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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살아간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되뇌인다. 어느 날이 되던지 자는 잠에 갈 수 있기를… 오늘도 무사무탈 보냈으니 감사하고 내일은 오지 않아도… 그저 만 살아간다. 식전 일을 마치고 봉당 평상 위에 앉아 이 글을 토닥인다. 아직 햇살이 여기까지 들어오진 않는다. 오후 점심께부터 들이닥치니까 이 평상에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은 아침과 저녁 뿐이다.그동안 곁방살이하던 채송화들을 모아봤다. 이 화분 저 화분 식구들이 참 많기도 하다~코니카가문비 나무 밑에도 ~ 언제 쳐들어왔지? 흙에 딸려왔나?한 놈 한 놈 집어다가 작은 화분에 모아 심어줬다. 어린놈들은 더 크라고 냅두고~ 채송화는 일삼아 씨를 뿌리지 않아도 어느날 보면 여기저기 싹이 터서 자라고 있더라. 밭 메다가도 발견하고… 장화밑에 씨가 묻어갔나? ㅎㅎ 보는대로 집어..

산골통신 2024.06.19

조금 정신을 차리고~

그제 저녁 소낙비 한바탕 쏟아붓더니 폭염이 수그러들다. 좀 살만하네… 좀 정신이 난다! 엥간하면 대낮에 밖엘 잘 안 나오는데 어제하고 오늘은 겨나와서 놀았다.드뎌 방울토마토가 익어서 한줌 따오고 아스파라거스는 매일 저만치 자라올라오니 억세지기 전에 꺾어오고 오이는 열심히 열심히 자라니 늙은오이 되기전에 따먹어야 한다. 요새 오이냉국으로 연명하고 있다.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저렇더라. 금새 스러질 노을~마당에 풀이 호랭이 새끼칠 정도로 자라면 발디딜 틈이 없으므로 디딤돌을 놔야한다. 이건 필수다! 보도블럭을 사다하면 좋겠지만 우린 주머니에 먼지밖엔 안 나오기 일쑤이니~ 그냥 있는거 재활용하는게 제일이다. 마당 구석 잘 안 보이고 잘 안 다니는 곳에 깔려있는 디딤돌을 야금야금 파내다 요긴하게 쓰고 있다. 디딤..

산골통신 2024.06.17

뭐든 갈아보자~

날이 연일 뜨거우니 이른 아침 식전하고 해거름말고는 밖에 나갈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자귀나무꽃이 열심히 피고 있다. 그제보다 어제가 어제보다 오늘이 많이 피어났네. 다 피면 장관일거라~후끈후끈 더워서 그늘에서 일을 조금씩 하고 있다. 뽑아놓은채 팽개쳐둔 쪽파종근들을 이제사 손봐서 망에 담아 걸었다. 참 게을러빠진 농사꾼이로세…뿌리에 뭉쳐 붙어있는 흙덩어리를 탈탈 털어내서 씨알만 골라 넣었다. 올해는 양껏 뽑아먹고 또 씨앗으로 쓸 종근도 넉넉히 수확했으니 성공이다. 다섯망태기 나왔다. 한 9월즈음 쪽파를 심을 거라서 밭만 대충 빈자리로 남겨두고 있다. 그새 풀이 신나게 점령할거라 미연에 방지코자 깜장 제초매트를 좌라락 깔아덮어놨다. 제초매트가 많이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안 쓸때는 걷어뒀다가 해마다 재..

