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꽃그늘 아래 꽃개?!

산골통신 2022. 5. 19. 23:18







문득 봉덕이가 안 보인다는 느낌?!
야가 어데가서 처자고 있노?! 구석구석 뒤져봐도 안 보여...
희한타... 또 탈출했나? 걱정이 되던차 저기 작약꽃무더기 밑에 허연 것이 뭐신고?!

하이고야~ 저놈 보래... 저기서 퍼자고 있구만~
웃겨서 사진을 막 찍으니 일어나서 어리둥절~ 산녀를 쳐다본다.
내는 잘 자고 있구만 와 그랴요?! 하는듯...

요즘 봉덕이 낮잠자는 곳이다!

작약이 만발했고 하얀찔레꽃 향기가 넘쳐나서 눈도 즐겁고 코도 흥그럽고~
요즘 일하면서도 눈길 가는 곳마다 이쁜 꽃들이 피어있어서 한눈을 자꾸 팔게된다나...

요며칠 뭔 일을 했노~ 하나하나 짚어보면 늘 바쁘긴 했네그랴...
나무꾼은 예초기로 여기저기 풀깍느라 땀에 흠뻑 젖어지내고...
산녀는 자잘한 밭들 순시순찰하고 댕기고~
아침저녁 밭작물에 물주고~
비닐하우스 안 모종들 자람새 봐가며 여기저기 빈자리에 갖다 심고~
오늘도 열무씨 얼가리배추씨 파종하고~ 좀 이르거나 늦거나 한데 나는대로 먹지 뭐~
상추씨 종류별로 모종판에 파종하고~

요즘 상추 먹어내는 걸 보면 하이고 이젠 뜯을게 없으야~
손님은 간간이 오시는데~ 어제같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손님은 진짜 호러다!
작년에도 그렇게 들이닥친 분인데~
왜 호러냐고 하냐면~
갑자기 전화가 와서 뜬금없이 밑도끝도없이
"낫이 좀 필요해!" 라고 했단 말이시...
아뉘~ 이분이 시방 외국에 살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에 대고 낫이 좀 있어야겠다고 하면 어느뉘가 안 놀래냐고!!!
귀국을 한 김에 산소에 성묘를 온 참인데 풀이 무성하니 낫으로 벌초를 해야겠다는 그래서 낫이 필요하다는 뭐 그런 사연이었으...
아뉘~
그런 자초지종을 먼저 이야기를 하고 낫을 좀 갖고 오라고 해야한단 말이시...
다짜고짜 연락도 없이 와서 낫이 필요하다고 하면 우쨔?!?!

근데
올해는 느닷없이 전화를 해서는 지금 바로 뒤에 있다고!!!
허걱!!! 낫에 이어 이젠 바로 뒤?!
어디 뒤?! 내 등뒤?!
ㅎㅎㅎ
산소에 와 있다는 말을 그리 한겨~ ㅎㅎㅎ
하이고 또 놀래부렀네...

한참 나무꾼하고 고압분무기가 고장나서 그거 고치고 있는 중에 그리 전화를 받으니 안 놀래냐고오!!!

부랴부랴 일하다 말고~
점심 드셨냐 물으니 그때 시각이 두시가 넘었는데 아침먹고 암것도 안 드셨다네~
허겁지겁 텃밭을 한바퀴 휘휘 돌아 당장 해먹을 수 있는 나물들 뜯어다가 반찬 만들어 밥상 차리느라 정신이 한개도 없었네!!!

하필이면 요즘 반찬들이 똑 떨어져 뭐 먹나~ 매끼니 고민하던 차인데... 일테면 보릿고개란 말이시~
봄나물 산나물이 다 묵어지고 여름나물 나오기는 이른...

해서 만만한 상추만 뜯어묵고 있던 참인데...
손님밥상을 뭘로 차리노... 하던 일이고 뭐고 다 내던지고 텃밭으로 뛰었다.

상추랑 막판 순 올라온 취나물 좀 뜯고 머구좀 베어오고
아스파라거스 뜯고해서
데치고 볶고 무치고~ 삼겹살 좀 굽고 김치찌개에
대충대강 밥상을 차려냈다.

다행히 외국생활을 오래하신 분이라 한국음식이면 다 오케이~ ㅎㅎ 그나마 다행...

내년엔 또 어떤 호러 방문을 하실려나~ 참내!
상당 연못가가 참 운치가 있다며 한참을 앉아 쉬다 가셨다.
이런저런 일도 좀 도와주고...
앞으로 도깨비라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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