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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산길~

면에 볼일이 있어 모처럼 산길을 걸어내려갔다왔다. 자그마한 면이지만 그래도 있을건 다 있어서 참 다행이다. 마을사람들은 새로 난 큰 길로 다리로 차로 씽씽 다니지만 산녀는 늘 옛 산길을 고집한다. 그래서 산골사람들한테 희한하다는 시선을 받고 살지~ 오늘도 논에서 볏짚 걷는 동네 오래비한테 왜 걸어댕기느냐고 한 소리 들었네! 냇가 다리가 없었을 시절엔 바지 둥둥 걷어부치고 냇물을 건너댕기던가 징검다리 펄쩍펄쩍 뛰댕기던가 아니면 중간참에 보뚝을 기어올라가 뛰어넘어 다녀야 했었다. 세상 좋아졌지! 산길을 이젠 아무도 오가지 않는가보다... 낙엽이 수북수북 쌓여있다. 이제 집집마다 차 없는 이가 없고 또 차가 없으면 오토바이라도 있으니 걸어댕기는 이는 없다고 봐야한다. 또 산길은 마주오는 차를 만나면 비켜갈 수..

산골통신 2022.11.09

노는 것도 능력이여!

식전 집안팍 한바퀴 돌고~ 늘 변함없는 일과를 하고나서 오늘은 무슨 일을 먼저 해야할까... 궁리를 하며 여기저기 쏘댕기면서 눈맞춤을 하다가 진작에 뽑아놓고 처리 안 한 동치미용 무 한 바구니~ 너 딱 걸렸다! 그대로 도마랑 칼을 꺼내놓고 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텃밭에 뒤늦게 무씨를 뿌려놔서 무는 알이 안 크지만 잎사귀가 제법 시레기는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애들이 있었다. 그놈들 안 얼었더라구~ 죄 뽑아다 시레기 해널고 자잘한 무들을 아까 다듬던 무하고 같이 다듬어 씻었다. 굵은 소금에 버무려 한통 그득 담아놓고~ 아침밥 대충 끓여묵고~ 쉬다가... 쉬다가 그대로 자버렸네그랴... 이 무슨 일?! 깨고보니 자고 있었어... 자기 전 사람도 산녀일테고 잠들어버린 사람도 산녀일텐데... 도무지 일치를 못..

산골통신 2022.11.08

개와 고양이의 산책이란~

적막해지는 해거름 무렵이면 봉덕이도 쓸쓸해한다. 일 마치고 들어오는 산녀를 바라보는 그 눈초리가 좀 짠해서 "그랴 가자!" 산녀가 개목걸이를 들자마자 제자리 뱅뱅 맴돌기를 수차례~ 한바탕 지맘대로 기쁨의 춤을 춘다음 목을 쑥 들이민다. 산으로 들로 내로 한바퀴 휘휘 돌다 내려왔다. 오늘 입동~ 해가 더 빨리 넘어가더라. 어김없이 따라붙는 마당냥이 두 마리~ 오늘은 숫자가 줄었네. 노랭이랑 흰코도 따라오던데 오늘은 삼색이랑 까망이만 쫓아온다. 쟈들은 뭔 생각으로 봉덕이 산책에 따라나서는 걸까? 어미 뱃속에서부터 봉덕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었을게다. 지 어미 삼숙이랑 진돗개 봉덕이랑 종을 넘은 우정이 남달랐거든... 많게는 네 마리 적으면 한 마리~ 꼭 산책을 같이 한다. 지들이 힘들면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