산골통신 2024.06.14

뜨거움을 그대로 견디는…

한낮엔 열풍이 휘몰아친다. 그대로 온몸으로 견디는 이 꽃들에게 경의를…해마다 이 조합으로 화분을 만든다. 딥블루 로벨리아와 하얀안개초~ 올해 로벨리아가 유난히 파란색이 짙다. 청보라가 좋은데…큰꿩의비름을 삽목해서 수를 늘렸다. 이웃 금동할매네 화분에서 우리 감자밭으로 씨가 떨어졌는지 어쨌는지 뭐가 동글동글한게 자라더라구… 그래서 그놈을 화분에 심어놨더니 쟤가 나왔으. 몇년째 식구를 불리고 있다. 다만 건조함을 못 이기고 가뭄에 병이 오면 폭삭 망하더라. 그래서 살짝 반그늘이거나 물을 자주 줄 수 있는 곳에 심어뒀다. 꽃이 져도 그 꽃대가 봐줄만 하더라구. 이른봄 새싹이 돋는 그 모습도 참 귀엽고~ 잎 자체만으로도 이쁘다.백리향이 많이 번졌다. 꽃범의꼬리의 번식을 막는 강한 아이다.산수국이 피어난다. 가장..

산골통신 2024.06.13

숲속이 되어가는…

마당에 제법 큰 나무들이 몇 있다. 자귀나무 두 그루 산수유 한 그루 백목련 한 그루 모과나무 한 그루 애기꽃사과나무가 되어버린 양광사과나무 한 그루 적단풍 한 그루 주목 한 그루 라일락 한 그루 이름모를 흰꽃나무 한 그루 새들이 심은듯한 개복상나무 한 그루 두릅나무 세 그루 명자나무 세 그루 소나무 두 그루 회화나무 한 그루 매실나무 한 그루 절로 싹이 터서 자라는 매실 두 그루 수양벚나무 두 그루 서부해당화 두 그루 이것도 새들이 심은듯한 찔레꽃 세 그루 그리고 개나리랑 쥐똥나무랑 황매화로 둘러친 울타리~ 이 작은 마당에 나무 식구들이 넘 많다요!!! 이제 작년에 심은 회화나무와 소나무만 쑥쑥 자라면 밖에서 집마당이 안 보일 정도가 되겠다. 숲속이 되는거지 뭐~ 좋은 일이여!!! 나무는 본시 마당 가..

산골통신 2024.06.11

재미있는 세월~

삼숙이 새끼들이다. 아예 마당에 터잡고 산다. 봉덕이가 이젠 몰아내지도 않고 그냥 봐주는지 평화롭다. 쟤들이 삼숙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봉덕이랑 알았는데 거의 봉덕이가 이모수준으로 물고빨고 같이 키웠었다.작은아이가 집 꾸미기를 하고 있다. 아랫채 수리를 마치고나니 슬금슬금 영역표시를 한다. 언제부터 아랫채 처마 밑을 막은 샌드위치판넬을 맘에 안 들어하다가 시트지를 붙이느냐 페인트칠을 하느냐 등등 궁리를 하고 있더라. 일 벌리기 싫은 산녀는 대충 대꾸만 해주고 말았는데 어제 그만 통나무랑 나무판자 이야기가 나와서리 우리집에 쓰다남은 데크 많다~ 했더니만… 오늘 급기야 그 데크를 끌어다놓고 자르고 박고 난리가 났네. 드릴 대령하고 전기톱 갖다놓고~ 이야~ 산녀보다 낫다! 산녀는 기계 무서워서 근처도 안 가는..

산골통신 2024.06.05

하루 해가 저물면…

아침해 떠오를 무렵 식전에 하루 일을 시작한다. 어제 저녁에 비가 와자자 소낙비처럼 퍼부어서 땅 좀 마르거든 나가려고 오늘은 좀 늦장을 부리긴 했다. 안그래도 나물밭이 좀 가물어서 진딧물이 끼던데 이번 비는 나물비가 되겠네… 금화규랑 옥수수랑 심은 밭에 헛고랑 풀들이 장난 아니더라… 일삼아 호미질하기는 이제 무리고 제초매트 한 마끼를 가지고 가서 좌라락 깔아버렸다. 진작에 하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뤄뒀던 일이었다. 오늘 잘했네. 그동안 집 공사며 그 뒷정리때문에 밭일을 잘 못했다. 어제 아침밥상이다. 고라니가 근대 새순을 열심히 뜯어먹더니 좀 자란 뒤로는 안 오더라~ 이야! 고라니도 나물 새순 맛있는거 아는가벼!!! 근대 좀 뜯어다가 청국장 끓이고 큰아이가 가끔 사다나르는 해산물로 오랜만에 골고루 차려먹..

