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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캉스라나~

시골 촌에서 하는 체험 또는 휴가보내기를 촌캉스라고 한다고 말은 한번 듣기는 들었더랬다. 호텔에서 하는 바캉스를 호캉스~ 거기에서 파생된 말인듯… 큰아이를 통해서 도시애기들하고 그 부모들이 어느날 오고싶다고 했었다. 애기들이라해서 진짜 애기인줄 알았는데 나중 알고보니 초딩들이었다는~ 방학이고해서 애들 시골체험도 시키고 부모들은 좀 놀고 쉬고 뭐 그러겠다고 연락이 왔다. 큰아이 지인들인데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할터이니 애쓰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도 밥은 해야지~ 한끼는 산골밥상으로 차려줄게~온 날 저녁에 마당에 불피워서 온갖 것들을 다 궈먹고 놀았다. 미리 산녀가 한데 아궁이에 장작불을 피워놔서 오자마자 불놀이 하느라고 애들이 난리난리~ 꺼내둔 솔갈비 싹 태워 없어졌고 장작도 또 꺼내와야했고 아주 불놀이는 ..

산골통신 2024.02.04

벌써 냉이~

내일 도시애기들이 촌캉스를 오기로 한 날이다. 뭘 멕이고 뭘 놀게 하고 뭘 싸줄까 궁리하다가 쌀방아 찧는거 보여주고 가래떡 뽑아주고 냉이 캐게 하고 아궁이에 군불 좀 때서 군고구마 좀 궈먹게 하고 봉덕이랑 마당냥이들이랑 놀게 하고 산으로 들로 냇가로 한바퀴 돌게 하면 되겠다 싶다… 지들이 마당에서 솥뚜껑삼겹살 궈먹겠다하니 숯이랑 장작이랑 솔갈비랑 꺼내놓았다. 다행히 비는 그 다음날 온다하니 잘 되었다. 그래도 반찬이 좀 있어야 하지않나 싶어서 이것저것 궁리 중이다. 도토리묵 한솥 쑤어놓고 배추나물 한통 해놓고 냉이 좀 캐서 무쳐놓고 묵나물이나 좀 해둘까…내일 먹고 남는건 싸보내려고 많이 쑤었다. 이걸 본 나무꾼~ 도시 묵 좋아하시는 어느 어르신댁에 보내자고 하네~ 그럼 또 쑤어서 보내야지~ 바로 해서 보..

산골통신 2024.02.02

뭐든 키워보자~

이 겨울강 건너기가 엥간히도 심심하야… 드뎌 콩나물 키우기에 돌입했다. 곧 숙주나물도 키울거다. 콩나물보다 숙주나물이 더 좋다는 부록들이 셋이나 있어서리…쥐눈이콩이다. 밑에 비닐조각 깔고 콩 한 바가지 씻어서 놓은 다음 천으로 덮고 그 위를 또 덮는다. 빛을 차단해야하니께~오며가며 심심하면 물을 끼얹어주면 된다. 대충 한번에 대여섯 그릇의 물양이면 되고 더 주고싶으면 맘대로 해도 된다.이 콩나물 시루는 생전 엄니가 쓰시던 건데 콩나물 키우기에 맞게 바닥이 양쪽으로 경사가 져있고 물 구멍이 양쪽으로 여러개 나 있다.안방이 가장 따시고 접근성이 좋다. 나무꾼이 재미가 있는지 뭘 하다 말고 물 한 번 주고~ 이거 하다가 물 주고 저거 하다가 물 주고~ 오가며 물 주기 바쁘다. 오늘 드뎌 첫 콩나물을 수확?! ..

산골통신 2024.01.29

누구랑 말하고 사냐?

