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솜이불

산골통신 2022. 3. 6. 16:07




















겨울도 다 간 마당에 웬 솜이불 타령인고...

희한하게도 지난 겨울을 엉망진창 요란하게 보내고 난 뒤 새로 생긴 현상이다.
장롱을 모조리 뒤져서 옛날 솜이불을 죄 꺼내서 호청 빨아널고 솜을 햇볕 소독을 시키고 난리 부르스...

아프고 난 뒤로 그간 잘 덮던 이불들이 몸에 맞지않아 여엉 불편했다. 어디가 불편한지 딱히 집어내질 못했다.
그냥 못 덮겠는겨...

아이들 덮던 극세사이불이 괜찮은가 싶어 갖다 덮어도 안 되고해서..
고심 끝에 장롱 깊숙이 처박아두었던 옛날 산녀가 혼인 때 해온 혼수이불을 꺼냈다.
사실 말하면 그때 그당시 이불이 아니고 새로 솜을 타서 이불 여럿으로 나눠 만든 것들이지.
어른 이불 네 채에 아이들 이불 두 채가 나왔었지.
아이들 이불은 하도 써서 낡아서 처분했고 어른들 이불은 거의 안 써서 그냥 보관만 했었는데
그게 이제 세상의 빛을 보네그랴...

두툼한 솜이불을 깔고 덮으니 세상 좋은거...
한번도 안 깨고 푹 잤다! 이 뭔 일고...

전엔 두꺼워서 실용성이 없고 장롱만 차지한다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했었는데...
요며칠 잠을 잘 자니 살 것만 싶더라고...

전에 이웃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었어.
"나는 면이 아니면 못 입고 한벌짜리를 입지 두개로 나눠진 옷을 못 입어...
그래서 원피스만 입어. 투피스 못 입고 바지 못 입어."

뭐 그런 일이 있나... 저것도 병이지 싶다... 뭐 그러고 말았는데...
이제 내가 이불 갖고 투정을 하고 살 줄이야...
그래서 남말하는거 아닌가벼~

뭐 하여튼~
그래서 한바탕 장롱 속 이불들 헤쳐모여! 를 실시하니~
장롱이 여유가 있어졌다는...

한겨울에도 얇은 이불 하나면 만사오케이였던 산녀가 체질이 바뀌었나보다.
겨울 다 가고 따뜻한 봄이 왔는데도 되려 두꺼운 이불을 깔고 덮고 아~ 좋다! 이러고 사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인가?! 몰것다~
그러니 그런 줄 알아야지 뭐 어쩌것어!

오늘은 바람은 좀 불어도 일할만은 하더라~
해서 내일 아침 청소차가 들어온다 하니~ 쓰레기들 모조리 분리수거해서 담아 한 구루마 내놨다.

이웃밭에 트렉터가 들어가 한바탕 갈아엎더라...
그 밭엔 진작 거름이 깔려서 초벌 갈이를 한 모양이야.
부러워서 침 흘리고 보고 섰다가 들어왔다.
에잇! 우리도 중고트렉터 하나 사버려?! 사고 하나 칠까?!
저 오래비에게 우리 밭도 해달라 하면 얼른 해주겠지만 차마 그런 부탁을 못하겠다. 다들 남의 일 잘 안 하려 하거든... 자기네 일도 다 못하니까...
남들 안 하는 고민을 하고 섰다가 그냥 돌아섰다.

그리고 마당 한데아궁이 하나 만들어놓은거 해체해서 구루마로 빨간 벽돌을 실어날라 엄니집 마당에 하나 더 뚝딱 만들어놨다.
집집마다 두 개씩 만들어놓은 셈인데 이유인즉슨~
하나는 솥단지 걸어서 나물 데치거나 메주콩삶는 용도고
또 하나는 석쇠나 솥뚜껑 올려서 넘의살 궈먹는 용도다.
솥뚜껑에 궈먹기도 하고 동시에 숯불구이도 해묵어야 한다는 가당찮은 ㅎㅎ 민원이 발생하야~
하나씩 더 만든 거지 뭐... 에라이 됐다 이러면 불만 없것지?!

나무꾼은 연 나흘 아프고나서 이제 겨우 일어났다.
죽 한 그릇 겨우 먹고 남향받이 처마 밑에서 잠깐 해바라기 하고 앉았다가 들어갔다.
그리 큰병원을 다니고 한의원 문턱이 닳도록 다녀본들...
타고난 약골은 못 고치나보다.

뭐 어제오늘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니 괜찮다.
그러고저러고 또 고개 하나 넘었으니 살아가는 거지 뭐...
아픈 사람에게 모진 말을 한 건 미안하지만 나도 살아야하니 어쩔 수 없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또 하나 마음 속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희망고문은 더는 하고 싶지 않아서... 자꾸자꾸 내려놓고 비우는 세월을 살아야 하는거지...

가스라이팅이 뭔고 생각해보다가... 문득
종교가 최고의 가스라이팅 아닐까 싶더라구...

텃밭 비닐하우스 안 화분들에는 봄이 왔다.
가지에 새싹이 돋고 명자나무에 꽃 두어 송이 피어났고
설화 꽃이 필락말락~ 첨 보는 꽃인데 기대 중이다.

상사화 촉이 마구 돋아나고 수선화 히야신스 촉도 부지런히 자라고 있더라...
오며가며 갸들 딜다보는 재미에 산다!
쟈들도 없었으면 뭔 낙으로 살꺼나...
고마운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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