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덤불을 정리하다가 발견했다.
야가 미선나무?
작년에 들여온 묘목 중에 있었나본데 꽃이 안 피고 작아서 눈에 안 띄었나벼...
화분들을 모아둔 구석에 뭐가 하얀 뭉치가 보이길래 덤불을 헤치고 화분을 꺼내니 이야~
야보래...
언제 이리 피었냐?!
야가 누구더라?! 한참 기억을 더듬고 검색을 한끝에 미선나무!!!
개나리꽃 닮은 하얀꽃이다.
죽은 가지들을 정리해주고나니 단촐해졌는데 햇살 좋은 곳으로 내놨다.
장미조팝인지? 잎이 몽글몽글 돋고 자세히 달다보니 쪼매난 꽃몽우리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원래 조팝나무꽃을 참 좋아라해서 산길 가다가도 꽃이 피어있으면 한참을 서성거리며 구경하고 오곤 했지.
그예 밭에 쳐들어온 한 무더기를 파와서 텃밭 가장자리에 심어두고 보고 있지.
올해도 꽃구경 할 생각에 절로 웃음지어진다.
봄비 한번 오시면 참 좋겠는데 참 가물다.
여름비 가을비 겨울비는 오신다는 표현을 안 하는데 봄비만 오신다는 표현을 한다... 맞나? 그런가?!
올해는 패트병으로 물 주는 방법을 알았으니 가물어도 그리 큰 걱정은 덜었다.
뭐든 심고나서 큰 패트병 바닥을 잘라내고 거꾸로 꽂아놓고 물을 주면 되니까...
올해는 고추밭에도 대대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역시나 관주시설은 또 물건너갔다.
중간밭 두 군데에 나무를 심고 큰 밭 두 군데와 자잘한 텃밭 서너 군데만 남겨놨는데
이중 큰밭 하나가 커도 너무 크다...
그 밭에 다음주에나 거름을 깔고 관리기는 힘이 드니까 이웃 트렉터를 빌려서 갈까 하고 트렉터 쥔장에게 말을 건넸는데...
그냥 의논삼아 이야기를 한 것 뿐인데..
트렉터 쥔장이 당장!!! 직접 해주겠다 해서 마치 번갯불에 콩볶듯 밭을 갈게 됐다. 하지말고 다음주에 한다고 할 수도 없고... 해준다하니 울며겨자먹기로 거름을 부랴부랴 깔아야했다.
원래는 이번주나 다음주에 거름을 깔고 트렉터 빌려서 하려고 했지비... 천천히 여유있게!!!
역쉬나 우리네 인생에 천천히와 여유는 없으...
뭐가 후다닥 툭탁~ 정신없이 뭐가 일어나고 지나가...
어제는 또 증조부님 제사였단 말이시... 내는 꼼짝 못하고 음식 장만하고 있는데 트렉터는 들이닥쳐 밭을 갈고 있으니 가만 있을 수 있나... 밭에 가서 돌이라도 골라내야지...
나무꾼이 다음주에 해달라고 거절을 했으면 되는데 그걸 또 못했고 하이고... 거절하는 방법을 어디서 배워라도 와야 혀!!!
트렉터 쥔장은 거름만 깔아놓으셔 금방 해줄게! 큰소리 탕탕 치니 뭐라 할 말을 못한겨!!!
우리가 트렉터가 없으니 천상 빌려서 해야하고 우리 입맛대로 날을 잡을 수 없으니 트렉터쥔장 호의에 의지해야한다.
참 이게 뭐라 말 못할 고충이 있다!
다들 그래서 빚을 내서라도 트렉터를 사는가보다.
해서 우리도 트렉터를 사야겠다! 맘 먹었다!!!
호의는 호의고 불편은 불편이다!!!
거기에 돌많은 우리 밭에서 트렉터가 밭 갈다가 힘이 들어 트렉터 고장날까 겁난다고 초벌갈이만 해주고 갔으니..
더더욱 미안하고 속상한겨!!!
또 지난 겨우내내 너무 가물어 땅이 말라서 더 했으...
3백만원 정도 하는 미니 트렉터를 할부로 사면 그럭저럭 써먹을 수 있겠다...
마을에 노는 트렉터 널렸지만 그림의 떡이다.
뭐든 내것이 있어야 좋다! 내돈내산이 최고다!
이래서 또 빚이 늘어난다... 까이꺼 갈데까지 가보자!!!
텃밭 하우스와 텃밭 둘레 그리고 마당엔 이런저런 새싹들과 꽃들이 하나둘씩 피어나 시름을 달래준다.
하루하루 다르다...
이번주말에 병아리가 깨어날 거고
열한개 알을 넣어줬는데 몇놈이나 깨어날라는고!!!
내일은 도시처자들이 올거다.
온겨우내 벼르던 시레기 삶기~ 하러 온다!
그리고 솥뚜껑삼겹살과 숯불구이~
아~ 그런저런걸 다 떠나서 수다 한바탕 휠링하러...
아... 그리고...
아침뉴스로 알게된 사실...
봄은 왔는데 기다리던 봄이 아니다!
기다리기는 했나... 그것도 아니었지...
누군가에겐 봄이겠지만...
앞으로 몇년간 대내외적으로 기맥힌 코디미 수시로 찍을테니 심심치는 않겠군... 같은 한국인이라 말하기 창피한...
한없이 부끄럽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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