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산골통신 2021. 10. 30. 10:30




조용한 삶을 원하는 산녀와
어려운 이를 도와가며 더불어 살아가려하는 나무꾼은
같으나 다른 삶을 원한다.
궁극엔 같지만 과정이나 방식에서 결이 좀 다른...

판은 벌어져있다.
그 판에서 산녀의 역할도 정해져있다.
허나 잘 나가다 가끔 삐딱선을 좀 타는 산녀는 그 역할이 맘에 안든다...
솔직히 말하면 그러하다...
나 아닌 이들이 산녀에게 간절히 요구하고 원하는 그 역할이 심히 버겁다.

요즘 가을을 타는지 다지난 갱년기를 다시 겪는지 그건 모르겠으나 좀 가라앉아있다.
널려있는 일도 안 하고 버티면서
묵은 숙제를 끄집어내어 다시금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솔직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되고 살 수 있다.

누르고 묻고 감추고 아닌척해봐야 고통만이 생긴다.
언젠가는 터질 화약고 분화구를 묻어두고 살 순 없다.

왜 이 산골에 사는가...
왜 살아야만 하는가...
나는 왜 여기 있나...

앞으로 남은 길던 짧던 삶을 살아야 하는데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요즘 유심히 무심히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답을 줬다.
결국은 원초적인 게다.

그래...
지금 시점에서 산녀에게 필요했던건 동기부여였던거다.
그거 참 중요하더라...

어제와 오늘의 삶의 결이 달라졌다.
지금껏 삶은 그냥 되는대로 흘러가는대로 닥치는대로 살아왔더랬다.
그래야만 했거든...
안그러면 살아갈 수가 없었거든...
지금도 앞으로도 그건 변함없을거다...
하지만 작은 동기부여가 생긴 지금...
조금은 힘이 생겼다.
마음이 편해지고 얼굴에 웃음기가 돌아왔다.

산길을 후딱 걸어나가
면에 하나뿐인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짧게 치고 빠글빠글 볶아버렸다.
거울을 보니 둘리에 나오는 마이콜같더라마는...
그래도 머리에 손이 안 가고 좋다!
할머니들이 왜 뽀글이파마를 하는지 그 이유를 절실히 알았다.
좋네!!!

저 아래 냇가에 청둥오리들이 떼지어 놀더라.
가끔 고니들도 보이고 백로들도 제법 있더라...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도 배우려고요...  (0) 2021.11.06
번갯불에 콩볶아묵기~  (0) 2021.11.02
땜빵이...  (0) 2021.10.28
모처럼 한가하게...  (0) 2021.10.26
시간은 간다...  (0)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