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어정 7월에...

산골통신 2020. 8. 21. 20:26


그야말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정어정거리며 돌아댕긴다.
절기는 못 속여서 식전 마당에 나서면 풀잎들이고 뭐고 이슬 그득...
샘가에 둔 작업방석~ 덥석 앉았다간 엉디 다 젖어...

햇살이 나날이 쨍쨍이라 아침저녁 비닐하우스 모종들하고 마당 화분들에 물 주는 일이 큰일이 되어버렸다.
습도가 없이 쨍쨍이니 금새 흙 수분이 말라버려 하루에 한번 주는 걸로 지탱이 안 되는가보더라.

밭으로 닭집으로 한바퀴 돌다가 만난 이웃 오라비~
쪽파 묻으러 간다고...
김장철 무렵에 쪽파 먹으려면 지금 심으면 좋지.

산녀도 후딱 들어와 갈무리해둔 쪽파씨앗을 담아들고 밭으로 갔다.
고랑 하나 파제껴서 달구똥거름 듬뿍 뿌려 긁적인다음 골을 기려 쪽파씨알을 하나하나 줄줄이 놓은 다음 살짝 흙을 덮는다.
너무 깊이 안 묻어도 되는데 만약 폭우가 오면 씨알이 드러나기 때문에 좀 두둑히 흙을 덮어줄 필요가 있더라.

하는 김에 대파골도 김매주고 웃거름 더 부어주고...
바질하고 까마중은 다 뽑아버렸다.
서양 허브들은 많이 먹는 게 아니고 어쩌다 곁들여 먹는거라
한국나물처럼 많을 필요가 없더라구...
그래서 대여섯 포기만 냅두고 싹 뽑아버렸으...
까마중은 잡초라 보면 성가신 잡초고 약이라 보면 약초인데...
뭐 별로 먹지도 않더라구...
일삼아 따도 노동대비 뭐 많이 나오지도 않고...

오이는 아직 달리고 애호박도 달리고 있는 중이다.
들깻잎도 그럭저럭 먹을 정도는 있고
상추가 문제이긴 한데...
두번이나 파종을 했는데도 싹이 안 트네... 씨가 문제냐 기후가 문제냐...

이번 주말 일손이 오는대로 고추를 다 뽑고 정리한 다음
그곳엔 시레기 무씨를 파종하기로 했다.
씨앗이 두 봉지 반이 있으니 다 뿌리고 남는 곳엔 알타리무를 갈고...
그 윗밭을 갈아엎어주면 김장 배추 500포기를 심을 예정이다.
모종이 본잎이 나오고 있는데
잘 자라주길 바라고 바란다.
비닐하우스 안이 너무 뜨거워 열상을 입을까 괜한 걱정에
모종판을 마당에 내놓았다.
이웃들도 다 마당에 내놓더라구...

농사는 컨닝을 참 잘 해야 한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하거든...
일 잘하는 이웃들 밭도 열심히 들여다보고 오며가며 만나면
요즘 뭔 일하느냐고 열심히 물어봐야한다.
오늘처럼 쪽파를 산녀는 내년 봄에 먹을 요량하고 9월에나 심을 생각을 했는데...
지금 심으면 올해 먹을 수 있잖여...

날이 뜨거워 대낮엔 나갈 엄두를 못낸다.
땀은 어찌나 많이 나는지 나갔다 올 때마다 흠뻑 젖어 갈아입어야 할 정도다.
마당 냥이들은 그늘찾아 어디로들 다 갔는지 하루종일 잘 안 보이고
깜장이와 얼룩이 삼색이가 멀리 갔는지 하루종일 안 뵈다가 해거름에야 들어왔더라.
산녀는 또 쟈들이 로드킬이나 쥐약이나 산짐승한테 당했거나 하고 노심초사...
하루종일 안 뵌 적은 없었고 또 캔을 따는 소리가 들리면 어디에 있든 쏜살같이 뛰오는 애들이어서...
다행히 해거름에 아무일 없었다는듯 돌아와 노는 모습에 그냥 허허 웃고 말았다.
이제 슬슬 먼데까지 영역을 넓히고 독립을 하려고 하는갑다.

봉덕이는 목련나무 그늘 밑에 구덩이를 파고 들앉아있다.
부르면 고개만 돌려보고 도로 잔다.

어려서부터 고양이들과 함께 자라 그런지
하는 짓이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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