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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기는 춥다.

아침 아궁이 앞에 앉아 한참 불을 땐다.들냥이들은 밥부터 달라고 아웅아웅거리고~마당냥이들도 삽작거리에서 기웃기웃~식구들이 다 모였나보려고 한나두이 세는데아기냥이 한 마리가 안 보인다.다시 세어봐도 없네…요놈이 제일 먼저 밥 달라고 뛰어오는 아이인데 우짠 일이고~개집 안을 살펴보니 죽어있다. 네 다리 주욱 펴고 죽은 걸 봐서는 얼어죽은건 아니다.어제도 밥 먹는거 봤는데 이 무슨 일이지?!어미가 다섯마리 낳아서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키우다가 달랑 두 마리를 데리고 집마당으로 이사를 왔더랬다. 죽은 세 마리중 한 마리는 나중에 뒤뜰에서 발견하여 묻어줬었다.오늘 또 한 마리 묻었네… 이제 저 삼색이 아기냥이 한 마리만 남았다.마당냥이들은 이제 밥 먹으러 잘온다. 겨울 추위에 샤냥이 잘 안되는지 밥때되면 산녀를 ..

카테고리 없음 2024.12.22

이러고 놀거다~

아궁이 불꽃을 향해 두 발 쭈우욱~ 뻗고…솔갈비 아낌없이 처넣고~아궁이 앞에서 밖을 바라본 풍경~냥이들과 봉덕이가 한바탕 눈밭에서 달리기를 하고난 참이다. 다들 발 탈탈 털고 들앉았겠지.아침 창을 여니 저렇더라.눈을 뿌린 구름들이 서둘러 동산 위로 쑥쑥 사라지고~ 해가 날락말락…정구지 씨앗송이를 냅둔 이유는 이 눈꽃을 보려고 한 거지. 뭐 별거 아닌데 딴엔 별거라…소국들도 시든 가지 정리 안 한 이유…자귀나무와 모과나무 가지들이 눈옷을 입고 근사해졌다.온통 봉덕이랑 냥이들 발자욱…눈이 그치자마자 뛰어나온 모냥~큰 쥐 한 마리를 잡아다놓고 안 먹고 있길래 나는 안 묵어도 된다~ 니들 먹어라~ 하고 집어다 밥그릇에 놓아줬더니 먹은듯?! 아님 내다버렸나?! 없네.어제 산책 중 봉덕이가 새앙쥐 한 마리 잡아냈다..

산골통신 2024.12.21

영상만 되어도~

영상 1도만 되어도~아니 영하라 해도 바람만 안 불고 햇살만 있어도 날이 참 따시다.이 겨울 낮 빼고는 영하 날씨라 해지면 무조건 방콕이다. 아침에도 햇살이 마당까지 비춰 들어와야만 꼼지락거린다.이 마을은 완전 서향으로 들앉은 곳이라 아침 햇살이 마당까지 들어오려면 한참 걸린다. 대신 해질 무렵이 되면 아주아주 끝까지 햇살이 비추고 서산으로 스러진다.저기저기 쩌아래 물건너 동향 마을에는 아침 나절되면 햇살이 따스하게 비춰들어 안온하게 보인다. 이 추운 겨울 아침마다 건너다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겨울아침엔 아침햇살 가득한 물건너 마을이 부럽고… 겨울저녁엔 늦게까지 햇살이 머무르는 우리 마을이 좋고여름저녁엔 일찌감치 그늘이 진 물건너 마을이 무쟈게 부럽고…여름아침엔 그나마 늦게 올라오는 햇살이 덜 무섭..

