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굴러온 돌 박힌 돌

산골통신 2022. 3. 7. 09:14





똘망이와 노랭이~

예전부터 살고 있다가 봉덕이가 오는 바람에 놀라 도망간 이후로 똘망이는 집과 뒷산 사이 언저리에서 살고 있었다.
가끔 오다가다 만나면 아는 척은 하더라마는...

노랭이는 삼숙이랑 같이 시내 가축병원에서 데리고 왔는데 그뒤 삼숙이는 아가들을 왕창 낳아놓고 허피스로 죽었지...
노랭이는 숫컷이라 그냥 냅두고 있었는데
이놈이 요즘 한참 발정이 나서 요란벅적하다.

똘망이도 숫컷인지라 마당냥이들이 많은 울집에 자주 눈에 띄자 노랭이가 아주 난리가 난겨!
쫓아댕기면서 아웅 아웅 아아우웅~

그걸 산녀가 가만 냅둬야했는데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똘망이보고 왜 그러냐고 대빗자루 들고 노랭이만 혼내고 쫓았지...
똘망이도 그걸 아는지 아주 태평하게 당당하게 버티고 있더라...
방금도 노랭이를 혼내니
아웅! 하면서 산녀를 아는 척하며 뭐라 말을 하더라...

보통 길냥이 산냥이가 사람보고 그러진 않거든...
똘망이는 아는 거 같으...
산녀가 지편이라는 걸...

지금도 노랭이는 똘망이를 쫓아 뒷골밭까지 쫓아갔다.
그거까진 뭐라 할 순 없지...

마당냥이들의 서열은 노랭이가 1순위다.
아 물론 마당에서 서열1순위는 봉덕이지!!!
나머지 올망졸망한 냥이들은 고만고만하게 어울려 산다.
그 중 숫컷이라 중성화 안 한 뚠뚠이는 애가 순한 건지 아니면 알아서 기는 건지 노랭이한테 안 덤비고 조용히 산다.
고로 마당에는 노랭이와 뚠뚠이만 정상적인 숫컷이고 나머지 마당냥이들은 중성화 한 암컷들이다...
고마운 지인의 지원을 받아 중성화 수술을 해치웠다. 삼숙이 때처럼 새끼들을 봄가을로 낳아제끼면 감당이 안되니께...
삼숙이가 연달아 새끼를 열한 마리를 낳는 바람에 ㅠㅠㅠ

그래서 노랭이와 뚠뚠이는 졸지에 홀애비 노총각 신세가 되어버렸고
간간이 들르는 똘망이도 와 봤자 별 볼 일이 없다는 거야...

근데 그걸 노랭이가 못 봐넘기는 거지...
어쩔겨...

원래 이 마당의 주인은 똘망이였고 그 뒤 봉덕이가 오고 삼숙이네가 오면서 똘망이는 쫓겨났지...
굴러온 돌 노랭이가 이제 쥔 행세를 하면서 저리 야단을 떠니...
똘망이는 기맥힌 거라...

원래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건가?

똘망이는 애가 여유가 있어 좋다.
집 나간 뒤로 야생에서 고단했는지 모습은 거친데...
태도는 늘 당당하다!

지나가다 만나 아는 척 하면 아웅~ 하면서 맞대답을 해주고 제 갈길 간다. 아주 시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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