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엄청 춥더라구...
식전에 봉당에 나서보니 아이구야...
마당 애들이 다 얼어있으~
봉덕이도 담요를 뒤집어쓰고 웅크리고 있고...
딸아이가 노상 흔들그네 위에서 자는 봉덕이 춥다고 작은 담요를 씌워서 망토처럼 묶어줬나벼.
서둘러 이곳 저것 살펴보고 둘러보고...
다행히 큰 이상은 없더라.
오늘 예정된 할 일을 수정해야했다.
끝물고추를 1차 딸 예정이었는데 갸는 비닐하우스 안에 있으니 급한 일이 아니여~ 그러니 갸는 냅두고
토란부터 캐러 갑세다! 토란은 얼띠기라 추우면 얼어서 못 묵어!
부랴부랴 삽 두개 싣고 낫이랑 호미 바구니 싣고 아랫밭에 내려갔다.
비가 사흘 연짱으로 내린 뒤라 밭은 질고요... 삽질을 하니 아주 토란덩이가 나오는게 아니라 큰 흙덩이가 나오네!
토란은 어데 있는겨?!
흙덩이를 들어서 탕탕 내리쳐서 흙을 떨어내고 호미로 긁어내고 아주 난리를 쳐가며 토란을 캤다.
대충 흙만 떨어낸 토란을 싣고 와서 마저 다듬어놨다.
젖은 겉흙이 좀 마르는대로 박스에 넣어 보관해야지.
사실 토란 한 바가지밖엔 안 심었는데 그 밭이 토란한테는 딱이었나벼~ 하여간 겨우내내 토란 잘 묵겠네~
나무꾼이 토란을 잘 묵더라고!
산녀는 토란대 나물을 좋아하고!
점심 먹고 쉴 틈도 없이 마당 화분들을 비닐하우스 안으로 옮겼다.
큰아이와 나무꾼이 있을때 힘든 일을 해야지!
저걸 산녀 혼자 한다고 해봐라~ 기를 쓰고 하긴 다 하겠지만 몸져눕는다고라...
이건 이쪽 저건 저쪽~ 산녀는 일 감독만 했다 ㅎㅎㅎ
새벽에 내린 된서리에 호박덤불이 쭈구리가 되고 고구마덤불이 시커멓게 변했다.
우리가 필요한건 줄기지 잎은 아니니까~
줄기를 한고랑 반을 걷어갖고 왔다.
줄기를 죄 다듬어 삶아 데쳐 말리려고...
그래서 이건 어제 일이었고..
오늘 그니까 월요일이네... 왔던 식구들이 전부 일터로 가버린 뒤...
그 빈자리를 일거리가 채운다!
일이 없으면 하많은 시간들 어찌 견뎌낼꺼나~
식전에 서리 내린 아랫채 지붕을 쳐다보며 머리엔 털모자를 귀까지 덮어쓰고 목도리하고 옷을 단디 챙겨 입고 나갔다!!!
얼음은 안 얼었는데 된서리가 이틀 연속 내려서 추위에 약한 아이들은 전부 쭈구리가 되어있었다.
그 가운데 국화들만이 노랗게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고!!!
빨간 제라늄이 뒤늦게 꽃을 피우고 있다. 쟈가 정신이 없나보네~
지금 봄이 아녀!!!
서둘러 햇살 잘드는 마루로 들여놔야겠다.
어제 못 옮긴 화분들은 할매집 대청마루 안에 들여놓을거다.
사방이 큰 유리문이라 가만 생각해보니 썬룸이 이런거 아니것어?!
추위에 약한 아이들 중 자잘한 애들을 마루에 들여놔야겠네!
긴 탁자를 여러개 놓고 그위에 화분들을 놓으니 제법 어울린다.
그랴... 어차피 빈집... 니들이라도 온기를 채우렴...
봉덕이는 딸아이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송아지옷을 입혀놨다. 새벽에 덜덜 떨며 자는 모습을 못 보겠다고...
저놈이 멀쩡한 개집엘 안 들어가니 우짤겨! 기어이 산녀 전용 흔들그네를 차지하고 안 내놓는데!!! 냅둬! 안 추운갑지! 견딜만한가보네~
산녀는 큰소리 땅 쳤지만 아이들이 난리~ ㅎㅎ
오늘은 고구마줄기를 다듬어야 한다.
운반차로 하나 그득 실어왔으니 오늘 하루 일거리 장만이다!
가마솥 불때서 삶아내어 건조기에 말려야지!
어제오늘 햇살이 그나마 좋다마는 어디 이런 짦은 햇살에 말려지것어?!
내일 또 비가 온다는데?!?!
남은 고구마는 이번주에 올 도시처자들이 해결해줄거고
끝물고추는 비닐하우스 안에 있으니 달린채로 말려지면 더 좋지 뭐~ 급할 거 없다.
간장에 절여놓은 고추를 쫑쫑 썰어 양념한 반찬을 온식구가 다 좋아해 금새 바닥이 날 지경이라
텃밭에 남겨둔 고추들 마저 따서 담아야 할 판...
마치 오이피클처럼... 설렁탕집 깍두기처럼 개운한 맛을 주네...
심기로 한 나무들은 매일매일 서너 그루씩 심어야지...
그러다 일손 생기면 마저 싹 심고...
서서히 밭이 비어간다. 지금 거둬야 할 애들은 메주콩 조금하고 고구마뿐...
나머지는 그대로 월동하는 애들이고
김장무배추는 한달 후 김장할 때 볼 일이고...
월동시금치 싹이 텄더라... 이 추위에 대단혀~
아침 햇살이 서서히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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