산골통신 2024.12.19

데굴데굴 겨울보내기~

일상은 늘 같다.이른 아침 절로 눈은 떠지는데 딱히 서두를 일이 없으므로 조금 뒹굴거린다.문이 열리자마자 전속력으로 뛰어올 태세를 갖춘 마당의 냥이들을 커텐 너머로 슬쩍 훔쳐보다가 몸을 일으켜 마당으로 내려선다.마당에 한 바가지 길건너 엄니집 마당에 한 바가지 밥을 대령해주고 닭집으로 올라간다.오르막길이라 아침부터 운동각이다~요며칠전부터 알을 하나씩 낳기 시작했다. 한놈이 계속 낳는건지 번갈아가며 낳는건지 그건 모른다. 영계암탉이 네 마리니 하루에 한두 개는 낳지 싶다. 알 안 낳는 늙은 암탉 네 마리와 서열싸움에 진 젊은 수탉 두 마리는 조만간 잡아야한다. 어느날이 되었든 산녀 맘 먹는 날이 니들 제삿날이다.하루에 한 번 아궁이 군불을 지핀다.솔갈비 넉넉히 처넣고 때는 재미가 아주 좋다.땔나무는 그닥 ..

산골통신 2024.12.17

이 겨울의 온실?!

집 한켠 보일러실을 보수하면서 좀 넓혀 유리 샤시문을 달아냈다. 그 바람에 남향인 너른 방같은게 생겼고 집에서 안쓰는 헌 소파와 원형 탁자를 갖다놨지.햇살이 너무 잘 들어와서 챙모자를 써야만 앉아있을 수 있을 정도였다.지금도 햇살을 살짝 피해 돌아앉아있다.원형탁자라 그게 가능해서 좋다.올 겨울 읽을 책들을 마구 쌓아놓고 땡기는대로 읽고 있다. 요즘 세계사편력 인도 총리였던 네루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진 책인데 제법 읽을만하다. 열세살남짓한 여자아이에게 쓴 아버지의 편지 형식이라 읽어내기가 쉽다.다만 그당시 인도인의 시각에 비친 세계사라는 걸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내년 봄 아쉬람터 연못에 띄울 부레옥잠을 월동시키는 중이다. 항아리뚜껑 수반 세 군데에서 키우고 있다. 이 온실아닌 온실이 아주 제격..

카테고리 없음 2024.12.11

시래기의 계절~

시래기 한 들통 푹푹 삶고 있다.그 옆에 감자탕용 사등뼈도 한 솥 그득 삶고 있고~원래는 우거지가 제격이긴 한데 시래기가 더 땡겨서리~볼품없는 산골 밥상이지만 배부르게 원없이 먹었다.추운 겨울 시래기 넣은 감자탕은 최고다.시래기 먹다 물리면 묵은지로도 하고 그것도 물리면 잘 말려둔 우거지로 끓이면 된다.옛날에 고기가 귀했을때 정육점에서 돼지잡뼈들을 한 봉다리 구해다 곰솥에 묵은지랑 넣고 푹 끓여내면 그리 맛이 있었더랬다. 살점이 거의 안 붙은 자잘한 잡뼈들이었지만 우러난 맛이 제법 좋았었다. 추운 겨울이 오면 항시 생각이 난다. 그땐 그리 한 솥 끓여두면 몇날며칠 다 떨어질 때까지 먹곤 했었다.아마도 봉덕이의 겨울 식량창고를 털은듯 싶다. 저 캔이 지 먹을 거라는 걸 어찌 알았을까?나무꾼이 봉덕이가 눈에..

산골통신 2024.12.09

땔나무 하는 날~

날은 좀 바람도 불고 추워도 햇살이 좋아서 일하러 나섰다.나무꾼이 작심하고 나무를 하러 가겠단다!뒷산 산밭 상당에 지난 여름 폭우에 쓰러진 나무들이 제법 있거든~그걸 몇 그루 눈여겨 봐뒀다가 이번 겨울에 잘라갖고 올거였다.나무 한 그루당 저만치 나온다. 여기저기 쌓아두고 운반차를 갖고 와서 실어날랐다.나무꾼이 전기톱 갖고 나무를 자르는 동안 산녀는 갈퀴를 갖고 갈비를 긁어댔다.산밭 올라가는 길에 솔갈비들이 엄청 떨어져 있더라구~참나무잎도 장난아니게 떨어져있고~ 왕겨푸대를 여섯장을 갖고 올라갔다. 긁고 긁고 또 긁고~ 하다보니 여섯 장이 그득 차서 더는 못 넣겠더라구…이 길에서만 여섯 푸대가 족히 나왔으니…그냥 대충 긁은 건데도 이정도야!!!돌탑은 아예 긁지도 못했다.다른 날 푸대를 더 갖고 와야한다. 세..