산골통신 2024.06.03

작은 세상 큰 세상~

이 작은 항아리뚜껑 수반이 이 아이들에겐 큰 세상이다.바람에 꽃들과 잎들이 떨어져 줒어다가 띄워놓았다. 올챙이들에겐 은신처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놀이감이 되기도 하더라. 몰려와서 쪼아댄다.이 참개구리가 올챙이들 엄마인갑다~ 꼭 저 자리에 있더만!참으로 오랫만에 마당 풀을 깎았다. 나무꾼 보기가 드문드문한지라 봤을때 붙잡고 이번에 저 마당 풀 좀 어찌 해주쇼!!! 부탁부탁~ 이러다 호랭이 새끼치겄으!!!말끔히 쳐낸 마당 한 가운데 봉덕이 척 늘어져 있네~ 그랴 니 팔자가 상팔자다!이제 좀 봐줄만 하다. 그동안엔 귀신 나올듯했거든… 마당에 쳐들어온 꽃밭 경계 외의 수레국화와 샤스타데이지꽃을 다 쳐내라고 했건만 그냥 냅뒀네… 왜 꽃을 쳐내느냐고 이쁜데 냅두란다~ 어제오늘 아랫채 도배를 하는 중이다. 벽체는 다 ..

산골통신 2024.05.27

언넘이여?!

제비집이 망가졌다! 아침에 가보니 어? 어?! 이게 뭐야? 밤사이 뭔 일이 있었던거냐?! 누구 짓이여?! 고양이들이야? 아니면 집 보수를 안 한 탓에 절로 낡아 무너진거냐?! 둥지가 바닥에 떨어져있고 집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네… 언넘이여?! 확 그냥~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제비 한 쌍이 날아와 막 뭐라뭐라 떠들고 간다. 몇번을 와서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산녀가 있으면 전깃줄에 앉아 산녀한테 뭐라 말하듯 지저귀고 간다… 니들도 속상하겠다! 어쩔겨? 집수리 안 하고 들어가 산 니들이 잘못이다!!! 그 집 수년 동안 빈집이었는데… 땜빵이라도 하고 살지 참… 어떻게 할겨? 다시 수리할겨? 새끼는 어찌된겨? 냥이들이 잡아잡순겨? 냥이들이 점프해서 제비집을 망가뜨렸다기엔 너무 높다. 방충문에 의지해..

산골통신 2024.05.25

오늘도 뭘 하긴 했다~

뭘 했는지 그게 뭔 소용이 되고 필요한 일이었는지는 모르겠고 하여간 식전과 오전 그리고 해거름에 사방 쏘댕기며 일을 했다. 낮시간에는 뭔일이 있어도 놀자~ 쉬자 하고 맘 먹었고 또 대낮의 뜨거운 햇살에 나가 일한다는건 주금이므로 안 나가는 것이 심신에 두루 이로운 일이다. 그늘에서 또 실내에서 할 일거리도 넘쳐나므로 할 일 없어서 불평할 일은 없네라~ 한겨울이면 모를까… 식전에 꽃모종 세 판 내다 심었다. 딸아이가 자꾸만 꽃씨를 가져다가 뿌리는 바람에 뭔 꽃인지도 모르고 키우고 있다. 이름표를 붙여놨는데 물에 씻겨나가버렸다. 스티커를 믿은 게 불찰~ 유성펜이나 네임펜으로 썼어야 혀… 아직도 이름모를 꽃모종판이 세 판 남았고 채송화모종도 어마무시하게 돋아나있다. 비오는 어느날 해치우기로 했다. 도라지씨앗을..

산골통신 202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