산골통신 2022.11.07

오늘은 호박~

어제 시제 지내고 온 도시장정들~ 추운 날씨에 뜨끈한 국물에 몸 좀 녹이라고 샤브샤브 한 냄비 끓였다. 햅쌀밥 해줄테니 방아 좀 찧어오라했다. 금방 방아찧은 햅쌀밥에 마당에 모덕불 피워 고기 굽고~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 추위다. 하룻밤새에 축축 늘어진 작물들과 풀들을 보면서 참 얘들도 한방이구나 싶네. 그리 무서리에도 곧잘 견디더니 된서리 한 방에 그냥 골로 가버렸다. 모처럼 생긴 일손들을 그냥 보낼 순 없잖여~ 점심 든든히 맥인 후 물었다. 이후 일정이 바쁘냐고! 안 바쁘면 일 좀 합세~ 장갑 하나씩 주고 낫 하나 들려서 콩밭으로 고추밭으로~ 콩단 두 차 그득 실어서 마당으로 다 날랐고 고춧대 다 뽑았다. 역쉬 장정들 힘은 달라... 산녀 혼자 했으면 몇날며칠 애먹었을텐데 잠깐 사이에 다..

산골통신 2022.11.06

어젯밤 추위에...

입동 추위 이름값 하는 구나! 창을 열어 바깥 세상을 내다보니 모든 것이 얼음땡! 멈춰있었다. 동산에 아직 해가 안 올라와있고 서산 마루에도 햇살이 비춰지지 않은 걸 보니 해 뜨는 시각이 더 늦춰졌구나. 집 뒤안 텃밭 무 배추 바질 정구지 등등 모조리 얼어서 딱딱해져 있어... 만지면 와사삭 부숴질듯... 사실 이럴때 만지면 와자작 부숴진다. 해가 올라와서 자연스레 녹기를 기다려야 한다. 텃밭에 조금 뿌려둔 무잎사귀가 녹은 뒤 괜찮으려나~ 배추는 얼었다 녹았다해도 어느정도까지는 괜찮은데 무는 한번 얼면 그대로 죽이 된다! 얼어붙어 있는 세상을 내다보고 나갈 엄두를 못 내다가 마당냥이 한 마리가 샘가 물을 마시는 게 아니고 어리둥절 한참 하다가 핥아먹는 걸 보고 아하! 냥이들 물그릇 물이 얼었구나! 저거 ..

산골통신 2022.11.05

마당 아이들 월동 준비

마당 아이들 월동준비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끄적끄적~ 겨울채비 비닐겨울집을 지어주기로 했다. 해마다 마당 방티연못에 살고 있는 수련만 꼬마비닐하우스를 씌워줬었다. 얘는 그래도 이겨내더라고. 올해는 큰 연들도 있으니 대대적으로 월동채비를 해줘야할듯하다. 그리고 수국 화분을 해마다 겨울이면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여놨다가 봄이면 내가고 했었는데 수국이 덩치가 커지니까 이게 또 힘들더라고... 흙무게가 장난 아니잖유. 그리고 비닐하우스 안에서도 월동이 안되어 꽃눈이 냉해를 입어 이듬해 꽃이 안 피드라! 올봄에 그만 지쳐서 연화분들도 그냥 대책없이 밖으로 내놓았고 수국화분들도 모조리 노지에 심어 버렸다. 올겨울에 월동채비는 어케든 배워서 하자고 맘 먹고!!! 뭐 일단은 아래 정리해둔대로 해보자구! @ 수국 1차 왕..

산골통신 2022.11.04

일 발동이 걸려야만...

뭔 일을 하기 싫어 미적미적 미뤄뒀을때 그 일을 하려면 몸에 발동이 제대로 걸려야 한다. 그러면 며칠 일을 하루만에 해치울 수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식전에 닭집 모이 주고 내려오다가 똘망이를 만났다. 언덕밭에서 아기냥이들하고 같이 산녀를 기다리고 있더라고... 수세미가 마른 것이 눈에 띄길래 좀 따왔다. 그냥 절로 절로 저절로 수세미가 되어버렸네?! 이걸 삶아서 쓰는 이유는 저장성과 견고함이려나?! 오늘 이슬 마르기 전에 밭에 올라가서 콩대 마저 꺾었다. 식전에 안개가 자욱하니 끼어서 마을 밖이 안 보이더니만~ 해가 올라오니 좀 낫더라. 덜 여문 애들도 좀 있고 여물어서 콩깍지가 터진 애들도 좀 있고... 저리 꺾어 눞혀 놨으니 이번 주말 도시장정들에게 날라다 달라해야지. 일 시킬 거리를 많..