산골통신 2024.12.08

꼬마비닐하우스

아침 찬거리로 뭘 할까하고 텃밭을 돌아보다가 이 겨울에 상추가 저리 싱싱하냐 싶어 쪼글치고 앉아 잎을 한 양푼 뜯어왔다.그 옆골에 자라고 있는 루꼴라도 한 양푼 뜯고해서 살짝 겉절이해서 밥 비벼먹었지!엄청 맛나더라구…음… 이 상추들을 살려야겠네~꼬마비닐하우스 두 동이 있고 비닐하우스용 비닐 자투리가 좀 있어서 갖다놓고 작업 시이작!하려면 후딱 해야한다. 날이 추워서 해도 금방 지고 바람도 불고 일하기 여엉 그런 날씨다.이정도면 추워도 견디겠지?한파에 얼어죽으면 할 수 없공~속에는 고랑 양쪽에 둥근 철사를 꽂고 비닐을 덮어놨다. 그 위에 꼬마비닐하우스를 씌웠으니 괜찮을겨!청상추도 한 고랑 있는데 쟈들도 해줄까…고민이넹~ 온 겨우내 상추만 먹기도 글코~ ㅎㅎ 내일 햇살 좋을 때 해보자~ 너무 춥당!단풍콩잎을..

산골통신 2024.12.06

올해도 갈비~

이 산길의 솔갈비에 산녀가 봉덕이랑 오며가며 눈도장을 수시로 찍어놓고 있었다.작년엔 간발의 차로 이웃 아지매한테 넘겼는데 올해는 산녀가 득템할기다~이 작은 산골에 정작 아궁이에 군불때고 사는 이는 산녀뿐인데 다들 왜 이 갈비를 탐을 내는겨?!한데부엌 가마솥에 메주쑬때 불쏘시개로 쓰려는 거 알기는 안다마는 내 쫌 냄겨놨으니 그거나 긁어들가슈~긁고 긁고 또 긁어서 왕겨푸대로 두 개~ 담았다.이 산의 길가에 떨어진 솔갈비는 긁기가 아주 좋다.풀섶에 떨어진 애들도 많지만 그건 긁기가 참 힘들어서리~ 이리 길가에 떨어진 갈비만 긁어도 충분하다.얘들은 냄겨놨다. 산녀는 그리 야박한 사람이 아녀~ 싹 긁어갈만치 속좁은 사람도 아니고…내야 군불때니까 마이 필요하지만 당신네들은 그저 메주쑤고 시래기 삶을 때만 쓰잖여~뭐..

산골통신 2024.12.05

봉덕이의 산책~ 그리고

봉덕이가 산책에 나서면 꼭 따라오는 냥이들이 있다.까망이 노랭이 삼색이~셋이 다 따라올 때도 있고 그중 한 마리가 따라올 때도 있다. 그건 산책시 마침 그 근처에 있어서일게다. 사람을 따라오는 건 절대 아니더라~봉덕이가 목표다. 저 아이들은 삼숙이 새끼들이다. 어미 뱃속에 있을때부터 봉덕이가 곁에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저리 따라댕긴다고?!오늘은 무 남은 것들 저장하는 일하고 밭에 남은 대파들 뽑아서 화분에 심어 들여놓는 일을 했다.큰 무들은 신문지에 싸서 아이스박스에 넣어 헌 건조기 안에 넣어두고자잘한 무들은 소금에 버무려뒀다가 항아리에 넣어 동치미 담을거다.철수세미로 한다라이 씻어 소금에 굴려놨다.맞춤한 항아리를 찾다가 언제적인가 한3년전인가 가을에 단풍콩잎 삭힌다고 소금물에 담아뒀던 항아리를 발견했..

산골통신 2024.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