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했나 하고 하루를 되짚어보면
어제 일이었는지 오늘 일이었는지 마구 뒤섞여 헷갈리곤 한다.
내가 그제 들깨를 털었나?! 고춧잎을 어제 했나?!
곰곰 생각하다가 교통정리를 한다...
어제 들깨를 털었고
오늘 식전에 고춧잎 한 바구니 오후 해거름에 한 바구니 땄다.
한 바구니는 소금물에 염장을 해놓고
한 바구니는 데쳐서 냉동에 소분해놓을거다.
은근히 고춧잎 나물이 별스런 맛이 있더라고...
내일 딸 수 있으면 한 바구니 더 따보고...
나머지는 다음주 주말에 오랜만에 도시처자들 온다하니 그네들 몫으로 남겨둔다.
그네들 일거리를 미리 생각해서 일을 시켜야지 ㅎㅎㅎ
고구마 캐고 고구마 줄기 끊고
고추랑 고춧잎 따고
콩대 꺽고~
나물 이것저것 뽑고 뜯고해서 나누고
또 뭐 있나...
솥뚜껑삼겹살도 불 피워 해먹어야 하고 등등~
토란대는 두 번에 걸쳐 건조기에 말려내었다.
내 살다살다 가을 나물 말리는 걸 건조기 도움을 받을 줄은 미처 몰랐네리...
그 좋은 가을 햇살이 다 어데 갔을까나...
껍질 벗겨 말린 토란대와 안 벗기고 말린 토란대의 차이점을 알기 위해 한 바가지 꺼내어 삶아 나물을 만들어봤다.
소금 한 주먹 넣은 팔팔 끓는 물에 넣어서 몇번 뒤적인 다음에 꺼내어 씻어 건졌다.
이웃 아지매가 시키는대로 했는데 과연 부들부들 안 질기고 먹을만하더라.
껍질 벗긴 토란대는 금방 물러지는데 이건 껍질이 있어 그런가 그런 점은 덜하더라.
다만 껍질을 안 벗기고 삶으려면 좀 두껍게 쪼개야 할 듯...
살점이 좀 있어야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더 있을듯!!!
워낙 이 산녀가 물고뜯고씹는 식감을 즐기는지라 ㅎㅎㅎ
그리고 말리는 온도를 처음엔 65도로 높게 그 뒤엔 약 45도에서 50도로 낮게... 타이밍 맞춰서 조절해주면 좋겠다.
우리 건조기는 고추전용 건조기라 다른 걸 말릴때는 수동으로 조절해줘야 한다.
근데 그 온도 낮추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는데 첫번째는 실패... 너무 바싹 말라버렸고
두번째는 간당간당하게 때를 맞췄다마는...
아니면 차라리 처음부터 온도를 50도부터 낮게 시작하는 건 어떨란지...
실험을 해보려해도 말릴 토란대가 없네 ㅎㅎㅎ
뭐 그래도 나물 볶아 묵으니 맛만 좋더라~ 한접시 뚝딱!!!
아침에 딴 고춧잎을 씻어 건져 물기를 뺀다음 소금물 진하게 풀어서 한통 담궈놨다.
먹을때 적당량 꺼내서 살짝 데쳐내면 소금기도 빠지고...
그런다음 무쳐먹던 볶아먹던...
나물 귀한 겨울철에 요긴한 반찬이 된다.
아참~
어제 크렌베리 10포기랑 무화과 2포기 왔다.
블랙베리 4포기는 내일이나 오려나...
하도 밭이 많으니 감당이 안되어 아예 밭 하나를 베리밭으로 만들어버리려고 한다.
올해 이른 봄에 윗밭 하나를 이런저런 순 따먹거나 열매 따먹을 수 있는 나무들 수십그루를 심었는데 잘 살아붙었더라...
내년부터는 뭔가 수확거리가 있겠어!
풀만 한 서너 번 예초기로 해주면 되니까... 그리고 나무가 크게 자라면 풀베낫으로 산녀가 해도 되니까... 걱정없다.
해서 아랫밭에도 고랑을 두둑하게 만들어 온통 베리류로 덮어버릴까 뭐 그런 생각이다.
묘목이 아직 어려서 비닐하우스 안에서 한 1년 키워 나가야겠다.
무화과는 나무꾼이 좋아하는 과일인데 수년 전에 마당 한켠에 심었다가 겨울만 되면 뿌리만 살고 윗부분이 얼어죽는 바람에
얻어먹질 못했다.
이제 비닐하우스가 있으니 가능한가 한번 키워보려고...
이젠 슬슬 밭농사를 줄이고 자잘한 집 주변 텃밭만 남겨두려고 한다.
이제껏 건강에 자신이 있었고 아픈데가 없었는데
오른팔이 수상쩍어지고 허리와 무릎팍이 삐그덕거리면서 겁이 덜컥 나더라.
오래 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못 걷는다는 건... 자리보전하고 누워있어야 한다는 건... 싫다... 솔직히 무섭다.
내 아버지가 그리 이십여 년을 사시다 가셨고 내 시어머니가 마지막 몇년을 그리 사시다 가셨다..
그 과정을 간병을 직접 하며 지켜본지라...
산녀도 그러지 않으리라 뉘 보장하나...
그래 늦었더라도 지금부터 다리는 잘 데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다리만이라도...
어제 먼데서 반가운 택배가 두 박스 왔다.
한 박스는 도토리묵가루!!!
해마다 믿거라 하고 대놓고 염치불구하고 사먹는 곳인데 고맙게도 올해도 애써 해주셨다!
올해는 도토리흉년이라 몇곱절 힘드셨을텐데... 그 마음이 느껴져 박스를 품에 안고 한참 가만히 있었다!
산녀가 이래 큰 마음을 받아도 되나 싶어서...
또 한 박스는 인삼하고 꿀...
나무꾼이 많이 아프단 소식을 듣고 서둘러 캐고 구해서 보낸단다...
나무꾼이야 늘상 아픈데 뭘~ 괜찮으... 라고 했지만 그래도 막무가내로 보냈다.
그 고마움을 산녀는 뭘로 갚아야 하나...
나중에 밥 많이 해줄게!!! 밥 걱정은 마셔!!!
오늘도 해가 저물었다.
비가 질금질금... 일 못하게 오고...
처마 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좀 하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포트에 상토를 넣어 주목씨앗 두 판 넣었다.
주목이란 놈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더라.
싹이 트기가 어려운데 50% 발아율이고 발아해도 살아남는 확율이 50%라...
그래도 그게 어디여..
72구짜리 모종판 두개 했으니 70포기 발아하고 30여 포기 살아남으면 대성공이지!!!
자라는 속도가 느려 속터진다는데 그거야 문제가 아니고...
살기만 한다면야!
그리고 주목 가지를 삽목하면 옆으로 퍼져 자라는 둥글넓적 주목이 된다는데 그것도 좀 해보려고!
어둑어둑 마당에 나와앉아 비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제 그만 좀 오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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