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도시처자들 시레기 삶기~

산골통신 2022. 3. 13. 10:14







총 네 가마솥!!!

날은 참 좋았네~ 흐리긴 했어도 조금 덥긴 했어도
햇살이 쨍! 하고 나질 않아서 바깥일 하고 불앞에서 일하긴 좋았다.

봄처자들~ 노랑 바구니 하나씩 호미 하나씩 들려주고 냉이 캐오라 시켰지~
그리고나서 아궁이 가마솥에 불 피우고 시레기 앉히고 삶는 동안
모두 퍼질러 앉아 캐온 냉이 다듬고~
역시 사람 손이 무서버... 그 많은 냉이가 순식간에 싹 다듬어지네...

시레기도 한차례 삶아건지고 씻어 건져놓고~
착착~ 역쉬 살림하는 처자들이라 일은 참 잘혀...
도시장정들은 일일이 말을 해야하고 잔손이 가야하는데...
또 시키는 것만 하고 말이지...

한참 삶아내고 그 숯불에 고기도 굽고 볶음밥도 하고 마지막으로 라면도 끓여 마무리하고~
목련나무 밑에 탁자를 갖다놓으니 한갖지게 차려먹을 수 있어 좋네!

오늘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제법 오는걸?!
오던 중 가장 비답게 내린다!!!

이러면 우후죽순 모든 만물들이 쑥쑥 올라오겠지!
산골이웃들은 이럴 줄 알고 일치감치 감자를 심었겠구만...

우리는 밭을 갈다 말아서 천상 비 그치고 땅 좀 마르걸랑 해야지 뭐...
이 비에 언 땅이 다 녹고 묵은 얼음들도 싹 녹아내리겠다!
그러면 집 둘레 도랑들 청소 좀 해야겠네~

냉이 꽃다지 광대나물은 벌써 꽃이 피고 이름모를 잡초꽃도 피어나고... 원추리도 쑥쑥 상사화도 쑥쑥~
월동시금치 도려먹기 좋게 자랐고 쪽파가 슬슬 시동을 건다.

두메부추 정구지가 시작을 하고
수선화가 두어 송이 꽃대를 품었다. 히야신스도 가만 들여다보면 속에서 꽃대가 올라오고~
국화들이 여기저기 식구들을 불려 한자리씩 무더기를 이뤄놨더라.
샤스타데이지도 슬슬 올라오는구만~ 엄청 번져서 여기저기 난리~ 그래도 이뻐서 봐준다!

가뭄 끝 단비~
제법 오는 비를 바라보며 봉당에 앉아 하염없이 비를 바라보다 폰으로 두 엄지로 글을 투닥거리다가...
멍때리기를 하고 있다.

물을 싫어라 하는 마당식구들은 죄다 어딘가 자리를 잡고 안 나온다.
봉덕이도 꼼짝을 않고 마당냥이들은 죄 숨었고
아랫채에 사는 도시냥이 지지와 봉이는 문을 열어놔도 나올 생각을 않는다!

비오는 날 똘망이 사냥하기 힘들까 싶어 집 뒤안에 밥그릇 수북하게 담아놨다. 요새 자주 오더라고...
꼭 오면 뭐라뭐라 말을 하고 가는데 내야 뭔 소린질 아나...
밥이나 챙겨줄밖에~

오늘은 아무 부담없이 한가하게 지낼 수 있는 날...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님이 오신 뒤...  (0) 2022.03.14
봄비... 그리고~  (0) 2022.03.13
꽃이 핀다.  (0) 2022.03.10
굴러온 돌 박힌 돌  (0) 2022.03.07
솜이불  (0) 2022.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