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동산에 올라올 무렵
아쉬람터 무배추밭을 둘러보러갔다.
실안개가 자욱하니 온 마을을 휘덮고 있었고 저 아래 골짝에서부터 구름띠가 냇가따라 올라오더라...
무랑 배추들은 잘 자라고 있고 이대로 날씨만 받쳐주면 김장은 넉넉히 하겠네.
일삼아 한바퀴 돌아보고 오늘은 뭔 일을 해야하나...
고구마순 마저 다듬어서 데쳐 너는게 시급하구나!
참 손이 많이 간다.
오전내내 다듬고 오후내내 가마솥에 불지펴 데쳐냈다.
총 9번~ 넣고 데치고 건지고 널고
건조기 잠방 11개에 날나리 널어서 물기 뺀 다음 넣었다.
일단 55도로 8시간 후 배습~ 후 50도로 설정했는데
수시로 딜다봐가며 뒤적거려줘야혀!
쟈들 들러붙으면 뜯어말리는게 쉽지 않더라고!!!
말리면 얼마 안 되는게 저리 자리를 많이 차지하네!
잘 말려서 나물 귀한 집집마다 나눠주고 우리 먹고 해야지!
오늘 하루는 그러느라고 다른 일을 못했다.
그래도 다 했으니 됐고~ 내일부턴 콩밭에 가야지!!!
날씨가 아침저녁으론 쌀쌀해도 낮에는 활동하기 좋더라~
언덕밭 비닐하우스 골조만 덩그라니 있는데 거기에 비닐을 씌우려고 비닐 자재를 사놨다.
높이 2.4미터 가로 3.9미터 세로 16미터
대충 계산해서 가로 8미터 세로 25미터짜리 비닐자재를 한박스 샀다.
사방 땅에 묻히는 부분과 양측면 문짝 부분을 덮는 걸 예상하면 아마 넉넉하지 싶다.
일은 저지르고 뛰라고... 산녀의 일스타일은 늘 이러하다.
필요한 자재를 다 구비해놓고 일손 있을때 막 부려먹기!!!
산녀의 특기다!
아랫채 툇마루 앞을 유리문을 해달면 어떨까~ 몇달 전부터 궁리 중인데...
아무도 선뜻 일을 하려고 하질 않아...
해서 이것도 산녀가 일을 저질를 판이다.
브로크를 여러 장 갖다 놓고 삼면을 땅 약 20센치 파서 브로크를 놓아가며 기초를 만든 다음
그 위에 유리 샤시를 맞춰 달면 되잖아!!!
천정 부분은 나무 각목이나 방부목을 잘라서 박으면 되겠고...
틈새는 폼을 사다가 메꾸고~
시작이 문제지 일단 저질러놓으면 나무꾼은 하게 되어있다!
어쩔겨... 이런 마눌 만난게 죄지...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오니 봉덕이 방방 뛰며 난리났고
도시냥이 중 봉이년이 애처롭게 울며 다가와 안긴다...
징징이 성질 안 좋은 애인데 이젠 좀 외로운지 자꾸 사람한테 기대려 한다.
도시에서 귀양와서 마당냥이들하고 지내려하니 지들도 괴로운게지.
거기다 느닷없이 아기냥이 한 마리 천방지축 뛰댕기며 덤비니 귀찮아 죽을 맛이겠고...
지들 딴에는 사람한테 하소연하는 것일게다.
해가 지면 모든 일을 멈추는 산골...
이젠 쉬자...
내일은 내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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