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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문득 글을 읽다가 한 소식 얻어걸림~ 전원주택에서 도시인들이 꿈꾸는 삶을 영위하려면... 가족 중 누군가는 소처럼 일해야 한다! 금새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대충 이런 뜻... 헌데... 근데... 그게 나네?!?!?! 어제부터 김장 돌입~ 내일까지 해야 끝난다. 그러고나면 제사 준비해야하고... 다음주 주말 한팀 대대적으로 치러야 하고... 나무꾼은 배추 50여 포기를 뽑아다 주고 손님들이 들이닥쳐 사라졌다! 고로 나머지는 산녀 일거리... 안하고 나무꾼 올때까지 버티면 되지만 밤늦게까지 일하긴 싫고... 일단 우리 먹을 배추 57포기만 일단 절여놨다. 나머지는 담날 일손 오면 또 하기로 하고... 그리고 거시기~ 나무꾼 컨디션 안 좋은듯하고... 해서 산녀가 소처럼 일했다... 그렇다! 산골이던 시골이던..

산골통신 2021.11.20

드뎌 들깨~

이제나 저제나 들깨 자루를 처박아놓고 저걸 해야하는데... 들기름 달랑거리고 들깻가루는 다 먹고 이제 없는데... 뭐한다고 이리 미뤄졌는지 내도 모린다. 드뎌 오늘 들깨자루를 끄집어냈다. 선풍기 하나 꺼내오고 천막 멍석 깔고 전기선 연결해서 바가지로 들깨를 푹 퍼서 선풍기 강풍으로 틀고 서서 주르르... 부으면 들깨알만 조르르 모인다. 그걸 두번 정도 반복하면 그럭저럭 깔끔하다. 큰 다라에 담아 세 번 정도 조루로 일어 씻어 건져야 흙이니 자잘한 검부지기니 등등이 씻겨나간다. 큰 채반에 왕겨푸대를 깔고 햇살에 널어놓았다. 천막에 광목천이나 망사천 깔고 널면 되는데 양이 많아서 채반 여섯개에 나눠 널었다. 나눠 널면 나중에 거둬들이기도 손쉽고해서리~ 이제 들기름 얻어묵겠군~ 뭐든 손이 안 가면 되는 일이 ..

산골통신 2021.11.16

무말랭이 시작~

오늘 하루는 무 써느라 다 보낸 느낌! 아주 아주 큰 무를 스무여나문 개 골라내어 샘가에서 철수세미로 벅벅 씻어놨다. 500리터 고래통 두 개에 그득 담겨있는 무를 다 어찌할꺼나~ 한 통은 여기저기 나누고 김장에 들어가고 한 통은 겨우내 파먹는 걸로~ 그래도 봄이 되면 바람이 들고 썩어서 밭으로 닭집으로 가더라마는... 저온장고가 없으니 또 다 먹어낼 수가 없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자잘한 무로 키우려고 시레기무씨를 구해다 심었는데도 저리 무가 크니 우짜노 말이다. 무를 가장 많이 소비할 수 있는게 무말랭이다. 여기저기 나눠주기도 좋고 차로 마셔도 좋고~ 작년 겨우내 무말랭이차 끓여묵었는데 참 좋더라구!!! 해서 오늘은 작정하고 무를 썰었다. 햇살이 따뜻하니 좋길래 간만에 햇볕에 말려보자 하고 잠방에 ..

산골통신 2021.11.15

나락 들어오다.

드뎌 햅쌀밥 맛을 보겠군! 그날 저녁 부랴부랴 방아찧어 저녁밥을 했다. 그간 묵은쌀 밥하던 물 대중으로 했더니 밥이 질어~ 1년을 바싹 마른 쌀과 금방 수확해서 살짝 마른 쌀이 다르지! 물 양을 한참 줄여야했다. 햅쌀밥 먹은 뒤 묵은쌀 밥은 못 묵는다! 아무리 금방 방아를 찧었다해도 맛이 없다. 햅쌀밥의 그 향과 맛은 기맥히다!!! 아이들이 밥 두그릇 뚝딱! 하루에 밥 한솥만 하면 넉넉하던 것이 매끼니 밥을 해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제 나락이 들어왔으니 도시장정들 처자들 곧 들이닥치겠군! 다음주 김장 때 가래떡도 뽑고 방아도 찧고 해서 나눠묵어야지. 저 톤백 7개 중 네 개를 팔거다. 마을에 쌀 상인이 들어오면 몇몇집 어울려서 트럭에 실어가기로 말을 맞춰놨다. 정부 수매를 하면 되는데 40키로짜리 ..

산골통신 2021.11.13

뭐한다고 하루가 걍...

해가 짧으니까 하루가 후딱후딱 간다. 워메 뭐했다고 하루해가 저물어... 요즘 산달래가 자란다. 우리 밭둑 옆이 산인데 그 초입부터 좌악 달래여. 몇년전부터 눈독들이고 있다가 봄가을로 캐묵는데 잼나다. 첨엔 밭둑 길가로만 번지다가 그 위로 계속 올라가고 내려오고 아주 거대한 달래밭이 되어부렀으야!!! 해서리~ 나무꾼보고 기왕에 밭둑 풀치는거 그짝 산자락 주변을 확 쳐뿌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 산자락 둘레에 묘가 듬성듬성 여나문 기가 있는데 하도 오래되어 묘인지 뭔지 몇몇은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다. 벌초를 한 뒤에야 아! 거기가 묘였지!!! 하고 아는 뭐 그런 정도. 그 묘들도 이제 십여 년 지나면 벌초할 이들도 북망산 가고 없을... 근데 벌초를 묘만 달랑 달랑 하니 정작 그 옆 야생달래가..

