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일 안 하고
비온다고 안 하고
갖은 핑게 대며 탱탱 놀면...
논밭에 벼와 작물대신 풀농사 푸지게 짓는 거지.
병충해 잔치를 벌리고...
산골이웃들은 비가오나 바람부나 늘 밭에 나가 뭔 일이던지 하더라...
올봄 감자심고 캔 밭에는 바랭이풀밭이 되었고
고추밭은 탄저병 등등으로 초토화~ 장래가 없어 다 뽑아내야 하고
여기저기 자잘한 텃밭만이 밭구실을 하고 있다.
산밭에는 안 가본지 꽤 된다.
농사일에 기계가 할 일이 있고 사람 손으로 해야할 일이 있는데
제초제를 치지 않는 이상 예초기가 활약을 해야하는데
일손이 허구헌날 바깥일로 어데가고 없으니
풀들이 제세상을 만났다.
꽃밭을 만들어 놓은 곳도 풀들로 둘러쳐져서 길을 낫으로 쳐내고 뚫고 들어가야한다.
온통 풀이다...
사람의 힘으로 할 단계가 진작 지났다.
제초기와 예초기가 한 사나흘 들어가야한다.
제초제를 치고 싶은 맘이 굴뚝이다.
오늘 식전부터 낫을 잘 갈아갖고 나섰다.
마당 한바퀴 돌고 텃밭 한 바퀴 돌고 비닐하우스 뒷편으로 휘휘 한바퀴 돌면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무성한 풀밭을 쳐냈다.
아침 해가 올라오면서 날은 뜨거워져 숨은 턱에 차오르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열기가 대단하고...
땀은 닦기가 무섭게 흘러내리고...
그래도 한발 한발 풀을 쳐내며 끝을 봤다.
이웃이 마당에 나서 신발을 신다가 독사한테 물렸단다.
하이고...
아마 울집하고 그집 사이가 독사굴인거 같아.
도랑으로 경계가 되어있는데 아마 돌담이 있고 도랑이 있고하니
그런 말을 예전에 듣긴 했고
주로 그쪽에서 뱀을 많이 봤고 잡기도 했지.
다행히 깊게는 안 물렸는지 치료받고 괜찮단다.
혹시 한달여 전에 산녀가 한놈 잡고 한놈 놓친 게 있는데 그놈 아닌지 몰겠네...
오늘 식전에 마당 주변 쳐내고
오후 해거름에 텃밭 주변 쳐내니
하루가 다 갔다.
벌겋게 달아오른 몸에 옷은 푹 젖어 짜면 물이 흐를 정도...
후딱 겨들어와 씻고 앉아
션한 맥주 한 캔 들이키니~
세상 부러울게 없네...
날이 뜨거우니 마당 화분들이 비실비실...
호스를 들이대서 물 흠뻑 주고
배추모종 물 주고 그리고 들어왔다.
배추는 싹이 100% 다 났는데
들깨는 이제 발아환경이 안 되는 것 같고
상추도 아직인듯 며칠 더 기다려봤다가 다시 파종해봐야지.
밭장만을 해줘야 그 다음 일을 진행할텐데
일손이 어데가고 안 온다...
코로나땜에 도시장정 도시처자들도 발이 묶여 못 오고
천상 산녀 혼자 해야할 판일세...
내일은 고추를 다 뽑아낼까...
장래가 없는데 그냥 둘 필요가 없지...
내일 마을 이웃에 좀 물어보고 그리하던가 해야겠다.
그 밭에 시레기 무나 잔뜩 심지 뭐...
@@@@@
오늘 식전 고추밭 상황을 마지막으로 살피고 결론을 내려고 가봤지...
울 밭 옆 고추밭 쥔장...
벌써 고추 다 뽑고 비닐 걷고 있더만... 허걱...
산녀는 물어보고 결정을 하려했는데 물어볼 필요도 없었으 ...
장래가 없다고... 그냥 놔두자니 맘만 어슬프고 밭도 어슬프고...
그래서 다 뽑고 가을에 마늘이나 갈겠다고...
지고추 찜고추 고춧잎 안 먹고 만다고...
우리 고추도 비슷하니 다 뽑으라고...
동네 누구누구네도 다 뽑았다고...
고추작황 그런대로 좋은 집 서너집 있는데 그 집은 노상 약통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인지라...
고추가 그럭저럭 좋더라.
한근에 2만원씩 한다며 아직 값이 안 올랐다고 기다렸다 팔 모양...
김장철 되면 아마 25,000원까지 3만원까지 오르지 않으려나...
도시에선 벌써 25,000원 한다던데...
오다가다 만난 아지매 둘~
커피 한잔 하고 가라고 붙들길래
오늘밤 잠 잘 생각 포기하고 한 잔 얻어묵고 왔는데
울집 이웃 신발 신다 독사한테 물린 이야기 하느라고 난리난리...
어데오데서 독사 봤다...
어디서 몇마리 어디서 몇마리... 축대에서 호박밭에서 어디어디에서 봤다고 잡았다고...
트렉터로 밭둑 정리하는데 9마리 독사들이 우글우글...
그놈들을 다 잡고 들어와 밥상에 앉으니 후들후들 온몸이 막 떨리더라며...
근데 그 밭이 지금 울 고추밭이여 ㅠㅠㅠ
산녀도 질새라 몇놈 봤고 그중 몇놈 잡아족쳤다고 마구 떠들었네.
제초제를 치라고...
그러면 뱀이 덜하다고...
귀가 솔깃한다...
땅오염 인체 해로움... 농약의 위험성은 익히 알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독사의 위협에서는... 대책이 없다...
더위에 지쳐나가떨어지면 안되니까
일단 밥부터 먹고 다시 나가야지.
다 먹고 살자는 노릇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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