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숲속이 되어가는…

산골통신 2024. 6. 11. 09:26

마당에 제법 큰 나무들이 몇 있다.

자귀나무 두 그루 산수유 한 그루 백목련 한 그루 모과나무 한 그루 애기꽃사과나무가 되어버린 양광사과나무 한 그루 적단풍 한 그루 주목 한 그루 라일락 한 그루 이름모를 흰꽃나무 한 그루 새들이 심은듯한 개복상나무 한 그루 두릅나무 세 그루 명자나무 세 그루 소나무 두 그루 회화나무 한 그루 매실나무 한 그루 절로 싹이 터서 자라는 매실 두 그루 수양벚나무 두 그루 서부해당화 두 그루 이것도 새들이 심은듯한 찔레꽃 세 그루 그리고 개나리랑 쥐똥나무랑 황매화로 둘러친 울타리~

이 작은 마당에 나무 식구들이 넘 많다요!!!
이제 작년에 심은 회화나무와 소나무만 쑥쑥 자라면 밖에서 집마당이 안 보일 정도가 되겠다. 숲속이 되는거지 뭐~ 좋은 일이여!!!

나무는 본시 마당 가운데 심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주로 울타리 삼아 담 대신 빙 둘러 심었었다.
울집은 울도 담도 없다. 원래 돌담이 나즈막하게 경계삼아 있었는데 산녀가 다 허물어 꽃밭 경계로 죽 둘러놓았다.

잎이 없는 겨울에 휑~ 해지는 것이 좀 거시기하지만 황매화 울타리가 그걸 상쇄시켜주어서 그나마 괜찮다. 황매화는 줄기가 촘촘하고 색깔이 대충 초록이어서 겨울에도 울타리로는 제격이더라~

자귀나무가 슬금슬금 하나둘 꽃이 피기 시작한다. 아이가 만개한 자귀나무꽃을 보고 극락같다고 했었다. 올해 꽃이 많이 올 모양이다. 기대가 된다.
의사들의 휴업 파업? 하여튼 그 바람에 연구실 일이 좀 헐거워진 작은아이가 노상 집에 와있다.
이번 참에 이 낡은 집을 왕창 뜯어고칠 작정인갑다!!!
어제도 드릴을 들고 여기저기 막 박아대더라~
이번엔 본채 화장실을 어찌 손 볼 모양이여…
아랫채 화장실이 거의 호텔급으로 격상된 걸 보더니만 비교가 되었나벼~ ㅋㅋ
돈은 없고 마음엔 안 들고~ 천상 머리를 짜내야겠지!!!
페인트와 데크와 시트지와 커텐 등등으로 뭐 어찌저찌 해볼 모양인갑더라…
그래서 뭐든 니 알아서 해봐라! 그랬다!

나무꾼은 좋아죽는다! 이번참에 아랫채 황토벽과 데크에 오일스텐과 방수제를 발라야 한다고 꺼내놓고 갔다.
산녀마눌이 집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어 집꼬라지가 그렇고 그랬는데 작은아이가 막 설치고 해치우니 입이 귀에 걸려 산다!
그러거나 말거나 산녀는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 그러고 산다.

요즘 산딸기 철이다.
매일매일 따러간다.

나무꾼이 싹 먹어치운다. 저리 좋아할줄은~ 몰랐네…
아이도 어여 따러가자고…
어제도 두 통 그득 따왔다. 산딸기는 비오면 맛없다. 이리 날이 쨍쨍해야 달콤하다.

식전 일을 마치고 앉아 쉬며 이 글을 토닥토닥 치고 있다.
한 두어 시간 걸리는 식전일은 매일 해야하는 일이다.
닭집과 비닐하우스 식구들 챙기고 밭마다 돌아댕기며 손 가는 일 좀 하고
아침 먹을 찬거리 좀 뜯어오고 등등…
오늘은 마당 식구들 물 주는 일이 있어서 한참 했다.
호기심많은 병아리들이 몇번 닭집을 탈출해서 애를 먹이더니 요즘 조용하네… 어째 나오는 구멍은 잘 찾으면서 들어가는 구멍은 못 찾아 그래!!!

나무꾼이 밭둘레마다 돌아다니며 예초기로 풀을 다 쳐줬다. 속이 시원하도록 훤~! 하더라!
이 작은 산골마을에 이맘때면 늘 들리던 예초기 소리가 안 들린다… 오래됐다…
다들 일찌감치 제초제를 치고만다…
타이밍 맞춰 일년에 몇번 제초제를 치면 예초기 들 일이 없단다.
산소 벌초하는 것도 승용예초기와 로봇제초기가 등장하는 세상이다!

우리만 구식?! 으로 살고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데까지 해보는 거여…
어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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