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국장이 대박났다!
세 소쿠리 앉혔는데 콩물이 부족해서 좀 밑이 눌었어...
그래 좀 수분이 부족했는지 균사가 그리 길게 나오질 않더라구!
그치만 골고루 잘 떴는지 뜨는 동안 냄새가 아주 그냥~
집집마다 고유의 메주균 청국장균이 살더라구~
그건 확실혀!!!
어느 해 우리집 주변 네 집의 메주를 살펴본 적이 있었는데
한집은 청회색 곰팡이가 메주를 뒤덮었었고
그다음집은 하얗고 거무스레한 곰팡이
그 다음집은 하얀 바탕에 노란 꽃이 핀 곰팡이...
우리집은 하얀 곰팡이...
청국장도 다른 집은 코리코리한 특유의 청국장냄새가 진동하는 그런 곰팡이인데
유독 우리집은 그런 냄새가 안 나더라구...
구수한... 아주 기분좋은 그런 냄새가 청국장을 띄운 다음날부터 나더라구...
방문을 열면 킁킁~ 그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고 싶은 그런 냄새여... 집안 곳곳에 청국장 냄새가 배어있는 착각을...
사흘밤을 띄운 다음에 청국장을 꺼내 절구에 찧었다.
나무꾼이 애를 좀 써줬네..
그간 매실나무 전지하느라 잡목들 치느라 고생했을텐데 또 팔을 혹사했다...
어느해던가 청국장을 두번 연달아 띄우기 실패를 한 적이 있었다.
도무지 그 이유를 몰라 난감했었는데 그해 가을 방앞 툇마루에 오일스텐을 바른 일이 문득 생각났다.
아하! 그 오일이 독했나보네! 갸들이 청국장균이랑 메주균을 싹 박멸한게야!!!
어느 누가 메주방에 락스를 뿌렸더니 메주가 안 띄워졌다더니...
그 말이 생각이 나면서 그해 실패가 이해가 되었다.
우리집에 사는 균들을 보호하려면 화학물질을 쓰면 안되겠군...
일일이 소분 포장해서 냉동고에 처박아 일년 양식으로 쓸거다.
그날 저녁 육수 진하게 내어 두부 듬뿍 썰어넣고 배추 우거지 넉넉히 넣어 청국장을 끓였다.
밥은 안 먹고 청국장만 세그릇~ 먹어치웠다.
그날 이후 오늘까지 매끼니 청국장만 퍼먹는다.
밥은 구색만 갖춰 조금 먹고...
우리 물릴 때까지 먹어봅시다요!! 넘 맛있네!!!
구수하고 고소하고... 담백하니 참 맛이 있었다.
나무꾼은 다른 반찬이고 뭐고 다 필요없단다~ 이것만 먹잔다.
해서 매끼니 청국장만 끓이고 있다는...
띄울때 삶은 콩에 짚을 넣어도 되지만 쌀뜨물을 끼얹어 띄워도 좋단다. 사실 짚이 벼잎 아니것어?!
일리가 있다싶어서 다음번 청국장 띄울때 쌀뜨물을 이용해보기로...
내일 도시처자들이 시레기 삶으러 온단다~
마당에 숯불 피워 솥뚜껑삼겹살 해먹어가며 시레기 삶아 건지고 청국장 끓여묵으면 되지싶다.
다행히 날이 좀 우선해져서 바깥일 하긴 참 좋다.
요며칠간 날도 춥지마는 바람이 거세서 일하기 젬병이었다.
이제 한동안 바람도 추위도 잠잠해진다하니 밀린 일 다 해야지...
꽃샘추위가 간간이 올테지만 이제 겨울은 얼추 넘겼다.
올 겨울엔 눈도 비도 구경을 못했다.
눈이 마치 꽃가루 날리듯 몇번 온게 다이고 비?!?! 그것도 비라 할 수 있을래나...
역대급 겨울 가뭄이었다.
냉동고에 배추우거지 무청시레기 청국장 등등이 그득 채워졌다.
말리고 얼린 나물들 넉넉하고 무 배추 저장해놨고
이런저런 육수재료들도 챙겨놨고
나락 푸대그득 담겨져있고
앞으로 일년여 간 식량 걱정 안해도 되게끔 만들어놨다.
아이들이 우스개 소리로 전쟁나도 걱정없겠다고... ㅎㅎ
도시 살 적에 매번 시장봐다가 밥상 차린 세월이 좀 버거웠었나...
수많은 손님들 밥상차리기에 노심초사해서 그러했나...
왜이리 냉장고 냉동고를 그득 안 채우면 맘이 불편한건지 원...
무조건 채워놔야 안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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