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하루 해가 저물면…

산골통신 2024. 6. 3. 20:00

아침해 떠오를 무렵 식전에 하루 일을 시작한다.
어제 저녁에 비가 와자자 소낙비처럼 퍼부어서 땅 좀 마르거든 나가려고 오늘은 좀 늦장을 부리긴 했다.
안그래도 나물밭이 좀 가물어서 진딧물이 끼던데 이번 비는 나물비가 되겠네…

금화규랑 옥수수랑 심은 밭에 헛고랑 풀들이 장난 아니더라…
일삼아 호미질하기는 이제 무리고 제초매트 한 마끼를 가지고 가서 좌라락 깔아버렸다. 진작에 하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뤄뒀던 일이었다.
오늘 잘했네.  그동안 집 공사며 그 뒷정리때문에 밭일을 잘 못했다.

어제 아침밥상이다.
고라니가 근대 새순을 열심히 뜯어먹더니 좀 자란 뒤로는 안 오더라~ 이야! 고라니도 나물 새순 맛있는거 아는가벼!!!
근대 좀 뜯어다가 청국장 끓이고 큰아이가 가끔 사다나르는 해산물로 오랜만에 골고루 차려먹었다.
오이랑 풋고추가 나오기 시작해서 매일 따먹는다. 이젠 여름 나물 세상이다.

산녀는 상추만 있으면 밥 먹는다. 나무꾼은 국도 있어야 하고 반찬도 좀 집어먹을게 있어야하니 나무꾼이 있을때는 신경을 쓰게 된다.

묵혀진 밭 한 귀퉁이를 갈아엎어 금화규와 옥수수를 심었다.
헛고랑 풀들이 장난이 아니어서 오늘 식전에 제초매트를 좌라락 깔았다. 고라니 등쌀에 울타리를 둘러쳤는데 그 바깥으로는 아무래도 예초기가 들어가야할듯하다.
아로니아 구지뽕 등등 이런저런 나무를 심어뒀다.
금화규 포기 사이사이 풀들을 또 집어내줘야한다. 그건 내일 아침 식전에 해야지.

닭집 앞 텃밭에는 헛고랑에 제초매트를 깐 뒤로 좀 편해졌다. 그동안 안 깐 이유는 거무티티한 거이 보기 싫어서였는데 이젠 모르겠다. 호미질 힘들어…

밭작물 사이사이 풀들을 오늘 매줬다.
고수는 벌써 꽃을 피우고 정구지도 자주 잘라먹어야 하는데 먹는 속도가 자라는 속도를 못 따라간다. 해서 오늘 낫으로 죄다 베어넘겨놨다. 새로 올라오는 순이 훨씬 연하다.
내친김에 밭 한바퀴 풀을 대충 정리해줬다.

고추밭에 진딧물이 낀다. 한동안 가물더니 바로 생기더라. 고추는 가물면 진딧물이 끼고 장마가 들면 탄저병이 온다.
내일 약 좀 만들어서 쳐봐야겠다.
이번엔 뭐로 만들까? 베이킹소다가 좋다는데 그걸로 해볼까?!

하루해가 저물고 마당에 나와 앉아있는 시간이 좋다.
낮에는 해가 뜨거우니 아침 식전과 해거름에 주로 나와있는다.
조막만한 마당이라도 얼마나 요긴하고 좋은지 모른다.

아랫채 공사는 다 끝나고 짐정리도 끝났다.
어제그제 하루종일 책 정리하고 장롱이랑 책장 서랍장 등등 나르느라 힘들었네…
이젠 예전같이 힘을 못 쓰겠더라구!
나무꾼이 애먹었다.
이젠 책 좀 버리자고 성화를 해서 이번 정리참에 반을 내놨다! 고물상에 갖다 준단다.
아이구 잘됐네~
하는 김에 잡다한 물건들도 정리해서 어제 마을 공동쓰레기 집하장으로 내다 버렸다.
운반차로 하나 그득 나오더라!
아이고 이젠 쌓아두고 살지 맙세!!!
싹 치우고 청소하고나니 속이 션하다고 그러더라~
나무꾼은 매주 집에 와서 일만 죽자고 하다간다.
산녀 힘들다고 밀린 일이랑 해야할 일들을 어찌하던 다 해주고 가려한다.
나무꾼일터가 멀어서 매일 같이 못함을 미안해하는데 뭐 그거야 평생 그러했던 거라 산녀는 별생각없구마는…
나라에 바쳤다고 맘 내려놓고 산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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