산골통신 2021.11.09

올해 무농사 마무리~

일손 있을때 후딱 해치우기 작전 성공! 역쉬 젊은이들은 힘이 좋아! 그 많은 무 다 뽑고 나르고 담고 다해줬다. 큰애가 줄줄이 무를 뽑아놓으면 작은애랑 산녀가 무에서 무청을 잘라내고 나무꾼이랑 다같이 운반차에 실어 날랐다. 내일부터 비소식이 있다하니 서둘러서 했지. 어제 뽑아 나르고 오늘 무청을 걸려고! 오늘 아침에 빈 소마구 바닥에 날라다놓은 산더미같은 무랑 무청을 보자니 언제 다하나 싶었지마는~ 아무 생각없이 하루종일 사부작 사부작 앉아 무청을 정리해서 널었다. 기다란 철봉 4개를 이쪽 담과 저쪽 담 위에 가로질러 놓고 무청을 빽빽히 걸쳐놨다. 그래도 무청이 남아 굵은 헌 전기선을 가져다 기둥에 묶어놓고 거기다가도 널었다. 고로 총 5개 철봉 분량이 된셈! 무는 고래통이라고 500리터짜리 큰 검정통 ..

산골통신 2021.11.07

나도 배우려고요...

그 뻔뻔함 그 비열함 그 거짓말 그 겉다르고 속다른 연기 이 자그마한 산골에 한 나라에 일어날 법한 모든 일들이 다양하게 일어난다. 축소판이다. 어제 이웃과 한판했다! 오늘도 이어서 할지 그건 그놈 손에 달렸고... 엄한 걸 트집잡아 내가 이 마을의 어른입네.. 하면서 다된밥에 재 뿌리는 식의 간섭을 하더라구... 말을 하면 연장자에게 말대꾸한다고 지랄~ 논리적으로 말을 하면 그래 니 똑똑해서 좋겠다 라고 하고 불리하면 금새 말을 바꾸고 천하에 착한 사람은 자기 뿐이고 잘해줬는데도 억울하다고 우리는 악한이들이라...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훈계... 자기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산 원주민이고 우리는 외지인이라 들어와 살게 한 걸 고마워해야한다고... 우리가 외지인이라... 담에 만나면 따져야겠네! 내도 여그..

산골통신 2021.11.06

번갯불에 콩볶아묵기~

나무꾼이랑 일을 하면 늘 이런식이다. 산녀의 일스타일은 전엔 어땠는지 몰라도 이제는... 그냥 사부작 사부작... 놀며 쉬며 먼산바라기 해가며 오늘 못하면 내일 하고 까이꺼 안 하고 말지~ 하고 냅두고... 나무꾼 일스타일은 한꺼번에 일 순서 정해서 후딱 해치우기~ 뭐 쉬는 것도 별로 없다. 잠시 물 마시고 어쩌고 앉아있다가 다시 일하기... 오늘이 딱 그랬다. 저 아래 고구마밭에 밭설거지하러 갔는데 비닐을 죄 걷어내는 것이 가장 큰 일거리라 우격다짐으로 흙 속에 파묻혀 있는 비닐을 일일이 끄집어내어 빈 푸대에 담아냈다. 거의 인간승리 수준 ㅎㅎㅎ 풀들이 자라 그 뿌리들이 뒤엉켜 비닐을 내주질 않아... 그걸 열손구락으로 잡아뜯고 당기고 어거지로 뜯어냈지! 대여섯 고랑하고 좀 쉬고 대여섯 고랑 하고 점심..

산골통신 2021.11.02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조용한 삶을 원하는 산녀와 어려운 이를 도와가며 더불어 살아가려하는 나무꾼은 같으나 다른 삶을 원한다. 궁극엔 같지만 과정이나 방식에서 결이 좀 다른... 판은 벌어져있다. 그 판에서 산녀의 역할도 정해져있다. 허나 잘 나가다 가끔 삐딱선을 좀 타는 산녀는 그 역할이 맘에 안든다... 솔직히 말하면 그러하다... 나 아닌 이들이 산녀에게 간절히 요구하고 원하는 그 역할이 심히 버겁다. 요즘 가을을 타는지 다지난 갱년기를 다시 겪는지 그건 모르겠으나 좀 가라앉아있다. 널려있는 일도 안 하고 버티면서 묵은 숙제를 끄집어내어 다시금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솔직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되고 살 수 있다. 누르고 묻고 감추고 아닌척해봐야 고통만이 생긴다. 언젠가는 터질 화약고 분화구를 묻어두고 살 순 없다...

산골통신 2021.10.30

땜빵이...

어제 갔다. 봉덕이 산책길에 늘 따라댕기며 놀더니 결국 산책 중 트럭에 치였다. 놀란 아이가 서둘러 시내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이미 늦었다고... 어렵겠다고 주사만 세방 놔주고... 아이는 트럭이 오는 걸 보고 어여 오라고 불렀으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 아이는 자기탓이라고 좀더 빨리 냥이를 붙잡거나 트럭을 막아세웠어야 했다고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아이가 다치는 사고였을게다... 집에 온 땜빵이를 보니 이미 죽었더라... 아이는 의식이 없는거지 살아있다고 내일 아침에 일어날거라고... 병원에서 밤새 지켜보고 아침에 오라했다고... 산녀는 아무 말 안 했다. 안 감긴 눈을 감겨주며 고통없이 편히 가라고 속으로만... 오늘 아침에 딱딱하게 굳은 냥이를 싸서 꽃사과나무 아래 묻어줬다. 그곳은 지 엄마 삼숙..

산골통신 2021.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