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번갯불에 콩볶아묵기~

산골통신 2021. 11. 2. 21:41

나무꾼이랑 일을 하면 늘 이런식이다.
산녀의 일스타일은 전엔 어땠는지 몰라도 이제는...
그냥 사부작 사부작... 놀며 쉬며 먼산바라기 해가며 오늘 못하면 내일 하고 까이꺼 안 하고 말지~ 하고 냅두고...

나무꾼 일스타일은 한꺼번에 일 순서 정해서 후딱 해치우기~
뭐 쉬는 것도 별로 없다. 잠시 물 마시고 어쩌고 앉아있다가 다시 일하기...
오늘이 딱 그랬다.

저 아래 고구마밭에 밭설거지하러 갔는데 비닐을 죄 걷어내는 것이 가장 큰 일거리라 우격다짐으로 흙 속에 파묻혀 있는 비닐을 일일이 끄집어내어 빈 푸대에 담아냈다.
거의 인간승리 수준 ㅎㅎㅎ
풀들이 자라 그 뿌리들이 뒤엉켜 비닐을 내주질 않아...
그걸 열손구락으로 잡아뜯고 당기고 어거지로 뜯어냈지!
대여섯 고랑하고 좀 쉬고 대여섯 고랑 하고 점심 묵고
나머지는 좀 수월해서 후딱 해지기 전에 해치우는데
비닐 걷은 다음에 뭘 심기 보다는 좀 갈아엎어서 겨울났다가 봄에 뭔가 심을 예정이라...

저 멀리 마을 초입에 빨간 트렉터 하나 하루 일 마치고 들어오네...
나무꾼이 보고 섰다가 전화로 호출~
삼거리 오라비 마침 들어오는 길이라면서 밭으로 막 쳐들어오더니 후딱 갈아주고 후딱 갔다!
그야말로 비닐 걷자마자 밭 갈아엎었네그랴...
뭐가 뚝딱 이뤄진 느낌!
이야... 사람 손으로 세월아 네월아 지지부진하다가 연장 좋은 놈이 와서 전광석화식으로 짜잔! 해치우고 떠난 그런 느낌!
130평 밭이 말끔해졌다!
기계가 좋네! 참 기막히다!!!

그 밭에는 내년 봄에 크렌베리랑 블랙베리 등등 베리류를 심을 예정이다.
심을 묘목들은 시방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다.
이젠 엎드려서 풀메는 밭농사 안 하려고 꾀를 낸 셈!
전지를 잘해서 이쁘게 가꿔봐야지.
이로써 크고작은 밭 세 군데에 나무를 심는거지~
나머지 밭에는 뭘 심을지 아직 결정이 안 났다.

작은 텃밭 세군데 남겨두고 고추심을 크고작은 비닐하우스 두 동만 남겨두고 나머지 밭들에는 죄다 나무를 심을거다.

아쉬람터 800여 평 밭에는 나무 85그루를 심었다.
단풍나무 64그루 백일홍 두 그루 만첩복사꽃 두 그루 수양벚나무 두 그루 삼색버들 세 그루 사철나무 8그루 낙엽송 두 그루 소나무 두 그루

장정 둘이 삽질하고 산녀가 심고 역할분담이 착착되니 한나절만에 끝나더라!

주목 백일홍 피라칸타 사철나무 등등 가지를 잘라와서 삽목해놨다.
자라는대로 또 옮겨심기로 하고~

그제 심은 85그루 중 소나무랑 수양벚나무 삼색버들 빼고는 다 삽목하고 씨앗 발아시켜 키운 나무들이다.

아쉬람터 드넓은 땅을 빙둘러 울타리치듯 심었다.
이제 저 나무들이 자라면 숲속에 들앉은듯 아늑할게다.

어제는 콩자갈 무더기를 흩어 깔았다.
총 스무 구루마 삽으로 퍼담아 운반해서 깔끼로 펴 깔았는데
정작 일을 하자고 한 나무꾼은 급한 전화 받느라고 바쁘고
천상 산녀가 삽질했지 뭐~
다 하고나니 전화통화가 끝나더만... 쯔비...
이제 저 자갈길 볼때마다 한소리 할겨~
저거 내가 다 했다고 ㅎㅎㅎ

이번 주에는 미뤄놨던 돌축대 쌓기를 할거고 산밭 물길잡는 공사가 또 한판 벌어질거다.
그러자면 축대 위에 심어뒀던 국화들을 파옮겨야 하는구나...
내일은 그걸 해야겠네!

산골 이웃들은 벌써 무를 뽑더라...
벌써?!

우리도 해야겠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주엔 또 추위가 올 모양...
그러면 이번 주 중에 무를 뽑아야겠구나...
무청도 걸어야하고 무는 또 어따 저장하나...

김장 일정이 잡혔다.
다음주 부터는 매주말 손님들 들이닥칠거고 미리미리 먹을 반찬들 장만해놔야겠네...
닥쳐서 허둥대지 않게~
김장재료는 싹 구비해놨다. 일손만 잡아오면 된다.

논에는 콤바인이 내일이나 모레쯤 들어갈거 같은데...
그러면 김장 전에 햅쌀밥 맛은 보겠군..
가을걷이며 김장이며 뭐가 막 들이닥치는 느낌이다.

다 하고나면 기분이 어떨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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