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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한가하게...

오늘은 그냥 쉬었다. 딱히 할 일을 찾자면 없지는 않은데... 그냥 그냥이라는 이유로 그냥... 식전 한바퀴 돌면서 닭집 모이 주고 문 열어주고 비닐하우스 문 열고 마당식구들 밥이랑 물 살피고 긴 괭이 하나 호신용으로 들고 아쉬람터밭으로 뒷골밭으로 토꾸바 약샘으로 동미밭으로 저 아래 냇가까지 내처 한바퀴 돌다 왔다. 이른 아침 공기가 차갑다! 입김이 풀풀 나는데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산 아래 산소까지 올라갔다왔네. 다행히 멧돼지 피해는 없는데 잔디는 거의 없어지고 잡풀만이... 잔디가 워낙 약골이라 보호를 안 해주면 저리 된다고 잔디는 살고 잡풀은 죽는 약을 해마다 쳐야 한다네... 어제 늦게까지 알타리김치를 담는다고 서서 일했더니 그게 문제였나... 이젠 몇가지 일을 동시에 못하겠구만~ 좀 노곤하..

산골통신 2021.10.26

시간은 간다...

뭘 하느라 이리 며칠이 지났는지 아리송하다. 지난주 초 며칠간 무리했던 몸이 항의를 했는지 한 사흘은 무기력증에 빠져 흐느적거리며 다녔다. 머리와 마음은 뭔 일을 했다고 이런다냐... 그러고 있는데 정작 몸은 기운없어했다는... 그러다 주말에 예고한 손님들 또 예고없이 온 손님들 연속으로 들이닥쳐 연 이틀을 손님맞이 하느라 분주했다. 그러고나니 일주일이 어느새 가고 다시금 월요일일세그려... 뭐하느라 일주일이 후딱 갔지?! 뭐 하여튼 세월은 잘도가고... 마음은 못 따라잡아 허둥대며 산다. 날씨가 연일 가을다워서 일하긴 참 좋더라. 산골 사람들 논 나락베느라 바쁘고 마늘 양파밭 장만해서 심느라 바쁘고... 콩 거둬들이고 어쩌고 밭설거지 하느라 분주하다. 산녀네 논에는 아직 콤바인 차례가 안 되어서 바쁜 ..

산골통신 2021.10.25

다 사그라지는 계절에...

된서리 몇 번에 호박덤불 쭈구리 된 걸 오며가며 보노라면 삶이 참 덧없다는 생각이 절로... 오늘은 콩단 꺾어 나르기로 한 날~ 낫과 전지가위를 들고 구루마 끌고 갔는데 낫도 소용없고 전지가위는 되려 손목 힘만 들고 번거롭더라... 그냥 막 뽑아서 흙만 털어서 담아갖고 왔다. 지난 봄에 이웃집 아지매가 메주콩 콩모종하다가 모종이 너무 많이 남았다며 걍 가져가라 하는 바람에 덜컥 가져온게 콩농사 시작이었으... 준다고 다 받아오면 우째...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양잿물도 주면 막 받아올거라~ 에잇! 뭐 하여튼 계획에 없던 콩모종은 생겼고 당연히 심을 밭도 없고... 세군데 나눠서 자투리 구석구석 심어뒀다. 언덕밭에서 한 구루마~ 저아랫밭에서 한 구루마~ 텃밭에서 두 구루마 나왔다. 이만하면 콩농..

산골통신 2021.10.21

긴 하루였나?!

해가 동산에 올라올 무렵 아쉬람터 무배추밭을 둘러보러갔다. 실안개가 자욱하니 온 마을을 휘덮고 있었고 저 아래 골짝에서부터 구름띠가 냇가따라 올라오더라... 무랑 배추들은 잘 자라고 있고 이대로 날씨만 받쳐주면 김장은 넉넉히 하겠네. 일삼아 한바퀴 돌아보고 오늘은 뭔 일을 해야하나... 고구마순 마저 다듬어서 데쳐 너는게 시급하구나! 참 손이 많이 간다. 오전내내 다듬고 오후내내 가마솥에 불지펴 데쳐냈다. 총 9번~ 넣고 데치고 건지고 널고 건조기 잠방 11개에 날나리 널어서 물기 뺀 다음 넣었다. 일단 55도로 8시간 후 배습~ 후 50도로 설정했는데 수시로 딜다봐가며 뒤적거려줘야혀! 쟈들 들러붙으면 뜯어말리는게 쉽지 않더라고!!! 말리면 얼마 안 되는게 저리 자리를 많이 차지하네! 잘 말려서 나물 귀..

산골통신 2021.10.20

춥네~

모두 떠난 뒤 적막함과 쓸쓸함... 가슴이 시리고 저린다는게 뭔지 알게되었다. 나는 여기 왜 있나... 끝없이 묻고 물어도 답은 없다... 그냥 있을 뿐... "내는 항상 여기 있어. 보고프면 언제든 온나!" 늘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식전에는 손이 시리더라... 털모자 덮어쓰고 머플러 두르고 나서야 마당에 내려설 수가 있다. 아후~ 추워라...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산골은 서울보다 더 남쪽임에도 훨씬 더 춥다!!! 옷을 몇겹 껴입고 나간다음 해가 올라오면 털모자를 밀짚모자로 바꿔쓰고 머플러를 풀고 셔츠를 벗고 등등 ㅎㅎ 날씨 봐가며 옷차림을 무겁게 또는 가볍게~ 캐서 널어놓은 토란을 일일이 다듬어 크기별로 구분해서 박스에 담아 난방 돌리지 않는 사랑방에 두었다. 총 일곱 박스 나왔다. 자잘한 두 박스..

