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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

무심히 덤불을 정리하다가 발견했다. 야가 미선나무? 작년에 들여온 묘목 중에 있었나본데 꽃이 안 피고 작아서 눈에 안 띄었나벼... 화분들을 모아둔 구석에 뭐가 하얀 뭉치가 보이길래 덤불을 헤치고 화분을 꺼내니 이야~ 야보래... 언제 이리 피었냐?! 야가 누구더라?! 한참 기억을 더듬고 검색을 한끝에 미선나무!!! 개나리꽃 닮은 하얀꽃이다. 죽은 가지들을 정리해주고나니 단촐해졌는데 햇살 좋은 곳으로 내놨다. 장미조팝인지? 잎이 몽글몽글 돋고 자세히 달다보니 쪼매난 꽃몽우리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원래 조팝나무꽃을 참 좋아라해서 산길 가다가도 꽃이 피어있으면 한참을 서성거리며 구경하고 오곤 했지. 그예 밭에 쳐들어온 한 무더기를 파와서 텃밭 가장자리에 심어두고 보고 있지. 올해도 꽃구경 할 생각에 절로..

산골통신 2022.03.10

굴러온 돌 박힌 돌

똘망이와 노랭이~ 예전부터 살고 있다가 봉덕이가 오는 바람에 놀라 도망간 이후로 똘망이는 집과 뒷산 사이 언저리에서 살고 있었다. 가끔 오다가다 만나면 아는 척은 하더라마는... 노랭이는 삼숙이랑 같이 시내 가축병원에서 데리고 왔는데 그뒤 삼숙이는 아가들을 왕창 낳아놓고 허피스로 죽었지... 노랭이는 숫컷이라 그냥 냅두고 있었는데 이놈이 요즘 한참 발정이 나서 요란벅적하다. 똘망이도 숫컷인지라 마당냥이들이 많은 울집에 자주 눈에 띄자 노랭이가 아주 난리가 난겨! 쫓아댕기면서 아웅 아웅 아아우웅~ 그걸 산녀가 가만 냅둬야했는데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똘망이보고 왜 그러냐고 대빗자루 들고 노랭이만 혼내고 쫓았지... 똘망이도 그걸 아는지 아주 태평하게 당당하게 버티고 있더라... 방금도 노랭이를 혼내니 아웅!..

산골통신 2022.03.07

솜이불

겨울도 다 간 마당에 웬 솜이불 타령인고... 희한하게도 지난 겨울을 엉망진창 요란하게 보내고 난 뒤 새로 생긴 현상이다. 장롱을 모조리 뒤져서 옛날 솜이불을 죄 꺼내서 호청 빨아널고 솜을 햇볕 소독을 시키고 난리 부르스... 아프고 난 뒤로 그간 잘 덮던 이불들이 몸에 맞지않아 여엉 불편했다. 어디가 불편한지 딱히 집어내질 못했다. 그냥 못 덮겠는겨... 아이들 덮던 극세사이불이 괜찮은가 싶어 갖다 덮어도 안 되고해서.. 고심 끝에 장롱 깊숙이 처박아두었던 옛날 산녀가 혼인 때 해온 혼수이불을 꺼냈다. 사실 말하면 그때 그당시 이불이 아니고 새로 솜을 타서 이불 여럿으로 나눠 만든 것들이지. 어른 이불 네 채에 아이들 이불 두 채가 나왔었지. 아이들 이불은 하도 써서 낡아서 처분했고 어른들 이불은 거의..

산골통신 2022.03.06

아직은 날이 차다!

