08.12

평소 물이 없던 도랑에...

저리 굉음을 내며 세차게 흐르는 모습은... 내 평생 본 적이 없다... 뒷골밭과 할매 산소 가는 길옆이다. 저 도랑물이 우리 밭을 치지 않고 길건너 옆밭을 쳐서 다 무너뜨렸다... 물은 아래로 흐른다고... 그래도 우리 밭이 조금 더 높아서... 없던 폭포가 두 군데나 생기고 할매가 만들어놓은 약샘 우물은 토사에 뒤덮여 자세히 보아야만 흔적을 알 수 있다. 비가 퍼붓다 말다 계속 반복이다. 저 아래 냇가물이 차올랐다가 내려갔다가... 쉴 새없이 수위가 오르락내리락... 이젠 비가 안 오면 이상할 정도... 왜 안 오지? 하고 하늘을 쳐다볼 정도...

산골통신 2020.08.12

그칠 줄 모르는 비 비 비...

저 큰 전지가위가 여엉 쓸모가 있네그랴~ 양손으로 잡고 가위질 하기가 좀 걸리적거리고 손에 안 붙어 팽개쳐두기 일쑤였는데 어느날 비는 매일매일 오고 풀은 마구마구 자라고 호랭이 새끼칠 정도로 어마무시해졌을때... 나무꾼은 바깥일에 허구헌날 바쁘고... 예초기로 저 마당 풀 좀 쳐줬으면 했지만~ 또 난데없이 목디스크에 오십견이 왔다네... 병원 다니느라 바쁘다. 거기다 뭔 말을 더 하리... 그만 입 다물고~ 마당으로 나가서 저 전기가위를 들었다. 조금씩 해보자 싶어 봉당 앞에서부터 시작했다. 하다보니 그것도 스트레스 해소꺼리가 되네그랴~ 이놈 저놈 싹뚝싹뚝!!! 이짝에도 저짝에도... 선머스마 이발하듯이~ 나온 풀들을 갈퀴로 긁어다 저어짝 목련나무 뒷편으로 쳐무지고~ 아기냥이들 이거 뭐냐고 마구 달려와 ..

산골통신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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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를 따야하나 말아야하나 갈등... 이웃들은 퍼붓는 비를 맞으며 따고 있다. 비가오나 바람부나 그들은 그들의 할일을 묵묵히 한다. 어제 양동이로 내리붓는 정도의 비를 맞으면서도 그들은 콩밭에서 순을 치더라... 이장방송 재난방송 쉴 새 없이 왕왕대는 그 와중에서도... 병이와서 시커먼 고추 중에서 조금이라도 멀쩡한 고추를 건져내는 일... 오늘의 할 일이다. 좋아... 따는 건 할 수 있어... 운반은?! 하다하다 나가떨어지더라도 해야겠지?! 이번주 일손은 있다해도 없는 손님같은 존재들이고... 있다해도 주말이라 너무 늦고... 가끔 생각한다. 나는 무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건가...

산골통신 2020.08.11

언제까지 내리려나...

그칠듯 말듯 끈질기게 퍼붓는 빗줄기를 내다보며... 이제 어떤 기대도 접어버렸다. 비야~ 내릴려면 내리려무나... 내는 저 냥이들과 놀란다... 시방 할 수 있는 농사일도 없고 또 있다한들 내 힘으론 할 수 없는 일... 하냥 바라보고 바라볼 뿐... 하루종일 퍼붓던 비가 해거름에 좀 그쳤다. 이따 저녁에 또 온단다. 올 때 오더라도 지금 안 오니 후딱 밖으로 겨나와 이런저런 비설거지를 한다. 텃밭 비닐하우스 안이 풀밭이 되었다. 그 풀을 베다가 비름나물이 많길래 뜯다보니 한 아름이네... 반찬 좋은거 생겼다. 아이들이 비름나물을 좋아하거든. 호박덤불에서 연한 잎 좀 뜯고 정구지 싹 베어버린 다음 좋은 놈들만 한 양푼 가져다가 겉절이해놓고 이번이 세 번째 그냥 베어버리는 거다. 꽃대가 올라오니 안 벨 수..

산골통신 2020.08.08

아기냥이의 소행이지...

어제 꽃몽오리가 맺혀있길래 오호! 내일즈음이면 피겠다! 하고 기대를 은근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드뎌 꽃을 보다!!! 한참 일을 하며 왔다갔다 하는 새에 어느샌지 모르게 요놈 아기냥이가 한 마리... 일을 저질렀네!!! 이놈!!! 이 꽃이 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아냐?!?! 어찌 저리 밟아서 꺽어놓냐그래 ㅠㅠ 말똥말똥 쳐다보는 눈망울에 대고 혼구녕을 내봤지만 쟈가 뭘 아냐 ㅠㅠㅠ 아기냥이들 노는 곳에 화분을 둔 산녀 잘못이지!!! 하도 어이없고 기맥혀.. 이참에 마당 화분들을 대거 이사시키기로 했다. 할매집 봉당이 허전해서리... 그즉시 일 발동이 걸려서 구루마에 화분들을 영차영차 싣고 날라 줄줄이 놔뒀다. 할매집이 빈집이라고 조사나온 적도 있어서... 빈집티는 안 내고 싶어서... 그리 해놓고 사진..

산골통신 2020.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