산골통신 2022.11.02

어슬렁 어슬렁~

손에 일이 안 잡혀서 하루종일 어슬렁거리다 하루해 다 보냈다. 아쉬람터 콩대 좀 꺾다가 연못에 가서 애들 밥주며 놀다가~ 나무꾼은 자손번창이라고 좋아하더만~ 재들 숫자가 세어보진 않았는데 수백마리는 족히 될듯하더라구... 사료를 뿌려주면 저리 바글바글 올라와서 먹고논다. 햇나락이 드뎌 들어왔다. 총 6개 반이 들어오는데 이번엔 두개만 들여오고 나머지는 모두 정부수매와 큰방앗간으로 넘겨버렸다. 작년에 세개반을 냅뒀는데 두개가 그대로 남았어! 고로 넉넉히 잡아도 두개만 있으면 된다는 야그잖아! 그래 올해는 과감히 나머지 나락들을 초장에 처분해버렸다. 나락 가격이 더 오른다는 보장도 없고 올봄에 보니 완전 폭락이더만... 남은 나락은 무료급식소로 보낼 예정이다. 다음주 중에 쌀방아를 찧어서 택배로 부칠건데 묵..

산골통신 2022.11.01

콩을 꺾자~

콩은 베는 게 아니고 꺾어야한다. 낫을 비스듬히 대고 뚝뚝~ 기술적로다~ 그래도 뿌리채 뽑히는 애들도 있고 줄기가 목질화 되어서 잘 안꺾이는 애들도 있고~ 뭐 대충 뽑고 꺾고해서 한구루마 실어냈다. 언덕밭에 조금 심었는데 제법 나오더라. 수세미가 달린 채로 마르더니 툭툭 쪼개니 저리 벌어지더라~ 애써 잘라 삶고 껍질 벗기고 할 필요가 없었네?! 아쉬람터 열두 고랑 심은 콩들은 우찌된거이 잎이 시푸르둥둥~ 잘 안 여문 것도 같고... 산골 이웃들은 너나없이 콩 꺾느라고 다들 분주.. 어딜 봐도 다 꺾어서 쟁여놨어라마는... 우린 어째야하나~ 물어봐도 이젠 서리가 내리면 안되니까 잎이 퍼래도 꺾어야 한다고 뭐 그런 말씀만 하시네... 그럼 다음 주말에 도시장정들 오면 그때 하자 해야겠다! 오늘은 식전에 언덕..

산골통신 2022.10.30

비 안 오는 날 쪽파전이라도...

며칠전 닭집 안 병아리육아실 칸막이 철망을 치던 중 이따만한 기둥 통나무를 들어 옮기다가 떨어뜨려 오른발에 쿵! 아이고 아파라~ 이거 발가락 뿌러진거 아닐까?! 싶었지만 꼼지락거리는데 지장없고 차츰 통증도 없어져서 그만 이자묵고 일 마저 했었지. 몇년 전에는 나무 베다가 얼굴에 탁~ 맞아서 광대뼈 나간거 아닐까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뭐 별일 없더라... 예전엔 소똥 거름 치다가 삼시랑으로 내 발등 찍었던 적도 있었고... 뭐 별일 다 있었다. 방금 박스 들어옮기다가 발등에 탁 걸렸는데 쪼매 아프더라. 오른쪽 두번째 발가락이 좀 아프고 멍이 들었는데 괜찮아질게다. 도시 처자가 냉동실에서 뭐 꺼내다가 떨어뜨려 발가락 골절로 깁스 했다더니 그 생각이 나더라만... 식전에 국화 큰놈들 우르르 피었길래 그놈들 말..

산골통신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