비인듯 아닌듯 뭔가 오긴 왔다마는 비라고 할 수도 없고 아니라고도 할 수도 없는 참 거시기한... 그래도 뭐가 오긴 왔으니 땅이 젖어있겠지! 어제 마당과 붙어있는 텃밭에 거름을 뿌렸다. 주로 울타리처럼 심어져있는 꽃나무들과 꽃들에게!!! 준다 준다 말로만 줄창 하다가 듬뿍듬뿍 흩뿌려줬다. 오늘 비같지도 않은 뭔가가 그래도 내렸으니 잘됐다! 추위에 강한 아이들은 벌써 촉을 내밀었다. 겨우내 묵혀져 관리가 안되었던 삭정이들을 대충이나마 걷어주고 잘라주고 했다. 올해는 마당에 신경을 좀 써야지! 농사일은 큰 것들만 하고 좀 줄이는 방향으로... 자잘한 밭들에는 묘목을 심기로 하고 큰밭 두어 군데하고 텃밭만 짓기로 했다. 요새 청국장만 파먹고 산다. 아이들에게는 그냥 주면 못 먹으니 한솥 끓여 소포장해서 냉동해..

산골통신 2022.03.01

날이 푹해졌다.

마치 봄이 오는 그런 느낌...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려줬으면 하는 그런 느낌... 봉당에 앉아 서산에 해넘어가는 정경을 바라보고 있다. 마당에서는 봉덕이가 밥먹으러 들어온 마당냥이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고... 구석구석 냥이들을 죄 몰아넣었다. 아마도 저 봉당에 앉은 인간은 내꺼야~ 니들은 근처도 얼씬대지마! 라고 하는듯... 아쉬람터 연못가에 여우 한 마리가 물을 마시고 있더란다. 도시장정이 뭔고 하고 가까이 가니 산으로 도망치더라는데... 여우는 남한 일대에선 사라졌다는데 아닐꺼야~ 라고 했지만 검색을 해보니 소백산 자락에서 복원 방사시키고 있다는... 영주에서도 출몰했고 강릉에서도 잡혔다고... 그렇다면 여기 나타난 것도 이상하지 않겠구만... 소백산하고는 40여 키로정도니까... 그럼 아까 아침에..

산골통신 2022.02.26

뭐든 끓이자!

대처사는 아이들이 코로나로 고생중이니 뭐라도 입맛 맛는거 해서 보내자고 아침내내 분주했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거창한 것도 귀한 것도 아니지만 있으면 편한 것들... 미역국 김치찌개 청국장을 한솥씩 끓여 소분해서 냉동시키고 있다. 내일 우체국에 부치면 모레는 받아볼 수 있을거야. 아이들이 회사다 학교다 뭐다 끼니를 잘 챙겨 먹을 수가 없어 거의 배달음식에 의존하고 있다한다. 어려서부터 밥해먹는걸 훈련을 시켰지마는~ 바쁜 도시생활이 그걸 봐주질 않는가보다. 큰아이는 그럭저럭 뭔가 잘해먹는 모양인데... 작은아이는 연구실에서 밤늦게까지 살아야 하는 모양이고 막둥이는 이번에 코로나에 덜컥 걸려서 회사고 뭐고 종쳤고 그냥 몸져누워있는 모양... 이런저런 국하고 찌개하고 재료들을 한박스 만들어 부치면 세놈들이..

산골통신 2022.02.20

냉이말려서~

예전 엄니가 손주 이유식 만드는데 보탠다고 냉이캐서 말리고 당근도 채썰어 말리고 뭐 이것저것 모두 말려서 방앗간에서 가루내어 미숫가루를 만드셨더랬다. 그 미숫가루에 대체 몇가지가 들어갔던지 나중엔 셀 수가 없었다. 그 많은 재료들을 일일이 가마솥에 볶고 데쳐서 장만해서 봉다리 봉다리 담아 면에 방앗간에 가서 빻아달라하니~ 방앗간 쥔장이 다 빻아서 담아주시며 "이건 진짜 귀한 보약이니 우리 한줌만 좀 주소! 맛 좀 보게요~ " 라고 그리 탐을 내드랴... 그래 한봉지 덜어주고 오셨대여... 그걸 귀한 손주 이유식에 보태라고 해마다 만드셔서 보내셨지... 그 귀한 손주는 그걸 알고 있을꺼나... 해마다 봄이면 냉이캐서 모으셨지... 그 생각이 나서 집주변 텃밭마다 좍 들어붙어 자라는 냉이들을 일삼아 캤지. ..