어제 누구랑 통화 중 그러대~ “넌 누구랑 대화하냐? 혼자 떠드냐? 개랑 고양이랑?” “응~ 개도 있고 고양이들도 많고 달구시키들도 있고” 그치만 주로 혼자 떠들지… 일방통행이잖아~ 쟈들이 어디 말을 들어먹어야지~ 봉덕이는 서열상 산녀가 윗길이니까 납작 엎드려살지만 가끔 하극상을 일으킬때도 있다. 산책을 안 나간다던가~ 맛난 밥을 마당냥이들한테만 준다던가~ 그러면 뭐라뭐라 알아들을 순 없지만 이해는 할 수 있는 온갖 말과 행동을 하곤 한다. 마당냥이들은 봉덕이가 만들어놓은 암묵적인 질서 속에서 나름 잘 살아간다. 들냥이들은 틈새를 노려 후다닥~ 먹이를 쟁취하고 사라지고~ 봉덕이는 대장인 동시에 호구다! 산녀는 무늬만 대장이고 자발적인 호구인 셈이고~ 뭐 그런거지 뭐~ 우짜겄어~ 오늘 아침 식전에 아랫채 ..

산골통신 2024.01.27

햇살찜질방

남향집이 좋다는 건 우리나라같은 기후조건에 맞는 말이다. 지금 보일러실겸선룸에 앉아있는데 남으로 난 창 앞 햇살을 마주보고 앉지 못한다. 너무 눈부시고 뜨거워서리… 살짝 비켜 앉아있는데 햇살이 닿는 다리 부분이 엄청 따끈따끈하다. 오메 좋은거!!! 햇살찜질이로다! 집안 보일러 센서 온도를 20도로 맞춰놓고 낮에는 선룸에서 산다. 밥도 여기서 먹고 책도 여기서 보고 하루종일 여기서 논다. 딱히 겨울에 논이고 밭이고 들일이 없으니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다. 아침에 집안팍 둘러보며 밤사이 별일없나 살피고 닭집에 아침저녁으로 가서 모이랑 물이랑 보살피고 달걀 꺼내오고 마당냥이들이랑 봉덕이 밥이랑 물이랑 주고 아침에 한번 아궁이 불 한그득 때고~ 그러고나면 할 일이 없다. 추운날 마실 나올 어르신들도 없으니 작..

산골통신 2024.01.24

21세기 나무꾼~

울집에 현대판 나무꾼이 생겼다. 가히 21세기의 신문물이로다… 이제 땔나무하고 자르고 장작패고 어쩌고는 일도 아니게 되었네라… 산녀가 온겨우내 작은 미니톱갖고 땔나무 썰어대가며 때는 걸 한 도시장정이 그예 보다못해 금일봉을 하사하야!!! 그래 전격적으로 유압도끼를 주문해버렸다! 맘 바뀌면 안되걸랑~ 게눈감추듯 일 저질러야 혀!!! 오늘 그 많은 아름드리 통나무들 다 쪼갰다. 지난번 산 전기톱으로 자르고 유압도끼로 쪼개고! 이건 뭐… 사람은 단지 살짝 거들고 구경할 뿐~ 일은 다 이 분께서 다 하시네!!! 이름하야 이라 극존칭을 쓰기로 했다! 척척 쪼개고 척척 쌓여지는 장작단을 보니 이런 날도 기어이 오는구나 감개무량이로다… 나무꾼 왈~ “내가 아니라 얘가 나무꾼이네! 이제 기가 막힌 머슴 하나 들였구만!..

산골통신 2024.01.21

가득찬 땔나무~

나무꾼이 마저 땔나무를 썰어줬다. 유압도끼가 있으면 장작을 마치맞게 때기좋게 쪼개서 쌓아둘 수 있겠지마는 이것만 해도 배부르다!!! 딸나무칸이 그득 차서 더이상 넣을 곳이 없다.이웃집 구옥 뜯은 거라 드뎌 그집 대들보가 나왔다. 상량문이네! 모년모월모일모시에 상량하다. 뭐 그런 글귀다.엔진톱이 또 고장나서 새로 산 디월트 전기톱으로 썰었다. 일은 연장이 하는 거라구!!! 아주 좋네~나뭇단 쌓아둔 바닥이 드러나 정리를 하던 중 발견한 굼뱅이~ 엄청 크네! 사슴벌레 애벌레인가? 조심조심 집어서 안쪽으로 넣어줬는데 괜찮을라나 모르겠네. 오래된 왕겨더미 속에서도 엄청 발견되고 썩은 나뭇단 밑에선 어김없이 있더라. 몇년전에 한바가지 잡은 적도 있었어. 도시 지인이 약으로 먹겠다고 했었지.요놈도 삼숙이 새끼 중 하..