산골통신 2021.10.18

얼띠기 토란~

새벽에 엄청 춥더라구... 식전에 봉당에 나서보니 아이구야... 마당 애들이 다 얼어있으~ 봉덕이도 담요를 뒤집어쓰고 웅크리고 있고... 딸아이가 노상 흔들그네 위에서 자는 봉덕이 춥다고 작은 담요를 씌워서 망토처럼 묶어줬나벼. 서둘러 이곳 저것 살펴보고 둘러보고... 다행히 큰 이상은 없더라. 오늘 예정된 할 일을 수정해야했다. 끝물고추를 1차 딸 예정이었는데 갸는 비닐하우스 안에 있으니 급한 일이 아니여~ 그러니 갸는 냅두고 토란부터 캐러 갑세다! 토란은 얼띠기라 추우면 얼어서 못 묵어! 부랴부랴 삽 두개 싣고 낫이랑 호미 바구니 싣고 아랫밭에 내려갔다. 비가 사흘 연짱으로 내린 뒤라 밭은 질고요... 삽질을 하니 아주 토란덩이가 나오는게 아니라 큰 흙덩이가 나오네! 토란은 어데 있는겨?! 흙덩이를 ..

산골통신 2021.10.17

시작하면 끝이 없는...

일이라는 게 그랴... 시작하면 끝없이 줄줄이 사탕으로 나오는게 일이여... 식전에 뭔 일을 할꺼나 하고 돌아댕기다가 며칠전 심어둔 크렌베리랑 무화과 화분에 물을 줘야지 하고 들여다본게 시작이었으... 만첩복사꽃 씨앗 7개를 묻어두고 이자묵었는데 두 개가 싹이 터서 자라더라... 하도 신기하고 이뻐서 큰 화분으로 옮겨줬는데 아차 실수... 화분받침을 안 해준거야.. 그래서 뿌리가 화분 바닥을 뚫고 땅을 파고 들어가 박혀서 화분이 들리지가 않아!!! 큰일이네 싶어 삽을 들고와서 화분채로 파내고 화분을 깨서 뿌리채 꺼내느라 아주 용을 썼네그랴!!! 이래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을 한다는거야!!! 플라스틱 헌 접시들을 죄다 꺼내어 화분마다 받춰줬다. 딴엔 가물어도 흙기운 받으라고 받침을 안 해줬는데 그건 작..

산골통신 2021.10.16

마음이라는 것...

무슨 일을 했나 하고 하루를 되짚어보면 어제 일이었는지 오늘 일이었는지 마구 뒤섞여 헷갈리곤 한다. 내가 그제 들깨를 털었나?! 고춧잎을 어제 했나?! 곰곰 생각하다가 교통정리를 한다... 어제 들깨를 털었고 오늘 식전에 고춧잎 한 바구니 오후 해거름에 한 바구니 땄다. 한 바구니는 소금물에 염장을 해놓고 한 바구니는 데쳐서 냉동에 소분해놓을거다. 은근히 고춧잎 나물이 별스런 맛이 있더라고... 내일 딸 수 있으면 한 바구니 더 따보고... 나머지는 다음주 주말에 오랜만에 도시처자들 온다하니 그네들 몫으로 남겨둔다. 그네들 일거리를 미리 생각해서 일을 시켜야지 ㅎㅎㅎ 고구마 캐고 고구마 줄기 끊고 고추랑 고춧잎 따고 콩대 꺽고~ 나물 이것저것 뽑고 뜯고해서 나누고 또 뭐 있나... 솥뚜껑삼겹살도 불 피워..

산골통신 2021.10.15

들깨 털기

드뎌 다 했다..... 가 아니고~ 선풍기 바람에 검부지기 날리고 물에 씻어 일어 건져 말려야만 방앗간에 가져갈 수 있다네... 뭐 일단 1차 아시 털은 깻단은 나중에 2차 털기로 하고 한짝 구석에 쌓아무져놨다. 나중 털어봤자 뭐 안 나와... 씨앗거리나 되려나?! 뭐 그럴겨... 그래도 그냥 내다버리긴 아쉬워서 그러지.. 식전부터 퍼질러앉아 작대기 하나 들고 후두려패기 시작~ 때리다보면 딱 감이 온다. 그만 때려도 되는 시점이 있다. 수북수북 쌓여있는 깻단을 보고 저거 언제 하나... 싶지마는 쉬엄쉬엄 놀며놀며 단감나무 감도 네개나 따먹어가며... 같이 놀자고 쫓아온 냥이들하고 놀기도 하다가... 들깨타작은 날 흐린날이나 식전에 해야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막대기로 깻단을 칠 적에 깨만 우르르 쏟아지고 ..

산골통신 2021.10.14

구질구질하다 ㅎㅎ

뭔 넘의 비가 이리도 추적추적거린다냐... 벌써 사흘째 밤새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고 깨어나고... 낮에도 간간이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비가 오고... 처마 밑에서 할 수 있는 일만 찾아가며 하고 있다. 토란대는 두번에 나눠 건조기에 넣어야 해서 1차 건조기에 넣고 65도에 맞추고 수동배습을 설정해놨다. 중간에 열어보니 아주 푹푹 후끈후끈 삶기고 있더만... 토란은 비가 좀 그치고 흙이 고슬고슬까진 못 바래더라도 삽질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기다려보지 뭐... 하늘에 난 구멍 막힐 때도 있것지!!! 먼데서 온 꽃씨는 일부 모종판에 상토 부어 5판 파종해놓고 나머지는 구석구석 빈 자리에 훌훌 뿌려두었다. 내년 봄에 봅세요~ 산국이 뉘 심지도 않았는데 저리 쳐들어와서 한자리 거하게 차지하고 있..

산골통신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