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언넘이여?!

산골통신 2024. 5. 25. 09:12

제비집이 망가졌다!
아침에 가보니 어? 어?! 이게 뭐야? 밤사이 뭔 일이 있었던거냐?!

누구 짓이여?!
고양이들이야? 아니면
집 보수를 안 한 탓에 절로 낡아 무너진거냐?!

둥지가 바닥에 떨어져있고 집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네…
언넘이여?! 확 그냥~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제비 한 쌍이 날아와 막 뭐라뭐라 떠들고 간다.
몇번을 와서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산녀가 있으면 전깃줄에 앉아 산녀한테 뭐라 말하듯 지저귀고 간다…
니들도 속상하겠다!
어쩔겨? 집수리 안 하고 들어가 산 니들이 잘못이다!!! 그 집 수년 동안 빈집이었는데… 땜빵이라도 하고 살지 참…
어떻게 할겨? 다시 수리할겨? 새끼는 어찌된겨? 냥이들이 잡아잡순겨?

냥이들이 점프해서 제비집을 망가뜨렸다기엔 너무 높다.
방충문에 의지해서 뛰어올랐다?! 아니아니 그것도 무리수다…
이유는 그거야! 낡은집 보수 안 하고 들어산 게으른 제비들 탓이여~

산골마을에 새로 지은지 몇년 안 되어 빈집이 된 집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이 안 사니 막 금이 가고 습기차고 하더라고…
그래 그 집을 자손들이 싹 부숴버리더라고~ 들어가기 무섭다고!
사람집도 그러한데 하이고 이 제비들아…
어케든 다시 심기일전해서 수리해봐라~
자꾸 왔다갔다하는 걸 보니 니들도 생각이 다 있겄지!!!

날이 잔뜩 흐리다.
밀린 일 처리하긴 딱 좋은 날씨다!
비오는 날 하기로 한 모종판 여섯 개를 내다놓고 물을 줘놨다.

군데군데 풀치는 일이 산적해있는데 그 일은 천상 나무꾼 몫이라… 산녀는 먼산 바라보고 있다.

아침 찬거리 나물 뜯어서 들어가야지…
상추 조금 깔리고 오이 하나 뚝 따고 깻잎 조금 아스파라거스 한 줌 꺾고  다른 나물들은 다음에…
당귀는 아직 잎이 작고 얼갈이배추랑 정구지는 반찬 해둔게 있고 열무는 이제 싹이 돋았고
두루두루 살피면서 오늘 입에 집어넣을 찬거리 사냥을 한다.
근대는 뜯어먹으면 먹는대로  부지런히 자라올라온다. 내일쯤 고라니께서 다시 잡수시러 오시겠군!!!
텃밭 전체를 그물망을 둘러치기도 글코…
요 근대고랑만 둘러쳐볼까?!
하이고 치아라~ 내가 근대 얼마나 먹겠다고… 고라니랑 나눠먹고말지~

자잘한 일거리 몇개 생각만 해두고 날 흐려 일하기 참 좋은 날 놀고 있다.
이런 날도 있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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