산골통신 2024.01.13

들냥이들과 지내기~

여전히 들냥이들은 산녀가 들앉아 책보는 온실 안을 탐낸다. 남향이라 가장 따신 곳 중 하나라 그런지 한낮엔 주로 여기서 머물더라. 맞은편 텃밭 비닐하우스 안에서 잠을 자는 모양인데 이놈들이 드나드는 구멍을 발견했다. 저 구멍을 막을까 말까 고민을 좀 하고 있다. 이 겨울 지나면 그곳에 농사를 지을 거니까 겨울 동안 만이라도 냅둘까… 이젠 산녀의 존재가 익숙한지 쳐다보진 않는다. 지들한테 밥은 안 주지만 위협거리는 안된다 판단한 거겠지. 비닐하우스에 난 개구멍~ 여기로 드나들더라!!! 이걸 막아 말아?! 천천히 책을 읽어나가며 이해가 안되고 어려워 모르는 부분은 애써 알려하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해당 리뷰나 강의를 찾아 보충정리를 하면 깔끔하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이기적 유전자다. 구구절절 설명과 예가..

산골통신 2024.01.12

눈맞춤~

계속 쳐다본다. 다른 곳을 보다 다시 쳐다봐도 계속 바라본다.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다 지 갈길 가더라. 온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맞은편 유리문 너머에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무심히 지나가던가 또는 유심히 멈춰서 바라보다가 간다. 쟈들 눈에 비친 산녀는 무얼까? 쟈들은 들냥이 새끼들인데 닭집 병아리들을 사냥한 죄를 물어 내쫓은 아이들이다. 그래도 산녀집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고 복실이네 개밥을 얻어먹으며 살고 있나보더라. 최근 사들인 책들을 쌓아놓고 뒤적이며 내키는대로 읽어제끼고 있다. 아는대로 모르는대로 느끼는대로~ 꽤 재미있다. 밤사이 내린 눈으로 온세상이 하얗게 덮였다. 아침 해올라오기 기다렸다가 싸리빗자루로 삽작거리와 길가 눈을 쓸어냈다. 닭집 올라가는 ..

산골통신 2024.01.10

창밖에 눈 내리고~

저녁부터 온다더니 낮부터 내리시네~ 작년 3월에 어거지로 만든 보일러실겸 온실에서 하루종일 노닥거리고 있다. 아랫채 선룸은 봉덕씨가 드나드는 개구멍이 있고 또 아궁이칸에서 들어오는 찬바람이 좀 있어서 햇살좋은 낮 제외하고는 오래 앉아있기 좀 그러하다. 나무꾼이 이 온실에 홀딱 반해서 햇살 좋은 낮에는 줄창 여기서 산다. 책 한권 들고 들어가면 안 나온다! 너무 좋단다! 천국이란다~ 집보다도 더 따뜻하고 안온하단다. 비록 저짝 한쪽엔 보일러난방수통이 있고 이짝 한쪽에 원탁과 소파를 갖다놓아서 겉보기엔 창고같지만 뭐 까이꺼 뭐어때~ 좋다 ㅋ남향 유리문 밖에는 텃밭과 비닐하우스가 바로 보인다. 월동시금치가 납작 엎드려 겨울을 나고 있고 봄동이 잎은 다 시들고 뿌리가 땅속에서 겨울을 이기고 있다. 소국 화분이 ..

산골통신 2024.01.09