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살이는 적막하다.
치열한 고독과 늘 마주해야한다.
가슴이 욱신거리고 울컥하는 일이 잦다.
무념무상으로 농사일이던 뭐든 일을 찾아하며 시간을 죽여야 한다.
식전 해뜨기 전에 나가서 해가 중천으로 올라오면 들어온다.
다시금 해가 서산으로 떨어질 무렵 나가서 땅거미가 검게 드리워지면 들어온다.
매일매일 일과가 대개 그러하다.
이건 여름 일과다... 여름에 대낮엔 일 못한다...
봄가을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게 되지.
겨울엔 햇살이 올라오면 일나가고...
뉘 일 안 한다고 뭐라 할 사람 없고
일 하라고 재촉하는 이 없다.
일 하지 말라고 하는 이 또한 없다.
다만 안 하면 안 되니 할 뿐이다.
집이라고 오래되었지만 하나 있고
전답이 있으니 일거리는 늘 넘쳐난다.
때로 사람 구경하기 힘드니
닭이라도 키워서 소리를 듣고 알을 얻는다.
들냥이들이 먹이 찾아 다가와...
손내밀어 살펴주면 처마 아래 깃들어 같이 산다.
개 한 마리 벗을 삼아 같이 살면 콩콩 짖어 낯선 기척을 알려준다.
뜰이 허전해 이것저것 꽃나무 가꾸면 처음엔 이뻐서 봐주나 그 뒤엔 일거리로 남는다.
비가 많이 오면 비설거지 해야하고
안오고 많이 가물면 아침저녁 물 주느라 분주하고
바람불고 눈보라치면 집 여기저기 망가지는 소리...
늘 하늘을 쳐다보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올해 비가 심각한 지경으로 많이 퍼부어
일거리가 엄청 미뤄져있다.
사람 손으로 할 수 있는 지경이 아니라 천천히 포크레인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처음엔 기막혔으나 이젠 덤덤해졌다...
하늘이 그런다는데야...
해뜨면 나가 일하고
해지면 들어와 쉬는
그냥 평범한 일과가
오늘도 무심히 지나간다.
땅이 있어 농사를 지으니 먹을 것은 넘쳐난다.
다만 먹을 사람이 적어 일하는 보람이 적다.
자급자족은 그럭저럭 목표달성할 수 있다.
산골살면 자연 그대로에 온몸이 드러내진다.
몸이 자연을 느끼고 받아들여 좀이라도 바뀌어지면 금방 표가 난다.
적응하고 또 적응하는 과정이 늘 일어난다.
산골살려면 온갖 수리 기술 연장이 필요하다.
손재주가 있어 내 손으로 유지 보수를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약에 쓸래도 쓸 재주가 없다면 돈이 억수로 깨진다.
도시인들이 동경하는 산골살이는
즐거움은 어쩌다 쪼끔...
외로움 힘듬 고통은 사는 만치 생겨난다...
그럼에도 산골살이를 포기 안 하는 이유는...
자연이다.
그 외엔 다른 이유가 없다.
그 자연이 일거리를 들이부어도...
수해 재해를 일으켜도...
다시금 자연이다...
오늘도 적막한 산골짝에서 새소리 닭소리 개소리~
들으며 깨어나 어제같은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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