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떠난 뒤
적막함과 쓸쓸함...
가슴이 시리고 저린다는게 뭔지 알게되었다.
나는 여기 왜 있나...
끝없이 묻고 물어도 답은 없다...
그냥 있을 뿐...
"내는 항상 여기 있어.
보고프면 언제든 온나!"
늘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식전에는 손이 시리더라...
털모자 덮어쓰고 머플러 두르고 나서야 마당에 내려설 수가 있다.
아후~ 추워라...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산골은 서울보다 더 남쪽임에도 훨씬 더 춥다!!!
옷을 몇겹 껴입고 나간다음 해가 올라오면 털모자를 밀짚모자로 바꿔쓰고 머플러를 풀고 셔츠를 벗고 등등 ㅎㅎ
날씨 봐가며 옷차림을 무겁게 또는 가볍게~
캐서 널어놓은 토란을 일일이 다듬어 크기별로 구분해서 박스에 담아 난방 돌리지 않는 사랑방에 두었다.
총 일곱 박스 나왔다. 자잘한 두 박스는씨앗으로나 쓰고
좀 굵은 다섯박스는 먹고 나누는 용도로 따로 두었다.
고구마줄기를 다듬을까 나무를 심을까 왔다리갔다리 하다가 삽들고 괭이들고 아쉬람터로 올라갔다.
진작에 조팝나무 여섯 그루를 가져다 놓았거든...
아쉬람터 별채 뒷편 비탈언덕에 줄줄이 구덩이 파고 심었다.
잘 살아붙을게야~
보라색 조팝꽃인데 앙증맞더라구...
어린 타래붓꽃을 그 비탈에 줄줄이 심었었는데 대부분 살아있더라~
내년엔 꽃이 올거야...
그러고보니 꽤 많이 이것저것 심었었네...
국화 과꽃 백일홍 큰꿩의비름 범부채 화화나무 조팝나무 타래붓꽃 부채붓꽃 코스모스 단풍나무 등등...
아직 더 갖다 심을게 많으~
텃밭 비닐하우스 안에는 이사온 화분들로 가득찼다.
밤에는 문을 닫고 아침에 열어주는데
아침에 문 열고 들어가면 따뜻하고 좋더라~ 들냥이들이 그걸 알고 여기를 줄창 들락거리더만...
고구마줄기 마저 다듬고 앉았는데 비가 뿌린다...
날씨가 일본 닮아가는듯햐...
수시로 변화무쌍 난리더만 기어이 비를 뿌린다.
하던일 중단하고 대충 덮어놓은 다음 들어왔다. 날이 서글프니 일하기도 맴이 서글프고...
마침 비가 오니 조팝나무 여섯그루는 잘 살겠다!
졸지에 파내어져 이사가야했던 타래붓꽃 무더기도 잘 살겠고...
저 아래 보뜰논에서는 연일 콤바인 소리가 나더니 조용해졌다.
다들 콩 거두느라 분주한듯...
우리도 콩 조금 심은거 꺽어날라야 할텐데 내일이나 할꺼나...
일을 하자하면 하는데 하기까지가 뭉기적이다.
오늘은 맴도 몸도 날씨도 그렇고 그러니 좀 쉴꺼나...
아니면 비 그치는 대로 나가 일할꺼나...
올겨울 마늘 양파는 안 심을란다...
일손 없는 농사 이젠 버거워...
텃밭 세군데하고 크고작은 비닐하우스 3동만 남기고 다 나무 심어버릴겨!
비닐하우스 하나는 온실 꽃밭으로 만들고
하나는 고추 키우고 하나는 텃밭겸용 모종 키우는 곳으로 할겨.
이젠 그래도 된다.
비가 딱 일 못할 정도로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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