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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띄우는...

미국의 타샤 튜더 할매가 꽃을 따서 수반에 띄우는 걸 즐기셨나보더라. 책으로 볼때는 저거 뭔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어느해 마당 한켠에 뭐 이런저런 꽃들이 피길래 무심히 한번 해봤더랬다. 그걸 본 나무꾼이 해달라고 해서 저리 접시에 띄워줘봤지~ 그게 언제적이냐... 올해는 아직 꽃을 안 띄운다. 작년에 띄우던 옹기수반이 깨져버려서리 ㅎㅎㅎ 마땅한 것이 없더라고~ 장독대 덮여있는 항아리 뚜껑을 갖다 할 순 없자나... 꽂꽂이나 화병에 꽂은 것보다 더 오래가진 않는데 가끔은 해볼만 하고 그리 해두면 희한하게 마당냥이들하고 봉덕이가 그 물만 마시려고 덤비더라구... 쟈들한텐 나름 꽃차인가? ㅎㅎ 마당 방티연못엔 수련 두송이가 숨어서 피어있고 상당 연못가엔 아이리스들이 한창이다. 그 주변으로 샤스타데이지가 번져..

산골통신 2022.06.01

한지붕 몇가족?!

화분 하나에... 오일장에서 로벨리아를 보고 홀딱 반해서 두어 포기 사다 심었었다. 한2년 잘 자라다가 사라졌지. 혹시나 씨가 떨어져 자라지 않을까 하고 그냥 냅두고 물만 간간이 줬었는데... 올봄 채송화씨앗들이 어데서 이사와서 싹이 터서 자라고 있더라구... 그래 이 화분은 이제 채송화가 차지하겠네~ 뭐 그러고 말았지. 로벨리아는 새로 몇포기 사서 다른 화분에 심고 헌데 풍접초가 씨가 날라왔나... 하필이면 거기서 자라냐 그래... 그래 냅뒀지 뭐~ 비좁지도 않고 채송화는 나즈막하고 풍접초는 키가 크니까~ 그러면서... 오늘 물 주다가 발견했다! 로벨리아가 다문다문 채송화 사이에서 싹이 터서 몇 포기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쁜 보랏빛 꽃까지 피웠다는 걸... 쪼글치고 앉아 이 희한한 대가족을 한..

산골통신 2022.05.28

하루 일과가...

물주기로 시작해서 물주기로 끝난다. 지금 식전 물주기가 끝났다. 밭 하나는 포기했다. 니들 알아서 살아남아라~ 내는 더는 못한다! 나머지 밭도 이번주까지만 주고 내빌라둘란다~ 우리는 그나마 집근처 텃밭들이고 좀 멀어도 지하수 호스가 자래가고 또 연못이 근처에 있어 양수펌프로 퍼올리니까 가능한겨... 이웃들은 트럭이나 경운기에 물통을 싣고 댕기면서 주던걸... 어제는 고추밭 순따고 포기포기마다 난 풀들 뽑아주고 물주고 했다. 하루 한나절 일거리인데 손님들이 오셔서 그거 신경쓰느라 이틀 걸렸다. 산녀손님들은 산녀일을 못 도와줘서 안달들인 손님들이고 나무꾼손님들은 그냥 구경오고 쉬러오고 놀러오고 뭐 그런 손님들이다... 이번 유월 매실 딸 철에 아마도 대대적으로 올 모양... 미리 찬거리며 이런저런 것들을 준..

산골통신 2022.05.27

참말로 가물다...

사흘 간격으로 상당 비닐하우스 고추밭에 물주러 간다. 고로 사흘마다 작은 등산을 하는 셈이다. 괭이를 지팡이 삼아 헥헥거리고 올라간다. 봉덕이를 데리고 갔으면 좋겠지만 금방 끝내고 올 일이라... 요즘 비닐하우스 일은 아침저녁으로만 해야한다. 6시경 올라갔어야 했는데 아니 그전에라도... 이불 속에서 꼬무락거리다가 7시가 된 걸 보고 화들짝 놀라 튀어나갔네 ㅎㅎㅎ 산녀는 저녁형 인간인지라 아침에 일어나는게 참말로 고역이다. 생전 엄니가 산녀 농사훈련시킬때... "아침 식전 새벽에 하는 일이 하루 일의 3분의2를 차지한다!!! 니 그래갖고 농사짓겠나?!" "그래 할거면 얼렁 꺼더가라~" 그래도 산녀는 식전 새벽일은 못해요... 눈이 안 떠지는걸~ 눈이 떠져도 몸이 안 일어나지는걸... 그래도 6시 7시엔 ..

산골통신 2022.05.24

콩알 딸기~

생전 엄니께서 하신 말씀~ "내 다른 장사는 다 해도 딸기 장사는 못하겠다!" 따기 무섭게 물러지는지라 만지기도 힘든... 한번 만질 때마다 상품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그런 노지 딸기... 아이들 주려고 텃밭 가장자리에 딸기를 심어놓고 따주시면서 하신 말씀이시다. 요즘 사람들은 겨울에 딸기가 나오니까 딸기의 제철이 언제인지 잘 모를거다. 왜 딸기를 겨울에 비닐온상에서 재배해야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나... 노지 딸기는 꼭 모내기철에 익는다!!! 그래서 모내기 하느라 논에서 사느라 딸기 익어가는 걸 모른다... 해서 얻어먹질 못한다구! 그래서 니들이 좀 따온나~ 라고 손주들보고 할머니 말씀하시곤 했더랬다. 그 노지 딸기 한 바구니 따갖고 오면 득득 갈아서 할머니표 특제 미숫가루에 꿀에 재어서 얼음 과자 만들어..