산골통신 2022.02.19

물릴 때까지 묵어보자구~

올해 청국장이 대박났다! 세 소쿠리 앉혔는데 콩물이 부족해서 좀 밑이 눌었어... 그래 좀 수분이 부족했는지 균사가 그리 길게 나오질 않더라구! 그치만 골고루 잘 떴는지 뜨는 동안 냄새가 아주 그냥~ 집집마다 고유의 메주균 청국장균이 살더라구~ 그건 확실혀!!! 어느 해 우리집 주변 네 집의 메주를 살펴본 적이 있었는데 한집은 청회색 곰팡이가 메주를 뒤덮었었고 그다음집은 하얗고 거무스레한 곰팡이 그 다음집은 하얀 바탕에 노란 꽃이 핀 곰팡이... 우리집은 하얀 곰팡이... 청국장도 다른 집은 코리코리한 특유의 청국장냄새가 진동하는 그런 곰팡이인데 유독 우리집은 그런 냄새가 안 나더라구... 구수한... 아주 기분좋은 그런 냄새가 청국장을 띄운 다음날부터 나더라구... 방문을 열면 킁킁~ 그 냄새를 한껏 ..

산골통신 2022.02.18

배추 우거지 말리기~

올해 배추 우거지가 말 그대로 우거지상이 되었다. 사연인즉슨 지난 겨울 두어달을 야무지게 공치는 일이 발생하야... 그냥저냥 방치가 되는 바람에... 배추 우거지를 어찌하면 잘 말릴까 궁리를 하던 중... 역쉬~ 유튜브는 정보의 바다~ 아니 정보의 천국이여... 1. 배춧잎 대여섯장씩 겹쳐서 잎사귀쪽에서 뿌리쪽으로 칼집을 낸다음 줄에 널기 2. 통배추를 4등분 또는 8등분으로 잘라서 물에 데쳐 줄에 널기~ 3. 일일이 데쳐서 빨래건조대나 건조 잠방에 널기 4. 그도저도 귀찮으면 사진처럼 또는 잘게 썰어 건조기에 처넣어 말리기 햐아~ 이제 좀 우거지다운 우거지 좀 먹어보겠네그랴... 시방은 야외에서 뭘 말리기는 젬병인 철지난 날씨인지라 건조기 신세를 좀 져야겠다. 비닐하우스 안에 저장된 배추들을 정리하다가..

산골통신 2022.02.11

무시레기삶자구~

오늘도 어제에 이어서 날이 넘 따뜻해서리... 집구석에서 방콕은 못하겠더라구... 빈 외양간에 널어놓은 무청시레기를 한 구루마 조심조심 걷어왔다. 겨우내 반그늘에서 잘 말랐구만~ 도시장정들이 좀 가져갔다해도 뭐 그대로구만... 하도 시레기타령을 하길래 반정도는 가져갈 줄 알았는데 아주 조금~ 한봉지만 가져간듯~ 하여간 다들 손이 작아!!! 물을 끓여 시레기를 줄기채 거꾸로 처박아 삶기 시작~ 불쏘시개로 콩단찌끄래기 넉넉하고 땔나무 그럭저럭 땔거 있으니 맘놓고 불을 땐다. 두 솥 삶아냈나?! 아이구 더는 못하겠네~ 냉동고에 넣을 데도 없고 저거 우리가 다 못 묵어... 나머지는 도시처자들 오걸랑 삶아가게 냅두고 또 뱅기 태워보낼 것들 남겨둬야지! 그리고 이달 말쯤이나 삼월에 한번 더 삶아서 저장해놔야지! ..

산골통신 2022.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