산골통신 2022.05.22

얘가 누구더라~

요즘 주로 하는 일은 물주기다. 가뭄 탓인지 아니면 덕분인지 풀들이 그리 기승을 안 부려서 밭매기는 좀 수월하다. 안 좋은게 있으면 좋은게 한가지는 있는 건가? 아침저녁으로 세 군데 텃밭마다 돌아가며 물을 주고 화단에도 물을 준다. 큰밭들에는 아예 물을 줄 엄두도 못 내고 그냥 하늘에 맡기고 있다. 나물 씨를 뿌린 고랑에 특히 물을 더 자주 많이 뿌려주고 있는데 효과가 좀 있으면 좋겠다. 최근 모종으로 심은 아이들이 고난을 겪고 있다. 물을 주면 잠깐 반짝 살아나고 다음날이면 다시 비실비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계속 물을 줘야 한다. 비닐하우스 안 고추들은 패트병 관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위에서 그냥 뿌려주고 헛고랑에 물을 흘려보내는 식의 기존 방식에서 더하여 두 포기 간격으로 패트병을 거꾸로..

산골통신 2022.05.21

뜨뜨미지근 맥주라도...

아침 밭작물마다 꽃들마다 물을 흠뻑 뿌려주고... 이건 마치 안 하면 안되는... 밥 먹는 것보다 더 중요시되는 일이다... 다 타들어가는 모종들을 보면서... 그리고 뽑거나 긁거나 베거나 해서 밭헛고랑의 말라죽는 풀들을 보면서... 그네들의 선택과 집중된 삶과 죽음을 본다... 늘 그러하다... 뉘 목숨은 중하고 뉘 목숨은 하찮냐... 오로지 인간들에게 선택되어졌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는 그네들의 운명이지! 어제는 도라지골 더덕골 풀들을 작살냈다! 호미도 던져버리고 열손구락으로 막 휘저었네! 땅이 말라 먼지가 풀풀이므로 가능한 일... 도라지와 더덕 씨 파종한 뒤끝은... 음... 가뭄에 콩난다는 말이 딱 맞는 그런 상황... 다시 씨를 뿌려야 하나... 기왕 난 아이들만이라도 도닥거려서 얘들이라도 ..

산골통신 2022.05.20

꽃그늘 아래 꽃개?!

문득 봉덕이가 안 보인다는 느낌?! 야가 어데가서 처자고 있노?! 구석구석 뒤져봐도 안 보여... 희한타... 또 탈출했나? 걱정이 되던차 저기 작약꽃무더기 밑에 허연 것이 뭐신고?! 하이고야~ 저놈 보래... 저기서 퍼자고 있구만~ 웃겨서 사진을 막 찍으니 일어나서 어리둥절~ 산녀를 쳐다본다. 내는 잘 자고 있구만 와 그랴요?! 하는듯... 요즘 봉덕이 낮잠자는 곳이다! 작약이 만발했고 하얀찔레꽃 향기가 넘쳐나서 눈도 즐겁고 코도 흥그럽고~ 요즘 일하면서도 눈길 가는 곳마다 이쁜 꽃들이 피어있어서 한눈을 자꾸 팔게된다나... 요며칠 뭔 일을 했노~ 하나하나 짚어보면 늘 바쁘긴 했네그랴... 나무꾼은 예초기로 여기저기 풀깍느라 땀에 흠뻑 젖어지내고... 산녀는 자잘한 밭들 순시순찰하고 댕기고~ 아침저녁 ..

산골통신 2022.05.19

원시적으로~

도시처자들과 이런저런 밭일을 마치고 들어와 한데 아궁이에 불피워 솥뚜껑삼겹살을 궈먹었다. 한나절 일을 한 뒤라 피곤도 하고 배도 고프고~ 서둘러 솔갈비 듬뿍 넣어가며 장작불 때서 불판을 달궜다나!!! 그 좋은 조리 도구 다 냅두고 집안도 아닌 마당에서 저리 원시적으로 해먹어야 되는 이유는 뭘까나?! ㅎㅎ 기어이 고기 다 궈먹고 끝판에 라면까지 끓여묵었다. 긴 쇠꼬챙이에 샤브샤브용 냄비를 걸어 불 위에 올려서 그야말로 미국 서부영화에서 보던 식으로... 이거 되나 안되나 해보자~ 흠흠 된다 된다~ 불땀이 좋으니 금방 끓는다! 숯불에 하는 것보다 훨 낫네!!! 앞으론 이렇게 해묵자구!!! 담너머에서 누가 이러고 있는 꼴을 보면 기맥혀 웃지 않을까 싶네~ 그래도 그러거나 말거나 열심열심 궈먹고 끓여묵었다는~ ..

산골통신 2022.05.15

눈이 부시게~

요즘 그저 눈이 부시게~ 입은 벙글~ 그러고 댕긴다. 마당에 온갖 꽃들이 마구마구 피어나서 눈을 한군데 둘 수가 없다. 작약이 드디어 피기 시작해서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고 샤스타데이지가 마당 구석구석에서 피어나고 로벨리아 안개초 클레마티스 참으아리 금낭화 타래붓꽃 해당화 찔레꽃 등등~ 텃밭에는 배추꽃 삼동추꽃이 피어있어서 노랑노랑~ 나무꾼이 찍은 사진들이다. 요즘 열심이다! 산녀는 눈으로 보기 바빠서 사진 찍을 새가 없다. 상당 연못가에도 노랑 창포꽃들과 보라 아이리스들이 난리난리~ 분홍병꽃나무와 불두화가 만발~ 빨간 벤취에 앉아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래도 일은 해야하지~ 바구니 그득그득 완전 늦은 산나물 채취~ 참깨모종 8판 심고 북주기~ 총 10고랑! 이제 남은 12고랑엔 메주콩 심으면 ..

산골통신 2022.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